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국제유가가 내림세를 보였다. 중국의 코로나19 봉쇄 조치 강화도 유가를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11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원유(WTI) 11월물 가격은 전날 보다 배럴당 1.78달러(1.95%) 하락한 89.3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WTI 가격은 지난 5일 산유국 협의체인 OPEC+의 대규모 원유 감산 결정 이후 급등하며 배럴당 90달러를 돌파했었다. 하지만 곧이어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가 확산하면서 3거래일 만에 다시 90달러선 아래로 밀려났다.

런던ICE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12월물 가격은 전날 대비 1.90달러(1.98%) 내린 94.29달러에 마감했다.

전날(10일) 국제기구를 비롯한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서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한 목소리로 터져 나왔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앞서 예고한대로 내년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재차 하향했다. 지난 1월 내년 성장률 예상치를 3.8%로 제시했다가 4월에 3.6%로 하향한 데 이어 7월에 2.9%로 낮춘 후 다시 0.2%포인트 하향 조정한 2.7%로 수정했다.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기존대로 3.2%를 유지했다.
WTI와 브렌트유 가격./사진=오일프라이스닷컴 캡처
WTI와 브렌트유 가격./사진=오일프라이스닷컴 캡처
IMF는 "십 년간 볼 수 없었던 높은 인플레이션과 대부분 지역에서의 긴축,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 코로나19 대유행이 경제 전망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피에르-올리비에르 고린차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세계 경제 전망 수정보고서 발표 직후 브리핑에서 "최악은 아직 오지 않았다"면서 "많은 이들에게 2023년은 경기침체처럼 느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날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최고경영자(CEO)도 "유럽은 이미 경기침체 상태이며 미국은 6~9개월 내 경기침체에 직면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시장분서업체 오안다는 "유가가 이날 수요 전망에 대한 부정적 악재가 겹치면서 하락했다"면서 "IMF의 보고서가 내년 글로벌 침체에 대한 우려를 높였고, 체코 헝가리 등 유럽의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너무 높으며 중앙은행들이 심각한 침체를 야기할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이 강력한 제로 코로나 정책을 유지하고 있는 점도 유가 하방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은 오는 16일 개박하는 공산당 20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 개막을 앞두고 고강도 봉쇄조치를 이어가고 있다.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는 중국이 코로나19 봉쇄 조치를 고수하면 원유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