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거래절벽이 전국으로 확산하면서 전국 아파트 거래량이 2013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10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 들어 8월 말까지 신고된 아파트 매매거래 건수는 22만5486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의 49만3570건 대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월간 기준으로는 8월 매매 건수가 1만9516건에 그쳐 2013년 1월 이후 가장 적은 규모를 나타냈다. 서울의 경우 관련 통계가 집계된 이후 최소 수준에 머물고 있다.

아파트뿐만 아니라 순수 토지 거래도 급감하는 등 부동산 시장 전반의 분위기가 침체하고 있다. 전국 토지 매매거래는 작년 12월 8만4256건에서 지난 8월 4만8645건으로 쪼그라들었다.

거래가 급감한 것은 대출 금리가 급등한 가운데 아파트값 내림세가 지속되고 있어 집을 사려는 수요가 줄었기 때문이다. 부동산원이 집계한 매매수급지수는 8월 89.7을 기록했다. 지수가 기준선(100)보다 낮으면 집을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많다는 의미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등으로 매물은 쌓이고 있지만 기존 거래가격 대비 수억원 낮은 ‘급급매’가 아니면 팔리지 않는 분위기다.

정부가 지난달 세종시를 제외한 비수도권 전 지역과 경기 안성·평택·양주 등 일부 지역을 부동산 규제지역의 하나인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했으나 큰 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경기도 부동산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경기 지역 아파트 매매 건수는 총 1869건에 그치고 있다. 거래 후 1개월 이내에 거래신고가 이뤄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난달 거래 건수는 전달(2777건)과 비슷한 수준에 머물렀을 것으로 추정된다.

아파트값 하락세도 멈추지 않고 있다. 서울은 아파트값이 지난주까지 19주 연속으로 내렸다. 지난주엔 전주 대비 0.20% 떨어지면서 2012년 12월 3일(-0.21%) 후 9년10개월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수도권과 전국 아파트값도 각각 0.25%, 0.20% 떨어지며 부동산원이 시세 조사를 시작한 2012년 5월 이후 10년5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의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거래절벽이 단기간에 해소되긴 어렵다고 보고 있다. 한국은행도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상에 발맞춰 조만간 기준금리를 큰 폭으로 인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임병철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집값이 하락하고 있으나 2~3년 전 가격보다는 훨씬 높다”며 “수요자들은 집값이 급등하기 전과 비교해 지금도 비싸다고 느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