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는 최근 급등에 따른 차익실현 움직임과 중국의 지표 부진에 따른 수요 둔화 우려 등에 하락했다. 강달러 우려가 특히 유가에 하방 압력을 더욱 키웠다. 달러화 급등은 미국 이외의 원유 소비자들에게는 원유를 더 비싸게 만들어 원유 수요 둔화로 이어진다.

10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1월물 서부텍사스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1.51달러(1.63%) 하락한 배럴당 91.1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3일부터 5거래일 연속 오름세를 보인 WTI 가격은 6거래일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12월물 브렌트유는 1.8% 가량 떨어진 배럴당 96.19달러로 장 마감했다.

지난 1주일간 유가는 16% 이상 올랐다. 이날 유가 하락세는 차익실현 매물에 따른 움직임이라는 분석이다. 로이터통신은 "미국 중앙은행(Fed)의 긴축(금리 인상)이 더 강해질 것이란 전망도 유가에 악재로 작용했다"고 전했다. 라엘 브레이너드 Fed 부의장 등은 "경제가 더 제한적인 통화정책을 느끼기 시작했지만, Fed 긴축에 의한 전면적인 직격탄은 수개월 동안 분명하지 않을 것"이라며 더 강력한 긴축을 예고했다.

일각에선 Fed의 긴축으로 미국의 연말 금리 상단이 연 4.5%까지 뛰어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뉴욕 어게인캐피털의 파트너 존 킬더프는 "연준 인사들이 인플레이션을 통제하고 있다고 확신하지 못하기 때문에 경제 전반에 드리워진 파멸과 암울함이 더 크다"며 "그것이 석유를 짓누르고 있는 거시적 요인"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경기 침체 및 수요 둔화 가능성도 유가에 찬물을 끼얹었다. 중국 국경절 연휴(10월 1~7일) 기간 소비가 지난해와 비교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면서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국경절 연휴 기간 중국 여행객은 4억2200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도 18% 줄었다. 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의 대유행) 이전인 2019년보다는 39% 감소했다.
중국 정부가 공산당 20차 전국 대표대회(당대회) 개막을 앞두고 코로나19 방역을 다시 강화하는 것도 경기 둔화 우려를 가중시키고 있다. 제로코로나와 같은 고강도 봉쇄정책에 의해 중국 경기가 추가로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앞서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非)OPEC 산유국의 협의체인 OPEC+는 시장 예상보다 훨씬 더 많은 하루 평균 200만 배럴 감산을 결정했다. 공급을 줄여 유가를 떠받치겠다는 조치였다. 산유국 협의체 결정으로 깜짝 반등했던 유가가 하락세로 돌아선 것은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가 더 커지게 되면 유가에 대한 하방 압력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란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는 "최근 전 세계 원유 재고가 증가한 것은 공급이 과잉 상태임을 시사한다"라고 분석했다. 피치는 "수요 불확실성과 주요 선진국의 둔화로 회원국들이 합의를 달성하기가 점차 어려워질 수는 있지만, OPEC+이 생산 쿼터를 수정하고 가용 공급량을 조절해 원유시장의 균형을 맞추려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200만 배럴 감산'을 예고한 OPEC+의 실제 감산은 하루 50만 배럴~110만 배럴에 그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산유국 대부분이 이미 할당된 쿼터를 채우지 못하고 있어서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