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 막으려 도입된 '유해위험방지계획서'…위반 건수 급증
건설업 분야 등의 산업재해를 줄이기 위해 도입된 유해위험방지계획서 제출 제도가 현장서 제대로 지켜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박대수 국민의힘 의원(환경노동위원회)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유해위험방지계획서를 제출하지 않아 적발된 건수는 2019년에 대비해 2.2배 증가했다. 또 이로 인해 부과된 과태료 또한 같은 기간 2.3배로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유해위험방지계획서는 건설업 등 사업주가 스스로 사업장의 유해물질이나 위험 요인을 확인하고 그 위험을 방지할 계획을 담은 것으로, 착공 전 산업안전보건공단에 반드시 제출해야 하는 문서다. 사업장에서 설비를 신규 설치하거나 변경하는 경우, 신규 공사 착공하는 경우에도 제출 의무를 지게 된다.

2008년 40명이 목숨을 잃은 이천 냉동창고 화재 참사 이후 도입됐다. 미제출 사업장에는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2019년 유해위험방지계획서를 제출하지 않아 적발된 사업장은 221건(과태료 15억8200만원)이었으나 2021년에는 483건(과태료 36억8900만원)으로 조사됐다.

지방청별로 보면 광주청은 3.2배(18건→58건), 중부청 2.5배(82건→202건), 부산청(29건→69건) 순으로 큰 증가폭을 보였다. 서울청만 10건에서 4건으로 6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4년간 계획서를 미제출한 상위 5개 기업을 살펴 보면, 한화토탈에너지스(6건), 금문산업(4건), 대우건설(4건), 에스케이실트론(4건), 포스코광양제철소(4건), 포스코건설(4건)이 차지했다.

금문산업(연간 매출액 약 800억원) 외에는 모두 대기업이다. 특히 대우건설, 포스코건설은 사업장 규모가 9조원이 넘는데 미제출시 부과되는 1000만원 이하 과태료로는 사실상 제도 이행을 강제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 의원은 "건설현장 산재 예방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인 유해위험방지계획서 제출 의무 실효성이 매우 떨어진다" 며 "당국의 철저한 관리감독과 더불어 과태료 상향도 검토해야한다"고 말했다.

고용부 측은 "2020년과 2021년은 유해위험방지 계획서를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 사업장에 대한 조사가 진행돼 부과 건수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