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의 비밀병기 NPE…"가상공간서 인류 연결"
“세계 인구 절반인 40억 명이 디지털에서 소외돼 있습니다. 메타(옛 페이스북)의 궁극적 목표는 이들을 가상공간에서 하나로 연결하는 것입니다.”

메타의 ‘비밀 병기’로 불리는 NPE(신상품 실험 조직)의 총책임자인 이메 아치봉 부사장은 최근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린 세계 최대 컴퓨터그래픽 콘퍼런스 ‘시그라프 2022’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그동안의 디지털 플랫폼은 선진국 위주였지만 메타버스는 아프리카 등 소외된 국가의 구석구석까지 잇는 하이퍼 커넥티드(초연결)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했다. NPE는 2019년 출범한 메타의 신사업 전담 조직으로 업무가 베일에 가려져 있다. NPE 수장이 국내 언론과 인터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치봉 부사장은 “NPE의 기술은 디지털로부터 소외된 국가 시민을 대상으로 한다”며 “이들 나라에서 쏟아지는 열정적인 아이디어를 다시 새로운 제품에 반영하는 선순환이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테슬라의 스타링크가 전 지구를 연결하고 중국 틱톡이 쇼트폼(짧은 동영상)을 앞세워 글로벌 트렌드를 주도하듯, 메타는 메타버스를 80억 인류를 잇는 차세대 소통 플랫폼으로 키우겠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초연결’을 둘러싼 빅테크 경쟁이 더 달아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김영민 서울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메타버스가 아우르는 기술은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디스플레이 등 엄청나게 다양하다”며 “어떤 방향으로 메타버스 세계를 구축할지 빅테크도 확신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페이스북에 앞서 싸이월드를 내놓은 한국에 아직 기회가 있다는 설명이다.

"싸이월드 탄생한 한국…메타의 신사업 전진기지 될 것"

이메 아치봉 메타 NPE 부사장(사진)은 2019년 이후 최근까지 세계 100여 개 국가를 다녀왔다. 다양한 개발자 및 기획자와 소통하기 위해서다. 그는 “페이스북이 추구하던 ‘연결성(connectivity)’의 개념조차 없는 개발도상국이 여전히 많다”고 했다. 메타가 최근 글로벌 지사를 늘리고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NPE는 최근 인공지능(AI) 개발자 플랫폼인 인월드 AI에 대한 투자를 주도했다. 나이지리아에 이어 두 번째로 한국을 글로벌 거점으로 점찍고 지사를 열었다. 한국에 지사가 열린 배경엔 싸이월드 등 독자 SNS 플랫폼 탄생 국가였다는 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치봉 부사장은 가상현실(VR) 기기의 변화가 시작되면 NPE의 역할이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증강현실(AR) 글라스, 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HMD) 등에 큰 변화가 올 것이라는 신념이 있다”며 “3차원(3D) 이미지를 만드는 도구들도 함께 정교해진다면 사람들이 콘텐츠를 제작하고 공유하는 표현 행위가 더 창의적으로 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메타의 VR 기기인 ‘오큘러스 퀘스트2’는 지난해 누적 판매량 1000만 대를 넘겼다. 손으로 촉각을 느끼게 하는 장치, 학습형 AR 시스템 등 신형 VR 기기를 만드는 ‘리얼리티랩스’ 역시 NPE의 파트너 조직이다.

아치봉 부사장은 메타 내에서도 다양성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흑인 중에선 최고위 임원에 오른 그는 예일대에서 컴퓨터를 공부하고 IBM에서 근무하다가 2010년 메타에 합류했다. 그는 “‘참을성’을 뜻하는 나이지리아어 ‘이메(ime)’를 내 이름으로 쓸 정도로 정체성을 항상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아치봉 부사장은 메타에서 그가 걸어온 길에 회사의 미래 전략이 숨어 있다고 했다. 핵심은 백인 중심 ‘디지털 전환’의 타파다. 그는 “메타의 다음 세대 여정엔 그동안의 디지털 전환에서 소외된 유색인종들이 반드시 함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밴쿠버=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