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율 치솟고 증시 급락 > 코스피지수가 11일 급락해 2200선 아래로 주저앉았다. 전 거래일보다 40.77포인트(1.83%) 내린 2192.07에 장을 마쳤다. 원·달러 환율은 22원80전 오른 1435원20전에 마감했다. 서울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김병언 기자
< 환율 치솟고 증시 급락 > 코스피지수가 11일 급락해 2200선 아래로 주저앉았다. 전 거래일보다 40.77포인트(1.83%) 내린 2192.07에 장을 마쳤다. 원·달러 환율은 22원80전 오른 1435원20전에 마감했다. 서울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김병언 기자
세계 경기가 결국 침체의 늪을 피하지 못할 것이라는 비관론이 확산하고 있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금리 인상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의 중국 반도체 제재 등이 경기를 하강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긴축 기조로 나타난 강달러 현상도 악재다.

커지는 경기 비관론

금리·반도체·우크라 '3중 지뢰'…다이먼 "S&P, 20% 더 빠질 것"
월가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인물로 통하는 제이미 다이먼 JP모간체이스 최고경영자(CEO)는 경기 비관론에 무게를 실었다. 그는 10일(현지시간) CNBC와의 인터뷰에서 “내년 중반까지 미국과 세계 경제가 모두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인플레이션과 이에 따른 급격한 금리 인상,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은 미국과 세계 경제를 압박하는 심각한 요인이며 유럽은 이미 침체에 빠진 상태라고 진단했다. 다이먼 CEO는 “미국도 6~9개월 내 침체에 빠질 수 있다”며 “S&P500지수가 현 수준에서 20% 정도 더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같은 날 데이비드 맬패스 세계은행(WB) 총재와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도 글로벌 경기 침체를 경고했다. 이날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IMF-세계은행 연차총회 첫날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내년 세계 경제 3분의 1이 두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이어갈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어 2026년까지 각국 국내총생산(GDP) 총 4조달러(약 5700조원)가 사라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4조달러는 지난해 독일 GDP(약 4조2000억달러)와 맞먹는 수준이다. 맬패스 총재도 “개발도상국은 통화 가치 하락과 지속 불가능한 부채 부담으로 어려움에 부닥쳤다”며 “내년 세계 경제가 경기 후퇴에 빠질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반도체지수 최저치로 추락

이날 미국 뉴욕증시는 다이먼 CEO와 국제기구 수뇌부의 경기 침체 관련 발언의 영향으로 하락했다. 다우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93.91포인트(0.32%) 하락해 29,202.88을 기록했다. 나스닥지수는 전날보다 110.30포인트(1.04%) 떨어져 10,542.10으로 거래를 마쳤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도 2275.34를 기록해 전날보다 3.45% 급락했다. 나스닥과 반도체지수는 2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추락했다. 데이비드 웡 노무라홀딩스 애널리스트는 “미국의 중국 반도체 제재는 세계 반도체 시장에 악재”라고 평가했다.

Fed 인사들은 이날도 매파(긴축 선호)적 발언을 쏟아냈다. 레이얼 브레이너드 Fed 부의장은 이날 한 연설에서 “인플레이션이 떨어졌다는 확신이 있을 때까지 통화정책이 당분간 제약적이라는 점은 명확하다”고 밝혔다. 금리 인상 기조가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대표적 비둘기파로 알려진 찰스 에번스 미국 시카고연방은행 총재도 이날 CNBC와의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게 되더라도 Fed는 인플레이션을 낮추겠다는 약속을 굳건히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