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비 수직 상승…천하의 애플도 흔들?! [서기열의 실리콘밸리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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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14 고가 모델 수요 탄탄
PC, 태블릿 시장서 애플은 넘사벽
PC, 태블릿 시장서 애플은 넘사벽
지난달 공개된 아이폰14의 생산비용이 약 20% 증가했다고 합니다. 그 때문에 마진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란 지적이 나오는데요. 한편으로는 고가 모델인 아이폰14 프로와 프로 맥스의 수요가 강력하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애플이 경기둔화의 초입에서 과연 어떤 성적표를 내놓을까요? 저는 자리를 옮겨 자세한 분석으로 이어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일본 닛케이에 따르면 애플의 최신 스마트폰인 아이폰14을 분해한 결과 생산 비용은 아이폰13 대비 약 20% 올라 사상 최고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닛케이는 새로운 기능이 부족하다고 평가했는데요. 독점적인 4nm 칩과 새로운 카메라 부품 등을 포함한 초고성능 기기를 선보이려는 애플의 전략을 그대로 보여줬다고 합니다.
애플은 아이폰14의 가격을 미국을 포함한 북미 등에서 올리지 않았는데 생산 비용의 증가는 결국 영업이익 감소로 나타날 수 있다. 분해를 맡았던 포말하우트테크노솔루션은 “애플이 신기능으로 경쟁하기 힘든 만큼 고성능 부품을 탑재하는 전략으로 경쟁 제품과 차별화 하는 수 밖에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포말하우트테크노솔루션은 아이폰14 프로와 프로 맥스의 부품 기준 생산 비용을 501달러로 추산했습니다. 작년에 출시했던 아이폰13 프로 맥스보다 60달러 이상 증가한 수준입니다. 13.6% 증가했습니다. 최고급 맥스 모델의 부품가격은 2018년 맥스가 처음 출시된 이후 400~450달러 수준이었는데 이번 모델은 500달러를 넘어선 것입니다. 생산비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 겁니다. 아이폰14 프로 맥스의 가격은 2018년 이후 총액과 증가폭 모두 최고 수준입니다.
미국에서는 저장 공간이 적은 아이폰14 프로 맥스가 1099달러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이는 2018년 XS 맥스와 같은 가격입니다. 생산비가 늘어난 부분을 소비자에 전가하기보다 스스로 부담하기로 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생산 비용의 증가는 A16 바이오닉 프로세서가 사용된 데서 기인합니다. 아이폰14 프로와 아이폰14 프로 맥스에는 A16 바이오닉이 사용됐습니다. A16 바이오닉의 가격은 개당 110달러로 아이폰13 프로 맥스에 사용됐던 이전 버전인 A15보다 2.4배 이상 비쌉니다.
미국 퀄컴은 오랫동안 아이폰에 통신 칩을 공급했으나 최근 애플은 새로운 아이폰에 자체 설계한 칩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애플은 2019년 인텔로부터 스마트폰용 칩 제조 노하우를 받아들였습니다. 퀄컴과 지적재산권 분쟁이 2년을 끌다가 2019년 최종 타결된 뒤 자체 칩의 활용을 더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카메라 부품을 살펴보면 아이폰14은 소니의 CMOS 이미지 센서를 장착했습니다. 이전 모델보다 크기가 30% 이상 크고, 가격은 50%가량 비싼 15달러입니다. 소니의 이미지 센서는 이미지 노이즈가 상대적으로 적어 저조도 환경에서도 우수한 성능을 발휘하도록 설계됐다고 합니다. 고화질 사진과 동영상을 찍고나서 소프트웨어로 후보정할 필요성을 줄였다고 하죠. 이를 포함한 다른 카메라 부품은 아이폰이 다양한 조명 환경 아래서도 밝고 선명한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아이폰14는 전작과 마찬가지로 애플이 경쟁사인 삼성으로부터 공급받은 일렉트로루미네센트 디스플레이를 탑재했습니다. 아이폰14은 2018년 애플이 영국 다이얼로그 세미컨덕터의 지분 일부를 인수한 이후 애플이 자체 개발한 전력 관리 칩도 탑재했습니다. 아이폰14 부품을 국가별로 살펴본 결과 미국이 32.4%로 가장 비중이 높았습니다. 미국산 부품 사용 비중이 높아진 것은 애플이 자체 설계한 부품을 더 많이 채용한 영향입니다. 아이폰13 대비 10%포인트 가량 높습니다. 작년에 30% 이상을 차지하며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던 한국은 5%포인트 가량 떨어진 24.8%로 한 계단 내려온 겁니다.
