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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인드 인터뷰

저점 형성한 종목 많아…매수 시점은 '글쎄'
외인·기관 수급 주체 공백도 문제…"장기 관점 투자해야"
"목표가 하향 리포트 속 상향 종목 찾아야"
[마켓PRO] "이 종목, 밸류에이션 매력적인데…당장 사라고 말못해"
"현재 주가는 저렴한데, 당장 사라고 강력하게 말하진 못하겠습니다. 요즘 같은 장에선 개별 종목별로 접근하는 전략이 통한다는 분석이 많죠, 하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해야 한다는 점은 잊지 않아야 합니다."

최근 한 대형 증권사 종목 담당 애널리스트 A씨가 기자에게 이같이 말했다. 주식 시장이 하염없이 무너져 내리는 가운데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의 고심도 커지고 있다. 밸류에이션에 근거한 기업평가가 시장에서 점차 설득력을 잃고 있기 때문.

요즘 같은 하락장에선 '호실적'이 주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이다. 대부분의 전문가는 옥석가리기를 통한 종목별 접근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는데, 이는 실적을 중심으로 종목 투자에 나서야 한다는 이야기다.

A씨도 종목별 차별화 장세를 전망하고 있다. 백화점 등 유통주와 2차전지 관련 업종의 실적을 주목하고 있다. 그는 "소비 둔화 우려와 달리 백화점 매출 성장세가 꺾이지 않고 있는데, 대표 종목으론 '신세계'가 있다"면서 "2차전지 업종에선 '삼성SDI'를 꽤 괜찮은 종목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A씨는 '매수' 시점을 두고선 말을 아꼈다. 저렴한 밸류에이션에도 예상과 다르게 주가가 부진하기 때문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선 주가가 오르겠지만, 단기적으로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봤다. 투자 시점에 따라 자칫 힘든 투자가 될 수 있다.
사진=한경 DB
사진=한경 DB
그는 요즘 같은 장에서 밸류에이션 평가 등 기존 공식이 통하질 않는다고 말한다. A씨는 "달러화 관련 상품을 제외하곤 모든 자산의 가격이 깨졌다(하락했다)"면서 "저를 포함한 다른 애널리스트들도 현재 담당하는 종목이나 업종의 밸류에이션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하지만, 강하게 매수를 추천하진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선 주가가 더 빠질 수 있다는 시장의 우려감이 크다고 말한다. 인플레이션 관련 지표가 긍정적으로 발표될 때마다 미 Fed의 긴축 완화 등의 전망이 나오는데, 노이즈로 작용하고 있단 설명이다. 그는 미 Fed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 행보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 종목의 주가가 저점을 형성했지만, 매수 주체가 없다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여기서 매수 주체는 외국인과 기관의 수급을 의미한다. A씨는 "개인투자자들의 자금이 외국인과 기관의 수급까진 채우기엔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다"면서 "주가가 오르기 위해선 외국인과 기관이 빠져나간 자금의 자리를 다른 주체(새로운 외국인과 기관)가 채워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이달 11일까지 외국인과 기관은 국내 주식시장에서 각각 15조9300억원, 14조9600억원어치 주식을 팔아치운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개인 홀로 31조6900억원어치 주식을 사들인 것으로 집계됐다.

A씨는 차라리 지금 같은 상황에선 현금을 쥐고 있는 게 방어 전략이라고 말한다. 당장은 주식 매수 후 2~3일 정도 보유한 뒤 매매하는 '스윙매매' 전략이 통하겠지만, 개인들의 경우 자칫 손실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조언했다. 최소 1년 이상 주식을 보유할 생각으로 투자에 나서야 한다는 의미다.

그는 연말로 갈수록 주가 변동 폭이 커질 것으로 봤다. A씨는 "밸류에이션과 다르게 주가가 움직이고 있다"면서 "악재가 대부분 반영될 것으로 보는 연말에 투자 기회를 모색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요즘 증권사 리서치센터의 주된 업무는?

▶A애널리스트: 연초와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어, 투자처 발굴보단 목표주가를 낮추는 등 컨센서스 하향에 업무가 쏠리고 있어, 이건 우리 하우스(리서치센터) 외에도 대부분이 그런 거 같더라.

▷기자: 컨센서스 하향이라니?

▶A애널리스트: 최근 시장에선 경기 침체 우려가 나오는데, 이 부분을 반영해서 다시 종목별 실적 추이를 살펴보는 거지, B종목이 속해 있는 산업이 향후 침체될 것으로 보이면, 실적 전망치를 낮추고 목표주가를 조정한다는 의미야.

▷기자: 그럼 요즘 같은 장에선 투자처 발굴이 힘들까?

▶A애널리스트: 우선 최근에 나온 증권사 리포트를 보면 목표주가 하향이 엄청 많을 거야. 근데 하향 조정 속에서도 목표가가 올라가는 종목은 눈여겨볼 필요가 있어. 경기 침체 우려에도 불구하고 펀더멘털이 견고하다는 의미니까.

류은혁 한경닷컴 기자 ehr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