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의를 듣고 있다./사진=뉴스1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의를 듣고 있다./사진=뉴스1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2일 "최근 2~3년 간의 부동산 가격 급등과 가계부채 확대가 금융불안의 원인이 된 측면이 있다"며 "국민 고통은 크지만 더 큰 경제적 손실을 막기 위해 금리 인상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이날 10월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정례회의 직후 가진 '통화정책방향 관련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높아진 물가를 안정시켜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금통위는 10월 기준금리를 기존 연 2.5%에서 3%로 0.5%포인트(p) 인상했다. 기준금리가 연 3%대로 올라선 건 2012년 9월 이후 10년 만이다.

다만 이날 단행된 역대 두 번째 빅스텝 결정에 금통위원들의 의견은 갈렸다. 주상영, 신성환 금통위원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총재는 "최종 기준금리를 3.5%로 보는 시장 기대치에 대해 다수의 금통위원이 비슷한 견해를 가지고 있고 이보다 낮게 보는 위원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고물가 기조로 인해 금리 인상 기조를 지속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물가 상승률이 5%대가 되면 기대인플레이션을 유발하고 국내 경제에 더 나쁜 영향을 줄 수 있어, 물가 중심으로 경제를 운영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내년 1분기까지 5~6%대 이상의 물가 오름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고물가가 이어지면 원인이 수요 측이든 공급 측이든, 경기를 희생하든지 간에 금리 인상 기조를 가져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했다. 사진=뉴스1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했다. 사진=뉴스1
이 총재는 1400원대를 돌파한 뒤 연일 치솟는 환율에 대해서도 견해를 내놨다. 그는 원·달러 환율 급등이 우리나라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은 아니라면서도 "국내 금융 시장에 관련 리스크가 전이될 위험성이 있다. 9월 들어 원화 가치가 대폭 하락(원·달러 환율 급등)한 점도 빅스텝을 단행한 주요 배경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환율 상승 기대감이 커지면서 쏠림 현상 및 자본유출 우려가 커졌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그는 "고환율을 잡기 위해 Fed를 따라 기계적으로 금리를 올리진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금리인상에 따른 국민 경제의 부담에 대해서도 우려를 드러냈다. 그는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인해 빚을 내 집을 산 차주들과 이자 부담에 따른 국민들의 고통을 알고 있다"며 "한 번에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리면 가계와 기업을 합쳐 이자부담이 12조2000억원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계부채 수준이 높고, 대부분 변동금리이기 때문에 자이언트 스텝(0.75%포인트 인상)이 아닌 빅스텝만으로도 충분히 충격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번 빅스텝이 가계부채의 성장속도를 1%포인트 둔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 본다"고 덧붙였다.

채선희 / 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csun0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