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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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발 기준금리 인상 등 고강도 통화 긴축 여파로 13년 만에 연 7%대 대출 금리 시대가 열리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3연속 ‘자이언트 스텝(한 번에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으로 한국은행도 올해 남은 10, 11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 추가 인상을 저울질하고 있어 연말에는 대출금리 상단이 연 8%를 넘어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대출금리가 가파르게 뛰면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족’과 ‘빚투(빚내서 투자)족’ 등 대출자의 이자 상환 부담이 눈덩이처럼 커질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을 보유하고 있는 대출자들은 고정형(혼합형) 주담대로 갈아타고 신규 대출을 받아야 하는 경우엔 금리 변동 영향을 적게 받는 상품을 택하라고 조언한다.

금융채 금리 12년 만에 연 5% 돌파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이달 고정형 주담대 금리는 상단이 연 7%를 넘어섰다. 약 2개월 전인 7월 16일(연 6.12%)과 비교해 금리 상단이 1%포인트 넘게 뛰었다.

고정형 주담대 금리 산정 지표로 쓰이는 금융채(무보증·AAA) 5년 만기 금리가 12년 만에 연 5%를 돌파할 정도로 가파르게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채 5년 만기 금리는 지난달 26일 연 5.129%를 기록했다. 2010년 3월 2일(연 5.14%) 이후 12년 만에 최고치다. 올초(연 1.628%)와 비교해선 3.5%포인트 치솟았다.

5년 전 연 3% 금리로 3억원의 고정금리 주담대(30년 만기·원리금균등상환)를 받았다면 금융채 상승분(2.394%→5.129%)만 반영해도 연 5%대 금리가 적용된다. 원리금 상환액은 월 126만원에서 174만원으로 뛰어 연간 576만원가량 이자 부담이 늘어난다.

금융채 금리 상승은 변동형 주담대 금리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도 끌어올린다. 은행이 매달 새로 조달한 자금이 기준이 되는 코픽스엔 예·적금 금리와 금융채 등이 영향을 미친다. 변동금리 주담대도 상단이 연 7% 턱밑까지 오른 상태다. 직장인들이 주로 쓰는 신용대출도 최고 금리 역시 연 7%를 웃돈다. 신용등급 1등급인 경우에도 연 5% 후반 이자를 물어야 신용대출을 받을 수 있다.

한국은행이 연말까지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주담대 금리 상단이 연 8%를 찍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시장에선 한은이 이달 ‘빅스텝(한 번에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어 올해 마지막인 11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려 주담대 금리가 기준금리 상승 폭(0.75%포인트)만큼만 높아져도 연 8%에 근접한다.

금리 상한형·신잔액 코픽스 대안

전문가들은 기존 변동금리 대출자들은 지금이라도 고정금리 대출 상품으로 갈아타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우선 안심전환대출 등 정책금융 가입 조건이 되는지 따져봐야 한다. 안심전환대출은 집값이 4억원 이하이고 부부 합산 소득이 7000만원 이하인 1주택자의 주담대를 2억5000만원까지 고정금리 대출로 바꿔주는 정책성 상품이다. 금리가 최저 연 3.8%(청년층은 3.7%)로 낮은 편이고 중도상환 수수료도 없다.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기업은행 및 주택금융공사에서 오는 17일까지 신청받는다. 올해 계획했던 25조원 규모만큼 대출이 나가지 않으면 주택 가격 등 조건이 완화될 가능성이 크다. 안심전환대출을 받았다가 은행 대출로 갈아타도 중도상환 수수료는 안 내도 된다.

앞으로도 지속적인 금리 상승이 예상되는 만큼 금리 상승폭이 제한되는 금리 상한형 주담대를 이용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만하다. 일반 대출금리보다 최대 0.2%포인트 금리가 높지만 금리 갱신 시 직전 금리 대비 연간 0.45∼0.75%포인트로 금리 상승이 제한된다. 5년간 최대 상승 폭도 2%포인트로 제한된다. 금리 상한형 주택 대출은 기존 대출에 특약을 추가하는 형태로 이용할 수 있다.

대출 원금 상환을 고려한다면 중도상환 수수료를 따져 봐야 한다. 시중은행 대부분은 대출 실행일로부터 3년이 지나면 중도상환 수수료를 면제한다. 일부 은행은 실행 3년 전이라도 매년 원금의 10%까지는 중도상환 해도 수수료를 받지 않고 있다.

당장 금리가 더 낮은 변동금리로 신규 대출을 받으려면 상대적으로 금리 상승분이 늦게 반영되는 신(新)잔액 코픽스에 연동된 대출 상품이 유리하다.

8월 기준 신규 코픽스는 연 2.25%, 신잔액 기준 코픽스는 1.79%로 집계됐다. 하지만 금리 하락기에는 반대로 신잔액 코픽스의 금리가 더 완만한 속도로 떨어지기 때문에 신규 취급액 코픽스보다 불리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