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 열린 CES 2022 전시회에서 두산로보틱스 협동로봇이 사과를 수확하고 포장하고 있다.  두산 제공
올해 1월 열린 CES 2022 전시회에서 두산로보틱스 협동로봇이 사과를 수확하고 포장하고 있다. 두산 제공
올해 창립 126주년을 맞는 두산그룹은 ‘변화 DNA’를 기반으로 차세대 동력 발굴을 앞세워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소형모듈원전(SMR), 수소, 로봇 등 미래형 사업 관련 첨단 기술 개발을 통해 전통 제조업의 한계를 넘는다는 것이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의 구상이다.

○SMR 사업 본격화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두산에너빌리티(옛 두산중공업)는 SMR 주기기 시장을 주도하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SMR은 대형 원전과 비교해 10~20분의 1 크기인 소형 원전이다. 이산화탄소 배출이 없으며, 기존 대형 원전보다 안전성도 뛰어나다. 세계에서 70여 개 SMR이 개발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가 2019년부터 전략적 협력관계를 맺고 있는 미국 뉴스케일파워의 SMR 모델은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의 설계인증 심사를 2020년 처음으로 통과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국내 투자사들과 함께 뉴스케일파워에 1억400만달러의 지분을 투자하며 수조원 규모의 기자재 공급권도 확보했다. 2019년에는 뉴스케일파워로부터 SMR 제작성 검토 용역을 수주해 작년 1월 완료했다. 2029년 준공을 목표로 뉴스케일파워가 미국 아이다호주에 추진 중인 UAMPS 프로젝트에 공급할 SMR 본제품 제작에 들어갈 예정이다. 올해 SMR 제작에 사용되는 대형 주단 소재 제조를 시작하고, 2023년 하반기 SMR 본제품 제작에 들어가겠다는 목표다.

○한발 앞선 수소 연료전지

그룹의 연료전지 계열사인 두산퓨얼셀은 수소연료전지 발전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앞세워 국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두산퓨얼셀이 주력으로 생산하는 제품은 440㎾ 인산형 연료전지(PAFC)다. 수소와 산소의 화학반응으로 전기와 열을 동시에 생산하고 청정수소 및 부생수소, 천연가스, LPG(액화석유가스) 등 다양한 에너지원을 활용할 수 있다. 두산퓨얼셀 연료전지의 국산화율은 98%에 달하며 국내 280개 협력업체와 함께하고 있다. 세계 최초 부생수소 연료전지발전소인 대산 수소연료전지발전소, 세계 최대 규모인 신인천 빛드림 수소 연료전지발전소 모두 두산퓨얼셀이 연료전지를 공급했다.

두산퓨얼셀은 트라이젠(Tri-gen)을 통해 부족한 수소 충전 인프라 확대에 기여할 예정이다. 트라이젠은 수소, 전기, 열 세 가지 에너지를 사용처에서 필요한 만큼 동시에 생산할 수 있는 제품이다. 대형 튜브 트레일러가 운송하는 기존 수소 유통 시스템은 많은 에너지와 비용을 소모한다. 올해 상용화를 앞두고 있는 트라이젠은 연료전지의 빠른 응답속도를 기반으로 충전소에서 필요한 만큼 수소와 전기, 열을 생산해 즉시 공급한다. 블루·그린수소가 공존하는 수소경제 초기에 가장 경제적인 복합 충전 솔루션이 될 수 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두산은 작년 9월 수소연료전지 연구개발을 담당하는 전문회사 두산에이치투이노베이션을 설립하고 2023년까지 한국형 고체산화물연료전지(SOFC)를 개발할 예정이다. 한국형 SOFC는 PAFC에 비해 전력 효율이 높고, 기존 SOFC보다 약 200도 낮은 620도에서 작동해 기대 수명이 길다. 강한 내구성을 바탕으로 불규칙한 충격이 가해지는 해상에서 활용할 수 있어 발전용과 함께 선박용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두산퓨얼셀은 SOFC 제품 양산을 위해 지난 4월 새만금 산업단지에 50㎿ 규모의 SOFC 공장을 착공했다. 2023년까지 준공, 양산 체제를 갖추고 2024년 발전용 SOFC, 2025년 선박용 SOFC 시장에 순차적으로 진출할 계획이다.

○글로벌 톱5 진출한 협동로봇

박정원 회장
박정원 회장
두산은 협동로봇 시장 진출을 위해 2015년 두산로보틱스를 설립했다. 전 직원의 약 40%를 연구개발(R&D) 인력으로 구성해 로봇 하드웨어 및 연관 소프트웨어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기존 산업용 로봇은 안전 펜스를 설치해 작업자와 따로 분리된 상태에서 작업해야 하지만, 협동로봇은 펜스 없이 작업자 곁에서 함께 일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작업자와 업무를 분담함으로써 생산 효율을 높일 수 있다.

두산로보틱스는 2017년 첫 제품 출시 3년 만에 미국, 유럽 등 25개국에 진출했으며 업계에서 가장 많은 라인업을 보유하고 있다. 국제공인시험인증기관인 티유브이슈드(TUV SUD)의 기능 안전 평가에서 업계 최고 수준을 획득했다. 2018년부터 줄곧 국내 협동로봇 시장 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다. 판매 대수와 매출은 연평균 70%씩 성장하고 있다. 북미, 서유럽 등 해외 판매 비중이 늘어나면서 지난해 국내 협동로봇 기업 최초로 연간 판매량 1000대를 돌파하며 ‘글로벌 톱5’에 진입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