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공항시대 '킬러콘텐츠'…군위 산자락 66만㎡ 수목원 '사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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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태창철강 설립자 유재성 회장
수십 년간 모은 노거수·돌·미술작품
조경·건축 어우러진 '자연 속 미술관'
수목원 내 소요헌·소대·내심낙원
'건축계 노벨상' 받은 알바루 시자 작품
수십 년간 모은 노거수·돌·미술작품
조경·건축 어우러진 '자연 속 미술관'
수목원 내 소요헌·소대·내심낙원
'건축계 노벨상' 받은 알바루 시자 작품
‘건축의 시인’이라 불리는 포르투갈 출신 세계적 건축가인 알바루 시자의 작품은 한국에 총 여섯 개가 있다. 파주 헤이리마을 출판단지의 미메시스 아트뮤지엄, 아모레퍼시픽 용인연구소, 안양예술공원의 파빌리온 등 세 개가 있고 나머지는 지난해 9월 개장한 경북 군위군 부계면의 사유원에 있다. 소요헌과 소대, 내심낙원이다.
사유원은 대구 태창철강의 설립자인 유재성 회장이 군위 산자락에 조성한 66만㎡의 수목원이다. 말이 수목원이지 유 회장이 기업을 경영하면서 수십 년간 거액을 투자해 모은 노거수와 돌, 미술작품, 조경과 건축작품이 어우러진 ‘세계에 하나뿐인’ 자연 속 미술관이다. 유 회장이 탄생시킨 새로운 예술 장르인 셈이다. 사유원에 참여한 예술가만 11명이다. 건축가 승효상을 비롯해 최욱, 박창열, 조경가 가와기시 마츠노부, 정영선, 박승진, 김현희, 조명가 고기영, 석공 윤태중, 서예가 웨이량이다. 사유원과 9.3㎞ 떨어진 팔공산 정상까지 수천만 평의 풍경이 미술관의 차경으로 들어온다. ‘세계에 하나뿐인 미술관’이라고 하는 이유다.
경북 군위군 부계면의 사유원이 대구경북통합신공항시대의 ‘킬러콘텐츠’로 떠올랐다. 대구경북 공항경제권의 대표적인 문화 예술공간이자 사색과 사유, 쉼의 공간이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아니라 민간 기업의 노력으로 탄생했다. 그래서 벤치마킹의 대상이 될지언정 다른 지자체가 쉽게 따라할 수 없는 작품이다. 사유원에는 수많은 이야기가 곳곳에 숨어있다. 그 이야기 중 하나가 모더니즘 건축의 거장인 시자의 건축이다. 시자는 1992년 건축계의 노벨상이라는 프리츠커상을 받았다. 사유원은 개장 이후 한정된 고객만 받는 예약제로 운영되고 있다. 그럼에도 1년 만에 2만 명이 다녀갔다. 한상철 사유원 상무는 “방문객의 80%는 다른 지역에서, 그중 60%는 수도권일 정도로 수도권이 먼저 반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건축을 공부하거나 가르치는 전문가들이 가장 먼저 다녀갔다. 하지만 요즘엔 MZ세대(밀레니얼+Z세대)와 여성의 방문이 많다는 것이 사유원 측 설명이다.
사유원 정문인 치허문을 통과하면 비나리길과 초하루길에 올라 백색의 콘크리트 벽을 마주한다. 콘크리트 표면에는 나뭇결이 새겨져 있다. 시자의 작품 소요헌이다. 전시가 없는 건축 작품 자체가 미술관인 공간이다. 단순한 형태에서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백색 건축물을 주로 만들어 건물이 하나의 조각처럼 보이게 한다. 1933년생인 그에게 ‘건축의 시인’이라는 별명이 따라다니는 이유다. 시자의 소요헌 작품은 당초 스페인 마드리드의 현상공모에 당선돼 피카소뮤지엄으로 지어지고 파블로 피카소의 게르니카가 걸릴 계획이었다. 그러나 게르니카 유치가 어려워지자 계획이 취소됐다. 유 회장의 집념 어린 노력 끝에 사장된 도면이 사유원으로 옮겨왔다. 추가 설계를 거쳐 그의 작품은 소요헌으로 탄생했다. 콘크리트 벽을 지나 Y자 모양으로 생긴 소요헌의 한쪽 끝으로 내려가면 지붕을 뚫고 떨어지는 코르텐강의 철제 구조물이 있다. 한 상무는 “이 작품은 무모한 폭력을 상징한다”며 “1937년 독일군의 공습 때 게르니카 주민의 지붕을 뚫고 들어온 포탄을 상징하듯 매달려 있다”고 말했다. 소요헌의 콘크리트 벽과 연도는 ‘단 한 점의 작품’을 마주하기 위한 장치다. 그는 “이 건축이 마드리드에 지어지고 게르니카가 전시됐다면 지붕을 열어놓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붕으로 들어오는 빛이 피카소의 게르니카에 나오는 비둘기를 떠오르게 한다. 또 다른 시자의 작품은 ‘미라도오’라는 시자의 전망대 ‘소대’다. 새 둥지 전망대라는 뜻이다. 소요헌을 전망할 수 있는 곳을 지어달라는 시자의 요청을 유 회장이 받아들여 높이 20.5m로 지었다. 15도 정도 기울어진 전망대에 오르면 사유원과 팔공산의 전경도 볼 수 있다.
