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광출판사가 출판한 사진집 <관조(觀照)>는 관조 스님이 1970년대 초반부터 약 30년간 촬영한 사진 20만여점 중 270여점을 엄선해 담았다.
관조 스님의 맏상좌(첫 제자)인 승원 스님은 "관조 스님께서 남기신 한 컷, 한 컷의 귀하고 소중한 작품을 보고 있으면 스님의 사진에 대한 열정이 얼마나 치열했는지 고스란히 느껴진다"며 "관조 스님이 남긴 사리"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승원 스님은 대한불교조계종 기획실장을 지냈고 현재 경기 가평 백련사 주지다. 사진집의 시작은 관조 스님의 출가 본사이자 평생을 주석했던 부산 범어사 사진. 당간지주, 천왕문, 탑, 대웅전, 불상, 탱화, 문살, 단청 등 사찰 곳곳의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다. 성철 스님과 경봉 스님 등 당대 고승들의 사진도 고스란히 담겼다. 관조 스님은 필름카메라를 고수했는데, 필터나 인공 조명은 쓰지 않는 것으로 유명했다. 주로 대상을 정면으로 담는다. 아웃포커싱된 사진도 드물다. 기교 없이 대상을 직시하는 사진이다.
생전 관조 스님은 '왜 사진을 찍느냐'는 어느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고 전해진다.
"사진은 나와 상대를 동시에 정화시킵니다. 사진을 찍으면서 나 자신이 정화되고 사진을 보면서 사람들이 정화되기를 바랍니다."
오는 24일 백련사에서 관조 스님 부도(탑)와 비 제막식, 사진집을 봉헌하는 16주기 다례재가 거행될 예정이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