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빛 찬란한 선율, 실크와 벨벳 같은 부드럽고 고급스러운 음색, 따뜻하고 풍부한 화음….

세계 최고의 오케스트라 중 하나로 꼽히는 빈 필하모닉(빈 필)의 연주는 이같이 묘사되곤 한다. 빈 필만의 고유한 음색과 음향을 가리켜 이른바 ‘빈 필 사운드’라고 할 정도다. 황금빛 빈 사운드를 만드는 비결은 어디에 있을까.

빈 필의 역사는 약 18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이름을 날리던 악단은 오스트리아의 빈 궁정 오페라 극장 소속 오케스트라였는데, 빈 필하모닉은 1842년 이 오케스트라를 모태로 지휘자 오토 니콜라이의 주도하에 정식으로 발족했다.

빈 필 사운드를 다른 오케스트라의 그것과 구분짓게 하는 요인 중 하나는 바로 악기다. 고유의 음색과 음향을 유지하기 위해 19세기부터 사용한 악기를 쓰고 있다. 관악기의 경우 ‘빈 식’ 악기가 따로 있다. 빈 필이 사용하는 호른은 일반적인 현대 오케스트라에서 쓰이는 더블 호른이 아니라 싱글 호른의 일종인 ‘빈 호른’이다. 현대식으로 개조해 두 개의 관을 하나로 합친 형태인 더블 호른과 달리 빈 호른은 기본 관이 하나로 이뤄졌고, 운지법도 다르다. 상대적으로 고음 부분을 연주하기 더 까다로워 음이탈이 나기 쉽다.

오보에도 19세기의 ‘빈 오보에’를 쓴다. 현대 오보에와 운지법이 다르고, 비브라토(떨리는 소리를 내는 연주 기교)가 적은 강렬하고 날카로운 소리가 특징이다. 클라리넷은 독일에서 유래한 ‘욀러 식’을 사용한다. 일반적인 클라리넷과 운지법이 다르고 소리도 더 깊으면서 밝다. 그 밖에 팀파니 등 타악기도 동물 가죽으로 만들어진 과거 모델로 연주한다.

빈 필 사운드를 국내에서도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있다. 빈 필은 다음달 3~4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내한 공연을 연다. 오스트리아 출신 최고 지휘자로 꼽히는 프란츠 벨저뫼스트가 지휘봉을 잡는다. 바그너의 ‘파르지팔’ 전주곡,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죽음과 변용’, 드보르자크의 교향곡 8번 등을 연주할 예정이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