시자의 세 번째 작품은 ‘내심낙원’이다. 김익진이 번역한 우징숑의 가톨릭 서적의 제목이 ‘내심낙원’이다.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을 소작농에게 다 나눠 주고, 대구에 정착해 일생을 가톨릭에 바쳐 청빈한 삶을 살다 간 김익진은 사유원 설립자 유 회장의 장인이다.
시자의 건축 이야기는 사유원 곳곳에 숨은 이야기의 일부분이다. 약 2만㎡의 부지에 유 회장이 1980년대부터 모은 수령 300년 이상의 모과나무 108그루와 연당, 채당, 회당 등 세 개의 연못이 있는 풍설기천년은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정원이다.
군위=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
사유원은 대구 태창철강의 설립자인 유재성 회장이 군위 산자락에 조성한 66만㎡의 수목원이다. 말이 수목원이지 유 회장이 기업을 경영하면서 수십 년간 거액을 투자해 모은 노거수와 돌, 미술작품, 조경과 건축작품이 어우러진 ‘세계에 하나뿐인’ 자연 속 미술관이다. 유 회장이 탄생시킨 새로운 예술 장르인 셈이다. 사유원에 참여한 예술가만 11명이다. 건축가 승효상을 비롯해 최욱, 박창열, 조경가 가와기시 마츠노부, 정영선, 박승진, 김현희, 조명가 고기영, 석공 윤태중, 서예가 웨이량이다. 사유원과 9.3㎞ 떨어진 팔공산 정상까지 수천만 평의 풍경이 미술관의 차경으로 들어온다. ‘세계에 하나뿐인 미술관’이라고 하는 이유다.
경북 군위군 부계면의 사유원이 대구경북통합신공항시대의 ‘킬러콘텐츠’로 떠올랐다. 대구경북 공항경제권의 대표적인 문화 예술공간이자 사색과 사유, 쉼의 공간이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아니라 민간 기업의 노력으로 탄생했다. 그래서 벤치마킹의 대상이 될지언정 다른 지자체가 쉽게 따라할 수 없는 작품이다. 사유원에는 수많은 이야기가 곳곳에 숨어있다. 그 이야기 중 하나가 모더니즘 건축의 거장인 시자의 건축이다. 시자는 1992년 건축계의 노벨상이라는 프리츠커상을 받았다. 사유원은 개장 이후 한정된 고객만 받는 예약제로 운영되고 있다. 그럼에도 1년 만에 2만 명이 다녀갔다. 한상철 사유원 상무는 “방문객의 80%는 다른 지역에서, 그중 60%는 수도권일 정도로 수도권이 먼저 반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건축을 공부하거나 가르치는 전문가들이 가장 먼저 다녀갔다. 하지만 요즘엔 MZ세대(밀레니얼+Z세대)와 여성의 방문이 많다는 것이 사유원 측 설명이다.
사유원 정문인 치허문을 통과하면 비나리길과 초하루길에 올라 백색의 콘크리트 벽을 마주한다. 콘크리트 표면에는 나뭇결이 새겨져 있다. 시자의 작품 소요헌이다. 전시가 없는 건축 작품 자체가 미술관인 공간이다. 단순한 형태에서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백색 건축물을 주로 만들어 건물이 하나의 조각처럼 보이게 한다. 1933년생인 그에게 ‘건축의 시인’이라는 별명이 따라다니는 이유다. 시자의 소요헌 작품은 당초 스페인 마드리드의 현상공모에 당선돼 피카소뮤지엄으로 지어지고 파블로 피카소의 게르니카가 걸릴 계획이었다. 그러나 게르니카 유치가 어려워지자 계획이 취소됐다. 유 회장의 집념 어린 노력 끝에 사장된 도면이 사유원으로 옮겨왔다. 추가 설계를 거쳐 그의 작품은 소요헌으로 탄생했다. 콘크리트 벽을 지나 Y자 모양으로 생긴 소요헌의 한쪽 끝으로 내려가면 지붕을 뚫고 떨어지는 코르텐강의 철제 구조물이 있다. 한 상무는 “이 작품은 무모한 폭력을 상징한다”며 “1937년 독일군의 공습 때 게르니카 주민의 지붕을 뚫고 들어온 포탄을 상징하듯 매달려 있다”고 말했다. 소요헌의 콘크리트 벽과 연도는 ‘단 한 점의 작품’을 마주하기 위한 장치다. 그는 “이 건축이 마드리드에 지어지고 게르니카가 전시됐다면 지붕을 열어놓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붕으로 들어오는 빛이 피카소의 게르니카에 나오는 비둘기를 떠오르게 한다. 또 다른 시자의 작품은 ‘미라도오’라는 시자의 전망대 ‘소대’다. 새 둥지 전망대라는 뜻이다. 소요헌을 전망할 수 있는 곳을 지어달라는 시자의 요청을 유 회장이 받아들여 높이 20.5m로 지었다. 15도 정도 기울어진 전망대에 오르면 사유원과 팔공산의 전경도 볼 수 있다.
시자의 세 번째 작품은 ‘내심낙원’이다. 김익진이 번역한 우징숑의 가톨릭 서적의 제목이 ‘내심낙원’이다.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을 소작농에게 다 나눠 주고, 대구에 정착해 일생을 가톨릭에 바쳐 청빈한 삶을 살다 간 김익진은 사유원 설립자 유 회장의 장인이다.
시자의 건축 이야기는 사유원 곳곳에 숨은 이야기의 일부분이다. 약 2만㎡의 부지에 유 회장이 1980년대부터 모은 수령 300년 이상의 모과나무 108그루와 연당, 채당, 회당 등 세 개의 연못이 있는 풍설기천년은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정원이다.
군위=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