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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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처음 기소된 두성산업이 법원에 이 법의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다. 법의 주요 내용이 헌법상 명확성의 원칙과 과잉금지 원칙 등에 위배된다고 본 것이다. 중대재해법의 위헌성 논란이 한층 불붙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두성산업은 13일 법률대리를 맡은 법무법인 화우를 통해 창원지방법원에 중대재해법의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다고 이날 밝혔다. 두성산업의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여 헌법재판소에 정식으로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하면 헌재의 판단이 나올 때까지 진행 중인 재판은 일시 중단된다.

에어컨 부품 제조회사인 두성산업은 지난 2~3월 유해 화학물질인 트리클로로메탄(클로로포름) 급성 중독으로 직원 16명이 독성간염에 걸렸다. 이 사고로 지난 6월 말 회사 대표가 기소됐다. 검찰은 두성산업이 클로로포름이 포함된 세척제를 사용하면서도 사업장에 국소배기장치 등 안전장치를 설치하지 않아 이 같은 사고가 일어났다고 보고 있다. 중대재해법 제2조 2호는 동일한 유해 요인으로 직업성 질병자가 1년 안에 3명 이상 발생하면 중대산업재해로 규정한다.

두성산업은 사고 원인과는 별개로 중대재해법 자체가 헌법에 위배된다고 보고 있다. 일단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 등은 사업주나 법인 또는 기관이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종사자의 안전보건상 유해 또는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그 사업 또는 사업장의 특성 및 규모 등을 고려해 다음 각 호에 따른 조치를 하여야 한다’는 내용과 안전보건 확보 의무 중 하나로 ‘재해 예방에 필요한 인력 및 예산 등 안전보건 관리체계의 구축 및 그 이행에 관한 조치’를 규정한 내용에 대해선 헌법상 명확성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봤다. 두성산업 측은 “규정 내용이 모호하고 불명확하고 자의적인 법해석이나 법집행이 배제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 회사는 “경영책임자 등이 짊어지는 형사책임이 과하다”고도 지적했다. 두성산업 측은 “범죄의 실태와 죄질의 경중, 이에 대한 행위자의 책임, 처벌 규정의 보호법익 및 형벌의 범죄 예방효과에 비춰 책임과 형벌간 비례원칙을 포함하는 침해의 최소성 원칙, 법익 균형성의 원칙 등을 충족하지 못해 과잉금지 원칙을 위배한다”고 했다. 또한 “중대재해법 위반이 음주운전으로 피해자를 사망하게 만든 경우(5년 이하 금고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보다 무거운 처벌을 받게 돼 있어 평등원칙에도 위배된다”고 비판했다. 중대재해법은 사망자가 나왔을 때 1년 이상 30년 이하 징역, 부상자가 나왔을 때는 7년 이하 징역을 선고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두성산업이 위헌법률심판을 정식 신청하면서 위헌 논란이 한층 달아오를 전망이다. 최근 검찰 내부에서도 중대재해법의 위헌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이다. 노정환 울산지검장은 지난달 말 울산지검에서 열린 중대재해·산업안전 세미나에서 “중대재해법은 경영책임자 등에게 ‘안전·보건 관계 법령’에 따른 관리 조치 의무를 부과하는데 구체적인 내용이 담겨야 할 시행령에서조차 이 법령이 무엇인지 명확히 규정하고 있지 않다”며 “‘무엇을 준수해야 위법이 아닌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위헌성 시비를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분위기로 미뤄볼 때 검찰이 중대재해 사건을 재판에 넘기기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고용부에서 받은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중대재해 발생 현황’에 따르면 중대재해법이 시행된 지난 1월 27일부터 9월 30일까지 발생한 중대재해는 443건이다. 이 중 기소의견으로 송치된 사건은 21건, 기소된 기업은 두성산업이 유일하다.

한법재판관 출신인 안창호 화우 변호사는 “불명확한 범죄 구성 요건과 과중한 형사처벌을 규정한 중대재해처벌법의 위헌성이 인정돼 이 법이 보다 예측 가능하고 명확한 내용으로 보완됨으로써 중대재해를 예방하는 법제로 개선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