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다큐멘터리는 지루?...편견 깬 오바마의 넷플릭스 다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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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5부작 다큐멘터리
'지구상의 위대한 국립공원'
'지구상의 위대한 국립공원'
젊은 암컷 퓨마가 초원에서 풀을 뜯고 있던 과나코 무리를 보고 몸을 바싹 낮춘다. 과나코가 호숫가에서 목을 축이려 고개를 숙이는 순간, 퓨마가 그들을 향해 돌진한다. 숨막히는 추격전 끝에 퓨마는 자신보다 3배나 큰 과나코의 등에 올라타 목덜미를 덥썩 문다.
목을 흔들며 퓨마를 떼어내려는 과나코와 날카로운 이빨로 급소를 노리는 퓨마의 신경전이 이어진다. 마침내 과나코는 퓨마를 뿌리치고 가까스로 초원을 빠져나온다. 긴장감 가득한 이 장면은 마치 한 편의 액션 영화를 연상시킨다.
넷플릭스의 5부작 다큐멘터리 ‘지구상의 위대한 국립공원’은 ‘동물 다큐멘터리는 지루하다’는 편견을 깬다. 이 다큐멘터리에는 스토리가 있다.
아빠 마운틴고릴라에게 잘 보이기 위해 대나무를 능숙하게 타려다가 풀썩 떨어지는 세 살 난 아기 고릴라, 기나긴 가뭄과 밀렵 위험 속에서 살아남은 50살짜리 ‘슈퍼 터스커’ 코끼리 등을 보다 보면 그들만의 이야기에 빠져든다.
이 작품은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에게 ‘에미상’을 안겨주기도 했다. 지난달 초 열린 에미상 시상식에서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이 작품의 내레이션으로 ‘우수 내레이터 상’을 수상했다. 1956년 최초의 TV 기자회견을 한 것으로 특별상을 받은 드와이트 아이젠하워에 이어 에미상을 받은 두 번째 미국 대통령이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전문 성우 버금가는 차분하고 신뢰감 있는 목소리로 ‘대자연의 보고’인 국립공원을 조명한다. 그는 평소에도 산림과 수자원 보호에 앞장서왔다.
유년시절을 하와이에서 보낸 오바마 전 대통령은 스스로 자연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고 말한다. 그의 어머니는 그가 뱃속에 있을 때부터 하나우마 베이의 파도소리를 태교음악 삼아 들었다.
1부는 이 하나우마 베이를 시작으로 마다가스카르의 베마라하 칭기, 코스타리코의 마누엘 안토니오 등 다양한 국립공원을 보여준다. 2부부터는 칠레 파타고니아, 케냐 차보, 미국 몬터레이만 국립해양보호구역, 인도네시아 구눙 레우스르를 차례대로 심도 있게 조명한다.
국립공원은 동물원처럼 동물들을 풀어놓고, 인간이 그 모습을 관찰하는 이분법적인 공간이 아니다. 인간과 동물이 자연 속에서 함께 살아가는 공간이다. 르완다 화산국립공원이 대표적이다. 이곳의 희귀종인 황금원숭이는 먹이를 구하기 위해 종종 국립공원의 경계 밖으로 벗어난다.
농부들은 기꺼이 농가에서 키운 감자를 원숭이에게 내준다. 이들은 야생동물 관광명소로 얻은 수익으로 보조금을 받기 때문에 손해를 입지 않는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이 모습을 “인간이 자연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지속가능한 모델”이라고 설명한다.
외부와 단절된 국립공원에서 살아가는 희귀한 동물들과 이들의 특이한 행동이 웃음을 자아내기도 한다. 하마가 바다에 몸을 맡기며 마치 ‘서퍼’처럼 파도를 타는 모습은 콩고 열대우림과 대서양이 만나는 아프리카 가봉의 로안고 국립공원에서만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어미 남방해달이 갓 태어난 새끼 수달의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갑판의 빈 자리를 찾지만, 너무 높아 올라가지 못하고 낑낑대는 모습은 한 편의 시트콤과도 같다.
