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뱅크런이 대공황 초래' 입증…"금융위기 대처능력 높이는데 기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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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연구에 기여한 3인
노벨경제학상 공동수상
버냉키 前 Fed 의장
2008년 금융위기 때 돈풀기
"제2의 대공황 막았다" 평가 속
"양극화 심화시켰다" 비판도
다이아몬드·딥비그 교수
'시장 루머→은행 붕괴' 과정 연구
은행의 '유동성 공급자' 역할 규명
노벨경제학상 공동수상
버냉키 前 Fed 의장
2008년 금융위기 때 돈풀기
"제2의 대공황 막았다" 평가 속
"양극화 심화시켰다" 비판도
다이아몬드·딥비그 교수
'시장 루머→은행 붕괴' 과정 연구
은행의 '유동성 공급자' 역할 규명
“올해의 상은 은행에 관한 것입니다.”
한스 엘레그렌 스웨덴 왕립과학원 사무총장은 10일 올해의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를 발표하기 전 이렇게 운을 뗐다. 그러면서 벤 버냉키 전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과 더글러스 다이아몬드 시카고대 부스경영대학원 교수, 필립 딥비그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 교수를 공동 수상자로 발표했다.
노벨위원회는 “현대 은행에 관한 연구는 왜 은행이 필요한지, 위기 시 어떻게 은행의 취약성을 줄일지, 은행 붕괴가 어떻게 금융위기를 가속화하는지 등을 명확하게 밝혀냈다”며 “(올해 수상자는) 이런 현대 은행 시스템의 연구에 초석을 놓은 인물들”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수상자들의 통찰력은 심각한 위기와 값비싼 구제금융을 피할 수 있게 하는 능력을 향상시켰다”고 했다. 수상자들은 1000만스웨덴크로나(약 12억6000만원)를 나눠 가진다.
버냉키 전 의장은 뱅크런(대량 예금인출 사태)이 1930년대 대공황의 단초가 됐다는 것을 처음으로 밝혀냈다. 그가 연구를 시작하기 전까지 대공황은 통화량이 급격하게 팽창하거나 수축하는 ‘통화 교란’에 의해 발생한다는 밀턴 프리드먼의 주장이 정설이었다. 여기에 더해 버냉키 전 의장은 뱅크런이 경기 침체의 주요한 파급 경로가 된다는 걸 이론적으로 입증했다. 노벨위원회는 “그의 통찰력이 기존 통념을 깼다”고 평가했다.
버냉키 전 의장은 2006년부터 2014년까지 Fed 의장을 맡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미국의 기준금리를 제로로 떨어뜨리고 국채를 대량 매입해 시장에 돈을 푸는 양적완화(QE) 정책을 선보였다. 이후 2012년까지 세 차례 양적완화 정책을 시행하면서 ‘헬리콥터 벤’으로 불리기도 했다. 그의 대공황 연구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양적완화 정책의 이론적 근거가 됐다.
양적완화 정책 덕에 금융위기가 대공황으로 가지 않았다는 평가도 있다. 반면 양적완화로 시장에 풀린 자금이 자본시장으로 흘러 들어가면서 경기 부양 효과보다는 양극화를 심화시켰다는 비판 또한 있다. 그는 미 브루킹스연구소에 재직 중이다. 다이아몬드 교수와 딥비그 교수는 시장의 루머가 예금주의 인출 행렬, 나아가 은행 붕괴로 이어지는 과정을 분석했다. 정부가 예금보험이나 은행에 대한 최종 대출자 역할을 함으로써 이런 상황을 방지할 수 있다고 시사했다. 이들은 또 은행이 예금주와 대출자 사이의 중개자 역할을 하면서 또 다른 중요한 사회적 기능을 수행한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대출자의 신용도를 평가하고 대출이 양질의 투자에 사용되도록 한다는 것이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노벨위원회와의 전화 연결에서 “수상 소식에 매우 놀랐다”고 했다. 그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관련해선 “2008년 이전에는 은행의 취약성이 컸다”며 “이후 제도적으로 개선됐고 취약성도 한층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은행의 기능과 역할에 대한 현대 연구에 기여한 점이 인정됐다”고 평가했다. 김영식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버냉키 전 의장의 수상에 대해 “대공황 연구는 버냉키 전 의장이 기여한 것 중 하나”라며 “대공황 때 금융 중개기관의 중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이것이 중개기관의 도산과 신용경색으로 이어져 대공황이 심화됐다는 교훈을 버냉키 전 의장이 밝혀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그가 Fed 의장을 맡았을 때 이 부분에 중점을 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다이아몬드 교수와 딥비그 교수에 대해서는 “다들 언제 받을지 시간문제라고 봤다”며 “(이들의 논문은) 경제학 전 분야를 놓고 봐도 인용 빈도가 최고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은행의 기본이 되는, 아주 간단하지만 힘 있는 미시 모형을 만들어냈다”며 “학부생도 조금만 노력하면 이해할 수준으로 모형을 만들었다는 것 자체로 평가받을 수 있다”고 했다.
