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12일(현지시간) 3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세계 원유 수요 전망치를 낮춘 영향이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경기침체 우려 확산도 원인이다.

이날 브렌트유 선물(12월물 기준)은 전 장보다 2%(1.84달러) 하락한 배럴당 92.45달러로 마감했다. 서부텍사스원유(WTI) 선물(11월물)은 전 장보다 2.3%(2.08달러) 떨어진 배럴당 87.27달러로 거래를 마감했다. 브렌트유와 WTI 선물은 이날까지 3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최근 한달 동안 국제유가 동향>
<최근 한달 동안 국제유가 동향>
이날 OPEC은 보고서를 내고 올해 원유 수요량이 하루 264만배럴, 내년 수요량이 하루 234만배럴 늘어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놨다. 이는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보다 하향 조정된 수치다. OPEC이 지난달 낸 보고서 대비 올해 원유 수요량 예측치는 하루 46만배럴, 내년 수요량 예측치는 하루 36만배럴 줄었다. OPEC은 중국의 코로나19 확산 억제책, Fed 등의 기준금리 인상, 고공행진하는 물가상승률, 지정학적 긴장 등을 반영해 원유 수요량 예측치를 내놨다. 앞서 OPEC 회원국들과 러시아 등 비(非) OPEC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는 다음달인 11월부터 하루 200만배럴씩 감산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세계 경제 둔화로 원유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이어지고 있다. OPEC은 이번 보고서에서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1%에서 2.7%로 하향 조정했다. OPEC은 또 내년 세계 경제성장률 예상치를 3.1%에서 2.5%로 낮췄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60달러대로 주저앉을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RCB캐피털마켓은 극심한 경기침체가 일어날 경우 내년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60달러대 초반까지 밀릴 수 있다는 예측을 내놨다. 단 여러 변수가 있기 때문에 국제유가 향방을 단언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같은 날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9월 생산자물가지수(PPI)도 국제유가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9월 미국 PPI는 전월보다 0.4% 오르며 시장 추정치를 상회했다. 전월 대비 하락세를 보인 7월과 8월 대비 상승 전환한 것이다. 이를 두고 시장에서는 Fed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다음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도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상을 이어갈 가능성이 커졌다고 봤다. 이날 공개된 Fed의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의사록에 따르면 참석자 대부분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필요한 만큼 긴축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단 일부는 속도 조절의 필요성을 거론하기도 했다.

한편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장관은 러시아 원유 가격 상한을 배럴당 60달러로 할 것을 제안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은 12월 5일부 발표를 목표로 러시아 원유 가격 상한제를 논의 중이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