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무용단 창작무용극…무대 위 대형 수조에서 선보이는 역동적 군무
수중에서 펼치는 저항과 활주의 춤…무용극 '폴링워터:감괘'
온몸에 물을 머금고 발을 잡아끄는 저항과 싸우며 힘겹게 움직이던 무용수의 몸짓이 결단을 내린 듯 한순간에 달라진다.

물의 무게에 지지 않고 물살을 거칠게 가르며 미끄러지고, 발로 차고 손으로 던진다.

모든 춤이 끝나고 무용수들이 나간 무대에는 그들이 만들어낸 물의 파장이 한동안 이어진다.

무대 위 대형 수조에서 펼쳐지는 서울시무용단의 창작 무용극 '폴링워터: 감괘'가 오는 21∼22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다.

지난해 4월 '감괘'라는 이름으로 초연한 작품으로 1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오른다.

역학(易學)에서 세계를 인식하고 설명하는 기호인 '팔괘' 중 하나인 '감괘'(坎卦)를 8장 구성의 한국 무용 공연으로 풀어냈다.

운명과 물을 상징하는 '감괘'의 의미를 표현하기 위해 발목 높이의 물을 채운 가로 18m, 세로 12m 크기의 대형 수조가 무대로 사용된다.

예술감독 및 총괄 안무를 맡은 정혜진 서울시무용단장은 12일 세종문화회관 무용단연습실에서 열린 연습실 공개 행사에서 "물은 생명의 근원인 동시에 인간이 살면서 겪는 고난과 역경을 상징한다"며 "이러한 어려움을 헤쳐나가는 인간의 의지와 힘을 표현하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수중에서 펼치는 저항과 활주의 춤…무용극 '폴링워터:감괘'
무대를 채운 2t(톤)가량의 물은 무용수들의 움직임을 방해하기도, 극대화하기도 하는 또 다른 출연진이다.

무용수들의 발끝에서 피어나는 물보라는 이들이 몸으로 그리는 감정을 증폭시킨다.

튀어 오른 물방울들은 웅장한 음악에 맞춰 무용수들과 공중에서 함께 춤춘다.

정 단장은 "이 공연에서 물은 하나의 출연자고, 물의 역할이 매우 크다"며 "물이 작품의 에너지를 채워준다"고 말했다.

안무는 물과 무용수의 움직임이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철저히 계산돼 만들어졌다.

안무를 함께 맡은 김성훈 안무가는 "물에 의해 움직임이 더 극대화되고 그 에너지가 관객석으로 전달될 수 있도록 물이 튀기는 정도를 계산하고 연구해서 안무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수중에서 펼치는 저항과 활주의 춤…무용극 '폴링워터:감괘'
작품에서 물이 고난과 역경을 상징하듯, 물과 함께하는 공연의 준비는 서울시무용단원들에게도 쉽지 않은 과제다.

정 단장은 "무용수들이 물의 저항력과 싸우며 춤을 추고 나면 근육은 쉽게 지치고 체온은 빠르게 떨어진다"며 "물 위에서 미끄러지거나 눈에 물이 들어가는 순간들과 싸워가며 단원들의 의지로 연습하고 있다"고 전했다.

물이 만들어내는 고난과 아름다움을 모두 온몸으로 마주하는 무용수들의 움직임은 눈을 떼기 힘들게 만든다.

고요한 독무부터 남녀 무용수의 애절한 2인무, 20여 명의 무용수가 한 몸처럼 움직이는 대형 군무 등 다양한 구성의 장면이 이어지며 동양 철학의 세계관을 춤으로 그려낸다.

수중에서 펼치는 저항과 활주의 춤…무용극 '폴링워터:감괘'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