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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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락장이 이어지면서 저가에 '장투(장기 투자)'할 종목을 찾는 월가 움직임이 분주해진 가운데 씨티그룹이 연료전지 종목 4곳에 '매수' 의견을 내놨다. 수소차 시장을 포함한 연료전지 산업 규모가 2040년 내에 1800억달러(약 257조원) 수준으로 성장할 것이란 낙관에 근거해서다.

씨티그룹 "탈탄소, 에너지 공급망 구축에 연료전지 부합"

11일(현지시간) 투자정보매체 마켓워치는 "씨티그룹이 연료전지 시장을 2040년까지 가장 빠르게 성장할 시장 중 하나로 꼽았다"며 "전기 배터리가 차지할 수 없는 친환경 에너지 시장에서 연료전지 산업의 가능성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마틴 윌키 씨티그룹 리서치 애널리스트는 이날 고객들에게 "연료전지 시장 규모는 연평균 35% 성장해 2030년 400억달러(약 57조원) 수준에 기록한 뒤 2040년 내에 1800억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료전지는 수소, 천연가스 등의 자원을 전기로 바꾸는 제품이다. 올해 주식시장에서 연료전지 시장의 분위기는 비관적이었다. 지난해 초 친환경 에너지 유망주로 인기를 끌던 연료전지종목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화석연료 가격이 뛰면서 '찬밥' 신세가 됐다. 대표적인 연료전지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인 '퓨전 퓨엘 그린 PLC'는 올 들어 주가가 56.4%나 떨어졌다. S&P500 지수 하락폭인 25%를 2배 이상 웃돈다. 친환경 차량 시장에서도 연료전지를 활용하는 수소차보다는 배터리를 활용한 전기차가 더 각광을 받는 상황이었다.

씨티그룹은 주가 급락으로 가치 재조정이 일어난 가운데 EU, 미국 등에서 친환경 에너지 개발에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한 점을 긍정 평가했다. 윌키 애널리스트는 "연료전지는 탈탄소 추세와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망을 확보하려는 추세에 모두 부합한다"며 "대형 상업용 차량과 선박처럼 탄소 저감이 어려운 시장에서 특히 중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플러그파워, 2025년 아마존에 액화수소 공급

씨티그룹은 연료전지 관련 업체 중 미국 플러그파워에 '매수' 의견을 내놨다. 플러그파워는 지난 4월 월마트의 트럭에 액화수소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한 수소 연료전지 업체다. 8월엔 아마존과 2025년부터 연간 1만950톤의 액화수소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미국 뉴욕주 제네시에 하루 45톤 규모 액화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도 건설 중이다. 지게차 5만대가 하루 내내 쓰는 연료를 공급할 수 있는 수준으로 내년 하반기 공장 가동이 목표다.
미국 플러그파워의 수소 연료전지를 활용한 지게차. 자료=한경DB
미국 플러그파워의 수소 연료전지를 활용한 지게차. 자료=한경DB
유럽에선 영국 세레스파워, 벨기에 유미코아가 유망 종목으로 꼽혔다. 세레스파워는 독일 보쉬, 국내 기업인 두산과 함께 연료전지 대량생산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에 생산거점을 마련하기 위해 보쉬, 중국 자동차 부품업체인 웨이차이와 내년 초 설립을 목표로 합작법인(JV) 구성을 논의 중이다. 유미코아는 폭스바겐의 배터리 사업체인 파워코와 지난달 26일 30억유로(약 4조1600억원) 규모 JV 설립 계획을 발표한 소재 전문 업체다. JV를 통해 2030년 안에 연간 160기가와트 용량을 충당할 수 있는 양극재·전구체 생산시설을 구축하는 게 목표다.

아시아에선 수소차 시장을 개척 중인 일본 도요타자동차가 추천 종목으로 이름을 올렸다. 도요타는 1회 충전에 850㎞ 주행이 가능한 수소차 '미라이' 2세대를 공급 중이다. 최근 시장 성적은 내리막이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도요타는 지난 1~8월 수소차 판매량이 2561대를 기록해 전년 동기(4406대) 대비 42% 감소했다. 씨티그룹은 독일 다임러트럭, 볼보, 이탈리아 이베코그룹 등 수소차 생산을 추진 중인 다른 기업들도 주목할 만한 연료전지 종목으로 분류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