초대형 방사포 발사 현장 귀막은 부부사진 공개…아직은 내조역할에 그쳐
김정은, 밀짚모자 쓴 채 훈련 지도…당창건일 겨냥 조부 김일성 복장 흉내
北 리설주, 한미 겨냥 미사일 발사장에 첫 모습…위상 과시(종합)
북한의 퍼스트레이디인 리설주 여사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직접 지도한 북한군의 대규모 무력시위 현장에 모습을 드러내 눈길을 끈다.

리 여사가 한국과 미국을 겨냥해 전술핵운용부대까지 동원한 군사 훈련장에 나타난 것은 처음으로, 퍼스트레이디의 존재감과 위상을 다시 한번 과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북한 조선중앙통신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노동당 창건 77주년이 되는 10일 김 위원장이 지난달 25일부터 지난 9일까지 북한군 전술핵운용부대·장거리포병부대·공군비행대의 훈련을 지휘한 내용을 사진과 함께 내보냈다.

매체는 기사에서 리 여사의 참관 사실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리 여사가 김 위원장과 둘이서 나란히 초대형 방사포(KN-25) 발사 훈련을 지켜보는 사진 한 장을 공개했다.

KN-25가 점화되는 순간에 촬영된 듯, 김 위원장은 왼손에 담배 한 개비를 들고 얼굴은 살짝 일그러뜨린 채 엄지손가락으로 귀를 막고 있고, 리 여사 역시 바로 옆에서 표정을 한껏 찡그리고 귀를 막는 모습이다.

최고지도자 부부의 귀를 막는 사진을 특별히 게재함으로써 초대형 방사포 등의 위력을 강조하려는 속내가 담긴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그간 리 여사가 크고 작은 행사에 김 위원장을 동행한 적은 종종 있었지만 주로 현지 시찰이나 공연 관람 같은 비군사활동 위주였다.

군사 훈련의 경우 2013년 공군 부대의 비행 훈련과 2016년 공군 전투비행술 경기대회에 김 위원장과 함께 참관했을 뿐, 그 외 동행한 적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은 "축하 훈련 같은 경우 동행해서 갈 수 있지만 특히 이번 같은 대형 경고 훈련에 부인을 대동했다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이번 훈련은 최근 북한이 미국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 전개와 한미·한미일 연합훈련에 대응해 벌인 대대적인 무력성 도발 시위였다는 점에서, 리 여사의 위상과 역할이 김정은 체제의 안정과 함께 커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더욱이 리 여사가 김 위원장의 군사 활동에도 배석함으로써 그가 비군사분야를 넘어 정치·경제·군사 등 김 위원장의 국정 활동 전반을 직접 수행하며 곁에서 내조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리 여사가 공식 직함을 가진 것은 아니어서 '충실한 내조' 역할에 머물 뿐 국정 운영에 관여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 위원장은 부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다르게 2012년 공식 집권 직후부터 리 여사를 대내외에 공개하며 정상국가 최고지도자의 이미지를 드러냈다.

리 여사는 북한이 3대 세습 정당화로 내세운 '백두혈통'의 상징인 백두산 백마 등정으로부터 '선대 수령'의 시신이 있는 금수산태양궁전 참배, 열병식 사열 등 주요 계기 때마다 남편과 동행했다.

북한은 그에게 '여사' 또는 '동지'라는 호칭을 쓰며 퍼스트레이디의 지위를 확실히 했다.

北 리설주, 한미 겨냥 미사일 발사장에 첫 모습…위상 과시(종합)
한편 김 위원장은 보름간 이어진 훈련 기간 중 흰색 인민복에, 밀짚모자 차림과 카키색 점퍼 복장을 바꿔 입었는데 특히 밀짚모자가 눈길을 끌었다.

김 위원장이 농장·유희장 등 민생 시찰에 나섰을 때는 밀짚모자를 착용한 적은 있었으나, 군사훈련을 지도할 때 밀짚모자를 쓴 경우는 전례를 찾기 어렵다.

일각에서는 노동당 창건일을 겨냥해 할아버지 김일성 주석을 연상시키려는 의도가 내포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 주석은 생전 인민복 차림에 밀짚모자를 즐겨 썼는데, 공개된 사진 속 김 위원장의 차림새는 김 주석의 '판박이'나 다름없을 정도다.

밀짚모자를 통해 김 주석을 연상시키면서 김정은 체제의 정통성을 부각하는 동시에 자연스럽게 김 주석의 후광을 업으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