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리더의 시각
소재용 신한은행 S&T센터 리서치팀장

[마켓PRO]"강달러 피크아웃? 아직 안심할때 아냐"

어지러울 정도로 혼란스러웠던 9월 외환시장과 달리 10월은 달러-원 환율이 하락으로 시작하며 한결 차분해진 분위기이다. 거친 상승세를 이어가며 1500원마저 뚫어 버릴 기세로 거침없이 올라가던 환율이 1440원선에서 물러나기 시작해 어느덧 1300원대로 복귀하려는 양상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환율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던 금융시장에게는 안도감을 불러 올 수 있는 움직임이다.

지난 9월에는 예상보다 매파적인 연준의 통화기축 스탠스로 강달러가 공고해지는 국면에서 우크라이나 긴장감, 영국의 재정확대, 크레디트 스위스에 대한 유동성 위기 우려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반영되며 미달러에 더욱 힘을 실어준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영국 신임 총리가 대규모 감세안을 비교적 신속하게 철회하고 크레디트 스위스가 자구안 마련 의지를 밝히며 금융시장의 불안감은 진정되었다. 여기에 연이어 50bp 인상을 이어가던 호주 중앙은행이 25bp로 감속하자 연준 피봇에 대한 기대감을 심어주며 미달러 반락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었다.

이러한 글로벌 불확실성이 완화되며 안도 랠리를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은 분명 다행스럽다. 그러나 영국 재정 이슈, 크레디트 스위스의 유동성 문제 그리고 호주 중앙은행의 감속 행보에는 글로벌 금융시장에 누적된 본질적인 위험이 무엇인지를 직시할 수 있는 사건으로 바라볼 수 있다. 1980년대 후반 이후 가장 빠르고 공격적인 연준의 금리인상으로 경기침체 위험이 조금씩 더 현실화되고 있는 가운데 금융위기로의 이전에 대한 의문들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켓PRO]"강달러 피크아웃? 아직 안심할때 아냐"
현재의 고물가 고금리 구조가 위험한 이유는 그간 부채의 화폐화를 통해 형성된 자산시장의 과열과 과잉 부채에 직격탄을 날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금융위기의 속성을 일반화하기는 쉽지 않지만, 근본적으로 자산 가격 급락에 따른 손실과 디레버리징이 배경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과잉 부채로 인한 취약지구를 노리기 마련이다. 이번 영국 사태의 근원은 늘어난 정부부채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이 자리잡고 있으며, 크레디트 스위스는 레버리지 투자로 인한 손실이 배경에 깔려있다. 또한 호주는 가계부채가 취약지구인데 최근 주택가격이 연이어 하락하면서 중앙은행의 경계감이 커진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바라보면 최근 전개되고 있는 안도 랠리를 맘 편히 바라보기가 쉽지 않다. 금융시장의 본격적인 회복과 추세적인 원화 강세를 뒷받침하려면 이벤트적인 안도가 아니라 경기와 통화정책에 대한 확신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장단기금리차로 추정한 미국의 1년 후 침체확률은 어느덧 58%로 올라와 있고, 글로벌 제조업 PMI는 코로나 충격 이후 처음으로 기준치를 밑돌며 실물경기의 앞날은 어두워지고 있다. 그리고 연준은 이미 공격적인 금리인상을 선언하며 일정 부분의 희생을 감수할 것임을 시사하였다. 사실 영국과 크레디트 스위스 그리고 호주 중앙은행 등 일련의 이벤트 리스크가 연준이 우선시하는 인플레이션 위험보다 당장 더 크게 느껴질지 지는 의문이다.

<1980년대 이후 연준 금리인상 종결 전후 달러 인덱스 추이>
[마켓PRO]"강달러 피크아웃? 아직 안심할때 아냐"
물론 시간이 흐르면 어느 시점에 연준이 금리인상 행보를 멈추고 경기와 물가의 밸런스를 맞추기 위한 금리인하로 스탠스를 신속히 전환할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11월과 12월 FOMC를 지나야 연준의 속마음을 읽을 수 있을 듯하다. 따라서 당면한 문제는 글로벌 경기침체와 디레버리징 위험으로 인한 파장이다. 그리고 이러한 변수들이 과거에도 연준의 금리인상 마지막 국면까지 미달러에 힘을 실어주는 원동력이 되었다는 점을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연준의 금리인상 마지막 6개월 전부터 5% 이상 미달러 강세가 시현되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언제던지 달러-원 환율이 100원 정도는 쉽게 오를 수 있는 환경인 만큼 아직은 조심스러운 대응이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