김현욱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수상자들은 통화정책을 비롯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까지 거시경제 상황의 변화가 큰 지금, 마침 관련 분야를 연구한 인물들”이라며 “이들의 연구를 바탕으로 2008년 이후 은행 건전성 규제가 작동하는 국제 금융 환경이 조성됐다는 점에서 이들의 공로를 인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조미현/황정환 기자 mwise@hankyung.com
한스 엘레그렌 스웨덴 왕립과학원 사무총장은 10일 올해의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를 발표하기 전 이렇게 운을 뗐다. 그러면서 벤 버냉키 전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과 더글러스 다이아몬드 시카고대 부스경영대학원 교수, 필립 딥비그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 교수를 공동 수상자로 발표했다.
노벨위원회는 “현대 은행에 관한 연구는 왜 은행이 필요한지, 위기 시 어떻게 은행의 취약성을 줄일지, 은행 붕괴가 어떻게 금융위기를 가속화하는지 등을 명확하게 밝혀냈다”며 “(올해 수상자는) 이런 현대 은행 시스템의 연구에 초석을 놓은 인물들”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수상자들의 통찰력은 심각한 위기와 값비싼 구제금융을 피할 수 있게 하는 능력을 향상시켰다”고 했다. 수상자들은 1000만스웨덴크로나(약 12억6000만원)를 나눠 가진다.
버냉키 전 의장은 뱅크런(대량 예금인출 사태)이 1930년대 대공황의 단초가 됐다는 것을 처음으로 밝혀냈다. 그가 연구를 시작하기 전까지 대공황은 통화량이 급격하게 팽창하거나 수축하는 ‘통화 교란’에 의해 발생한다는 밀턴 프리드먼의 주장이 정설이었다. 여기에 더해 버냉키 전 의장은 뱅크런이 경기 침체의 주요한 파급 경로가 된다는 걸 이론적으로 입증했다. 노벨위원회는 “그의 통찰력이 기존 통념을 깼다”고 평가했다.
버냉키 전 의장은 2006년부터 2014년까지 Fed 의장을 맡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미국의 기준금리를 제로로 떨어뜨리고 국채를 대량 매입해 시장에 돈을 푸는 양적완화(QE) 정책을 선보였다. 이후 2012년까지 세 차례 양적완화 정책을 시행하면서 ‘헬리콥터 벤’으로 불리기도 했다. 그의 대공황 연구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양적완화 정책의 이론적 근거가 됐다.
양적완화 정책 덕에 금융위기가 대공황으로 가지 않았다는 평가도 있다. 반면 양적완화로 시장에 풀린 자금이 자본시장으로 흘러 들어가면서 경기 부양 효과보다는 양극화를 심화시켰다는 비판 또한 있다. 그는 미 브루킹스연구소에 재직 중이다. 다이아몬드 교수와 딥비그 교수는 시장의 루머가 예금주의 인출 행렬, 나아가 은행 붕괴로 이어지는 과정을 분석했다. 정부가 예금보험이나 은행에 대한 최종 대출자 역할을 함으로써 이런 상황을 방지할 수 있다고 시사했다. 이들은 또 은행이 예금주와 대출자 사이의 중개자 역할을 하면서 또 다른 중요한 사회적 기능을 수행한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대출자의 신용도를 평가하고 대출이 양질의 투자에 사용되도록 한다는 것이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노벨위원회와의 전화 연결에서 “수상 소식에 매우 놀랐다”고 했다. 그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관련해선 “2008년 이전에는 은행의 취약성이 컸다”며 “이후 제도적으로 개선됐고 취약성도 한층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은행의 기능과 역할에 대한 현대 연구에 기여한 점이 인정됐다”고 평가했다. 김영식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버냉키 전 의장의 수상에 대해 “대공황 연구는 버냉키 전 의장이 기여한 것 중 하나”라며 “대공황 때 금융 중개기관의 중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이것이 중개기관의 도산과 신용경색으로 이어져 대공황이 심화됐다는 교훈을 버냉키 전 의장이 밝혀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그가 Fed 의장을 맡았을 때 이 부분에 중점을 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다이아몬드 교수와 딥비그 교수에 대해서는 “다들 언제 받을지 시간문제라고 봤다”며 “(이들의 논문은) 경제학 전 분야를 놓고 봐도 인용 빈도가 최고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은행의 기본이 되는, 아주 간단하지만 힘 있는 미시 모형을 만들어냈다”며 “학부생도 조금만 노력하면 이해할 수준으로 모형을 만들었다는 것 자체로 평가받을 수 있다”고 했다.
김현욱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수상자들은 통화정책을 비롯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까지 거시경제 상황의 변화가 큰 지금, 마침 관련 분야를 연구한 인물들”이라며 “이들의 연구를 바탕으로 2008년 이후 은행 건전성 규제가 작동하는 국제 금융 환경이 조성됐다는 점에서 이들의 공로를 인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조미현/황정환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