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수원 KTX 차질이 현대로템 탓?…"적자 응찰 어떻게 하나"
현대로템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허종식 의원의 “‘인천발·수원발 KTX 사업 차질’의 이유가 현대로템에 있다”는 주장에 대해 11일 강하게 반박했다. 그러면서 “국민 교통 접근성과 편익 증대를 위해 국산 고속열차 납품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발표했다.

허 의원실은 지난해 코레일이 발주한 고속철 사업에 차질이 빚어지는 이유로 “현대로템이 수량이 적고 가격이 낮다는 이유로 응찰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현대로템은 이에 대해 “고속차량은 구매 수량에 따라 제작 금액이 크게 달라지는 주문 제작품”이라며 “(해당 사업에 응찰하지 않은 이유는) 이로 인해 제작 원가가 가파르게 상승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입찰을 하면 적자가 나는 구조여서 부득이하게 응찰할 수 없었다는 설명이다.

주문 제작품은 주문자의 수요에 맞춰 주문이 들어올 때마다 규격이나 설계 등을 다르게 한정 생산하는 다품종 소량으로, 일반 공산품과 다르다. 고속차량은 원소재부터 1만2000여종에 달하는 부품에 이르기까지 협력업체를 통해 구매해 조립·제작되는 주문 제작품이다.

현대로템은 “부품마다 발주처의 설계승인을 받아 고속차량을 제작하고 있다”며 “원소재부터 완제품까지 철도안전법에 따른 시험 및 검사를 매번 비용을 납부하도록 규정돼 ‘규모의 경제’가 이뤄지지 않으면 제작원가가 가파르게 오르는 구조”라고 했다. 현대로템은 부품 개발비, 금형비, 시험검사비 등 일회성 비용을 지급하고 있다. 이 비용은 부품 수량에 따라 균등 배분돼 구매 수량이 적으면 최종 원가가 올라간다.

현대로템은 “부품 제조원가나 생산성이 어느 수준 이상이 유지되려면 최소한의 발주 물량이 필요하다는 ‘최소 발주수량’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가령, 1회 검사 비용이 160원이면 이를 16량짜리 고속차량에 나눠 부담했을 때(량당 10원)와 160량(량당 1원)짜리 고속차량에 나눠 부담했을 때 량당 제작 단가가 크게 달라진다는 설명이다.

현대로템은 “원가를 낮추고 발주처가 원하는 예정 단가를 맞추기 위해 발주처인 코레일에 수원인천발 16량과 평택오송선 120량을 통합발주 해달라고 요청했다”고 했다. 코레일은 올해 7월 수원인천발 16량과 평택오송선 120량을 합친 136량으로 통합발주를 진행한다는 사전규격공개를 냈다.

현대로템은 적자를 감수하면서도 사업에 뛰어든 이력도 있다. 지난 2016년에 발주된 EMU-260 30량 사업에서 예정가격이 예산 대비 77% 수준으로 낮게 책정돼 손실을 보며 계약을 진행했다. 이런 이유로 현대로템의 철도부문은 2018~2021년 2391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현대로템은 3개 기업의 철도사업 부문을 통합해 설립한 철도차량 제작업체다. 국가기간산업인 철도차량산업의 불필요한 자국 내 출혈경쟁을 막기 위해 외환위기 이후 정부의 중복투자사업 구조조정 계획에 따라 통합됐다. 프랑스, 독일 등 해외 철도 선진국들도 1국 1사 체제 기반을 운영 중이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