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천안, 강원 원주 등 배후 수요가 탄탄한 지방 중소도시에서 외지인들의 ‘원정 투자’가 줄을 잇고 있다. 천안시의 한 아파트 단지. 이혜인 기자
충남 천안, 강원 원주 등 배후 수요가 탄탄한 지방 중소도시에서 외지인들의 ‘원정 투자’가 줄을 잇고 있다. 천안시의 한 아파트 단지. 이혜인 기자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전국 부동산시장이 얼어붙고 있지만 충남 천안 서북구와 강원 원주 아파트엔 여전히 외지인의 ‘원정 투자’가 몰리고 있다. 전체 아파트 매매 거래의 40% 가까이를 외지인이 차지할 정도다. 탄탄한 배후 수요 외에도 매매가에 비해 높은 전세 가격으로 초기 자금 부담이 적은 게 외지인이 몰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거래의 40%가 외지인…미분양도 ‘뚝’

이 하락장에…천안·원주는 '원정 투자' 북적
12일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지난 6~8월 전국에서 외지인들의 아파트 매매 거래가 가장 많이 증가한 지역은 천안 서북구다. 이 기간의 매매 총 1253건 가운데 39.1%인 491건이 외지인 거래로 분석됐다. 이 중 서울 거주자가 사들인 경우도 111건(22.6%)으로 집계됐다. 서북구 아파트를 산 외지인 다섯 명 중 한 명꼴로 서울 거주자란 얘기다.

천안 동남구 역시 이 기간 전체 749건의 아파트 매매 거래 중 외지인이 차지한 비중이 33.2%(749건)로 나타났다. 아실 관계자는 “두 곳 모두 외지인 아파트 매매 거래가 증가한 상위 지역”이라고 설명했다.

외지인들이 적극적으로 아파트를 사들이면서 천안의 미분양 물량도 빠르게 줄고 있다. 2019년만 해도 월별 미분양 물량이 1300~1500가구에 달했지만 2020년엔 300가구대로 급감하더니 올 들어선 120가구 안팎으로 유지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난 9월 말부터 동남·서북구가 조정지역대상에서 벗어난 상태라 앞으로 비규제 지역의 이점도 누릴 것으로 내다봤다.

원주도 외지인 매매 거래가 빠르게 증가한 지역 중 한 곳이다. 최근 3개월간 총 1208건의 아파트 매매 거래 중 377건(31.2%)이 외지인 거래로 나타났다. 원주는 지난해 9월 이후 월별 기준 미분양 ‘제로(0)’를 기록하고 있다. 원주는 줄곧 부동산 비규제 지역을 유지하고 있다.

○배후수요 ‘탄탄’…성장 가능성에 ‘베팅’

전문가들은 다른 지방 중소 도시에 비해 탄탄한 기업 배후 수요를 이들 지역의 경쟁력으로 꼽았다. 천안 서북구에는 천안제3산업단지, 천안제4일반산업단지, 천안산업기술일반산업단지 등이 밀집해 있다. 또 내년 준공을 목표로 천안테크노파크 일반산업단지와 북부BIT 일반산업단지가 조성되고 있다.

원주에는 한국관광공사, 국민건강보험공단, 국립공원공단 등 13개 공공기관이 입주해 있다. 첨단의료산업단지와 상업·주거·공공시설 등이 갖춰진 원주 기업도시엔 임플란트 제조 업체인 네오바이오텍 등 굵직한 업체들이 입주를 앞두고 있다. 다양한 주택 수요와 함께 지역 경제의 성장 잠재력도 높다는 평가다. 공공기관·대기업·협력 업체 직원들을 중심으로 수요가 갖춰진 만큼 교통·상권 등 기반시설의 조성 속도도 빠른 편이다. 여기에 매매 가격에 비해 전세 가격이 상대적으로 높아 갭 투자(전세 낀 매매)가 가능해 절세를 노린 공시가격 1억원 미만 아파트에 외지인의 투자가 잇따르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공시가격이 1억원 미만이면 보유 주택 수와 상관없이 기본 취득세율(1.1%)만 내면 된다. 올 8월 기준 서북구와 원주의 매매 가격 대비 전세 가격은 각각 80.2%, 76.3%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통상 기업 일자리 창출이 가능한 지역은 지역경제 활성화와 중장기 부동산 가치 상승 등의 낙수 효과에 대한 기대로 투자금이 몰리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