애플의 아이폰 생산기지 전략에도 변화가 감지됩니다 애플은 아이폰 조립을 폭스콘의 중국에 생산공장에서 대부분 해왔습니다. 최근 미중 무역 갈등이 심화되면서 인도를 비롯해 베트남 등 동남아 지역으로도 다변화하고 있죠. 기타 부품 공급망도 변화가 예상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왜 아이폰이 애플 실적에서 중요할까요? 애플 매출의 절반 가량이 아이폰에서 나오기 때문입니다.
아이폰의 주요 조립업체인 폭스콘의 실적에서 애플의 실적을 유추해볼 수 있습니다. 폭스콘은 9월 매출이 총 8223억대만달러(259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40.4%, 8월 대비 83.2% 증가했다고 밝혔습니다. 닐 샤 카운터포인트 리서치 파트너는 “폭스콘의 기록적인 수익이 더 높은 가격의 아이폰 14 프로와 프로 맥스 모델에 대한 "수요 급증"에 힘입었다”고 분석했습니다. 폭스콘은 4분기 실적전망도 “계속해서 긍정적”이라고 밝히며 연간 전망을 유지했습니다. 아이폰의 충전 시스템이 현재 라이트닝에서 USB-C 타입으로 바뀔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지난주 유럽의회는 EU에서 판매되는 휴대전화, 태블릿, 카메라 등 전자제품에 2024년 말까지 USB 타입-C 충전 포트를 장착하도록 하는 법안을 승인했습니다. 내년에 출시될 아이폰 15에서 변화가 감지됩니다. 벤 우드 CCS 인사이트 수석 분석가는 "애플이 내년 아이폰15을 내놓을 땐 USB-C로 전환해야 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말했습니다. 애플이 이미 맥북과 아이패드 프로를 USB-C로 전환했기 때문에 이런 변화는 시작됐다고 내다봤습니다. 아이폰14은 외형적으로는 크게 바뀐 게 없다는 평가가 있었는데요 아이폰15은 디자인에서 크게 바뀔 수 있고, 이런 변화 속에 충전 시스템을 바꿀 수도 있겠다는 겁니다. 블룸버그는 지난 5월 애플이 USB-C 충전으로 미래 아이폰 모델을 테스트하고 있지만 그것들은 빨라야 2023년에나 나올 것이라고 보도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애플 아이패드가 압도적인 점유율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스탯카운터에 따르면 아이패드의 태블릿 시장 점유율은 51.2%에 달합니다. 애플은 2017년부터 태블릿 부문의 절대 강자가 됐죠. 애플이 새로운 아이패드 모델에 새로운 기능을 계속 도입하고 있고, 아이패드 프로와 아이패드 미니 모델을 활용해 고객 기반을 기업과 교육 부문에서 고객 기반을 확장하고 있다고 봤습니다. 전세계 PC 판매가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데 애플만 성장세를 나타냈습니다. IDC에 따르면 3분기 PC 출하량은 8730만대로 전년 동기(7430만대) 대비 14.9% 감소했습니다. 주요 PC업체 가운데 HP는 출하량이 약 28%, 델은 21%, 레노보는 16% 줄었으나 애플은 40% 증가하며 돋보였습니다.
투자은행 UBS는 투자 의견을 유지했습니다. 아이폰14의 하이 엔드 모델에 대한 수요가 예상했던 대로 강력하게 지지되고 있어서 로 엔드 모델에서 수요 약세를 상쇄한다는 분석입니다. 모건스탠리는 앱스토어의 9월 매출이 5% 감소했다고 분석했습니다. 앱스토어 미국 캐나다 일본에서 매출이 5%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2015년 데이터 모델링을 한 이후 가장 큰 폭의 감소입니다. 특히 게임 분야의 매출이 14% 감소했습니다.
최근 애플 소식들을 쭉 짚어봤는데 긍정적인 소식과 함께 부정적인 뉴스도 섞여있습니다. 오는 27일(한국시간 28일)로 예정된 3분기 실적 발표에 관심이 쏠립니다.
실리콘밸리에서 서기열 특파원이었습니다.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