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대학 졸업 이상 고학력 여성의 출산율이 19년 만에 반등했다. 여성의 사회 진출이 활발해지고 고학력·전문직일수록 아이를 적게 낳는다는 통념이 깨지고 있다. 일본의 저출산 대책이 32년째를 맞으면서 일부 성과가 나오고 있다는 분석이다.

10일 일본 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의 2021년 출생 동향 기본조사에 따르면 아내의 학력이 대졸 이상인 부부의 자녀 수는 평균 1.74명으로, 2002년 이후 처음 상승했다.

가임기가 거의 끝나가는 45~49세 여성의 자녀 수를 조사한 결과다. 지난 번 조사인 2015년 고학력 여성의 자녀 수는 1.66명이었다. 이 연구소는 “일본 정부의 지속적인 육아 환경 개선과 일하는 방식 개혁 덕분에 고학력 여성이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것이 원활해졌다”고 분석했다.

일본은 출생률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소인 1.57명을 기록한 1990년부터 저출산 대책 마련을 시작했다. 2005년 역대 최저인 1.26명까지 떨어진 일본의 출생률은 2015년 1.45명까지 회복됐다. 지난해 출생률은 1.33명으로 다시 하락했지만, 고학력 여성의 출산율이 반등하면서 저출산 대책 효과가 나오고 있다는 평가다.

여성의 사회 진출로 혼인 연령이 높아져 아이를 적게 낳는다는 통념도 깨지고 있다. 일본인 부부의 평균 자녀 수는 지난 40년간 2명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와사와 미호 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 인구변동연구부장은 “2010년 이후 30대에 결혼한 도시 지역 대졸 여성의 출산율이 현저히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기업의 저출산 대책도 성과를 거두고 있다. 지난 4월 이토추상사는 2021년 여성사원의 출산율이 1.97명을 나타냈다고 발표했다. 0.94명이었던 2010년보다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야근 대신 다음날 아침에 전날 마치지 못한 일을 마무리하도록 유도하는 등 근무제도를 유연화한 결과”라고 말했다.

하지만 학력 여성의 출생률이 계속해서 감소하는 것은 과제로 지적된다. 학력이 낮을수록 소득도 적은 경향이 있기 때문에 아이를 가질 여유가 부족하다는 분석이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