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본토 코로나19 감염자가 50여일 만에 다시 2000명을 넘어섰다. 상하이 등에선 재봉쇄 공포가 확산하고 있다. 중국 경기 하강의 최대 원인으로 꼽히는 '제로코로나'를 완화해야 한다는 분석이 많지만 공산당은 국민들에게 여전히 인내심을 요구하고 있다.

11일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에 따르면 전날 중국 본토 코로나19 감염자는 2089명으로 집계됐다. 지난 8월19일(2011명) 이후 처음으로 2000명을 넘었다. 지난 1~7일 국경절 연휴를 계기로 코로나19가 전국에 다시 확산했다.

상하이에선 9일 34명, 10일 28명 등 최근 두 자릿수 감염이 지속되면서 봉쇄 가능성이 부상하고 있다. 3~5월 봉쇄를 경험했던 상하이 시민들은 이미 음식과 생필품 사재기에 나섰다. 한인타운이 있는 민항구는 이미 상당수 아파트단지가 봉쇄식 관리에 들어갔다. 푸퉈구와 창닝구는 오락시설 영업을 중단시켰다. 상하이시는 10일부터 시 방문자에게 도착 24시간 이내 1회 포함 3일 내 3회의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의무화했다.

감염자가 집중 발생하고 있는 네이멍구자치구의 구도 후어하오터시는 10일부터 봉쇄에 들어갔다. 수도 베이징과 가까운 산시성 융지시는 감염자가 발생하지도 않았는데 지난 7일부터 이동제한령을 내렸다. 산시성 펀양시는 9일 1명이 양성반응을 보이자 10일부터 무기한 봉쇄에 들어갔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3연임을 결정하는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 개최일(16일)이 다가오면서 코로나19 방역 통제가 더 강화되고 있다. 이에 중국 국민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중국판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광둥성 선전에선 지난달 말 수천명이 봉쇄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신장위구르자치구에선 봉쇄 지역에서 식량을 공급받지 못한 주민들이 항의하자 지방 관리들이 사과하기도 했다. 단체 행동이나 시위가 매우 드문 중국이지만, 고강도 통제가 일상화되자 시민들의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표적 보수 논객으로 꼽히는 후시진 전 환구시보 편집장은 웨이보에 "중국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통제를 선택한 나라이고 경제적 대가를 치르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봉쇄식 관리에 참을 수 없다고 느낀다"고 지적했다.

모건스탠리는 올해 중국의 재정적자 규모가 정부 목표치인 3조3700억위안을 크게 웃도는 4조위안(약 805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적자의 절반이 코로나19 방역 비용 때문에 발생한다는 분석이다. 코로나19 통제는 소비 심리를 위축시켜 내수 경기를 끌어내리고 있다.

하지만 중국에선 시 주석이 이번 당대회에서 3연임을 확정한 이후에도 '제로코로나'를 유지할 것이란 예상이 많다. 최소한 시 주석이 국가주석으로 재선임되는 내년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까지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란 관측이다.

제로코로나로 관료들을 긴장시키고 국민 통제를 강화하는 효과를 거둔만큼 지도부가 쉽게 내려놓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시 주석의 최측근 중 하나로 꼽히는 차이치 베이징시 당서기는 지난 6월 베이징 당대표대회에서 향후 5년의 중점 사업을 보고하면서 '상시화된 전염병 예방과 통제'를 제시했다. 이에 '5년 유지설'도 제기되고 있다.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는 전날 '현재의 코로나19 방역 정책에 대한 믿음과 인내심을 증강해야 한다'는 보도로 방역 정책 유지 필요성을 강조했다. 매체는 "코로나19가 아직 떠나지 않았고, 큰 시험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며 "탕핑(포기)에는 활로가 없고 지키는 것이야말로 승리"라고 썼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