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경기선행지수(CLI)가 6개월 연속 기준치(100)를 밑돈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경기가 하강 국면에 진입했거나 진입을 앞두고 있다는 ‘경고음’이 울리는 것이다. CLI는 6~9개월 뒤 경기 흐름을 예측하는 지표로 100 이상이면 경기 확장, 100 미만이면 경기 하강이 예상된다는 뜻이다. 10일 OECD에 따르면 지난 8월 한국의 CLI는 98.2로 집계됐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1월(97.7) 후 13년 만의 최저다. 지난해 5월(102.2) 이후 15개월째 내림세로, 올 3월(99.7) 이후 6개월째 100을 넘지 못하고 있다.

특히 한국의 8월 CLI는 OECD 평균(98.9)보다 낮았다. 국가별로 보면 미국(98.8), 일본(100.5), 유럽연합(98.6) 등 주요 선진국보다 낮다. 주요 국가 중 한국보다 CLI가 나쁜 나라는 중국(98.0) 정도다.

한국 6~9개월 뒤 경기전망, 日보다 나빠
에너지 수입 많고 中 의존 높아

 韓 6개월째 경기 하강 '경고음'
한국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경기선행지수(CLI)가 100 미만인 상태가 장기간 이어지는 건 국내 경기가 하강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CLI는 제조업 재고순환지표, 장·단기 금리차, 수출입물가 비율, 제조업 경기전망지수, 자본재 재고지수, 코스피지수 등 여섯 개 지표를 활용해 산출하는데, 100 미만이면 6~9개월 뒤 경기 하강이 닥칠 수 있음을 뜻한다.

한국의 CLI는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일본을 앞섰다. 지난해 12월 한국의 CLI는 100.5로 일본(100.4)보다 경기 전망이 밝았다. 한국의 CLI가 100을 밑돌기 시작한 건 지난 3월부터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중국의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도시 봉쇄 등 대외 악재가 불거진 때다. 전쟁으로 에너지 가격이 치솟고 중국의 경제 둔화 우려가 커진 시기다.

한국의 8월 CLI(98.2)는 일본은 물론 인도(100.3), 미국(98.8), 유럽연합(EU·98.6) 등 주요 경제대국보다 낮았다.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된 2020년 3월(99.0) 수준에도 못 미친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한국은 에너지 수입 의존도와 중국 수출 의존도 모두 높다”며 “한국 경기 전망이 상대적으로 더 비관적일 수밖에 없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우려스러운 점은 OECD 평균 CLI(98.9)도 지난 4월부터 100을 밑돌고 있다는 것이다. OECD 국가는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약 70%를 차지한다. 향후 글로벌 경기가 하강 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이는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에는 직격탄이 될 수밖에 없다. 특히 한국의 최대 수출 시장인 중국의 CLI는 98.0으로, OECD 38개 회원국 중 아홉 번째로 경기 전망이 나쁘다.

한은은 지난 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내 경기에 대해 “하반기 들어 글로벌 경기둔화의 영향이 본격화되면서 성장 흐름이 약화하고 있다”며 “수출 증가 폭이 크게 축소됐으며 대외 불확실성 증대 등으로 투자 회복도 예상보다 더딘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