이 작품은 모바일로 보는 것보다 TV 등 대형 화면을 통해 볼 것을 추천한다. 큰 화면으로 볼수록 대자연의 경이로움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목을 흔들며 퓨마를 떼어내려는 과나코와 날카로운 이빨로 급소를 노리는 퓨마의 신경전이 이어진다. 마침내 과나코는 퓨마를 뿌리치고 가까스로 초원을 빠져나온다. 긴장감 가득한 이 장면은 마치 한 편의 액션 영화를 연상시킨다.
넷플릭스의 5부작 다큐멘터리 ‘지구상의 위대한 국립공원’은 ‘동물 다큐멘터리는 지루하다’는 편견을 깬다. 이 다큐멘터리에는 스토리가 있다.
아빠 마운틴고릴라에게 잘 보이기 위해 대나무를 능숙하게 타려다가 풀썩 떨어지는 세 살 난 아기 고릴라, 기나긴 가뭄과 밀렵 위험 속에서 살아남은 50살짜리 ‘슈퍼 터스커’ 코끼리 등을 보다 보면 그들만의 이야기에 빠져든다.
이 작품은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에게 ‘에미상’을 안겨주기도 했다. 지난달 초 열린 에미상 시상식에서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이 작품의 내레이션으로 ‘우수 내레이터 상’을 수상했다. 1956년 최초의 TV 기자회견을 한 것으로 특별상을 받은 드와이트 아이젠하워에 이어 에미상을 받은 두 번째 미국 대통령이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전문 성우 버금가는 차분하고 신뢰감 있는 목소리로 ‘대자연의 보고’인 국립공원을 조명한다. 그는 평소에도 산림과 수자원 보호에 앞장서왔다.
유년시절을 하와이에서 보낸 오바마 전 대통령은 스스로 자연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고 말한다. 그의 어머니는 그가 뱃속에 있을 때부터 하나우마 베이의 파도소리를 태교음악 삼아 들었다.
1부는 이 하나우마 베이를 시작으로 마다가스카르의 베마라하 칭기, 코스타리코의 마누엘 안토니오 등 다양한 국립공원을 보여준다. 2부부터는 칠레 파타고니아, 케냐 차보, 미국 몬터레이만 국립해양보호구역, 인도네시아 구눙 레우스르를 차례대로 심도 있게 조명한다.
국립공원은 동물원처럼 동물들을 풀어놓고, 인간이 그 모습을 관찰하는 이분법적인 공간이 아니다. 인간과 동물이 자연 속에서 함께 살아가는 공간이다. 르완다 화산국립공원이 대표적이다. 이곳의 희귀종인 황금원숭이는 먹이를 구하기 위해 종종 국립공원의 경계 밖으로 벗어난다.
농부들은 기꺼이 농가에서 키운 감자를 원숭이에게 내준다. 이들은 야생동물 관광명소로 얻은 수익으로 보조금을 받기 때문에 손해를 입지 않는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이 모습을 “인간이 자연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지속가능한 모델”이라고 설명한다.
외부와 단절된 국립공원에서 살아가는 희귀한 동물들과 이들의 특이한 행동이 웃음을 자아내기도 한다. 하마가 바다에 몸을 맡기며 마치 ‘서퍼’처럼 파도를 타는 모습은 콩고 열대우림과 대서양이 만나는 아프리카 가봉의 로안고 국립공원에서만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어미 남방해달이 갓 태어난 새끼 수달의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갑판의 빈 자리를 찾지만, 너무 높아 올라가지 못하고 낑낑대는 모습은 한 편의 시트콤과도 같다.
이 작품은 모바일로 보는 것보다 TV 등 대형 화면을 통해 볼 것을 추천한다. 큰 화면으로 볼수록 대자연의 경이로움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