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도 정확히 모르는 환율 갯수… 각기 환율 14개 혹은 15개로 보도
새로운 환율 계속 만들어내는 아르헨티나…혼선 가중
아르헨티나 경제부는 12일(현지시간) 외환보유고 강화를 위해 새로운 세 가지 특별 환율을 발표했다고 다수의 현지 매체가 보도했다.

월 300달러 이상 해외에서 카드 사용 시 적용되는 관광 달러(일명 '카타르 달러'), 해외 아티스트들의 현지 공연, 전시회 혹은 저작권 송금에 사용되는 문화 달러('콜드플레이 달러'), 해외 사치품 구매에 적용되는 럭셔리 달러가 바로 새로운 환율 3인방이다.

아르헨티나 환율 춘추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아르헨티나에서 사용되는 달러 환율이 정확하게 몇 개인지를 놓고 전문가들의 의견이 분분할 정도다.

경제 전문 매체 암비토는 14개로 분류하고 있고, 일간지 클라린과 인포바에는 15개로 분류하고 있다.

이들의 각기 다른 기준을 적용하면 17개도 가능하다.

중앙은행의 외환보유고 방어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설명이지만, 경제전문가들 및 야당의 거센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야당 출신 오라시오 라레타 부에노스아이레스 시장은 "이렇게 많은 환율이 있는데 누가 아르헨티나에 투자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며 "도대체 몇 개의 환율이 존재하는지도 알 수 없는 실정"이라며 "(소유한 달러가) 카타르 달러인지 콜드플레이 달러인지 모르는데 아르헨티나에 투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우리는 이런 임시적인 방편이 아닌 (경제)플랜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고 인포바에가 전했다.

다이나 몬디노 경제전문가는 "이제 여름 휴가철이 되어 인접국에 바캉스를 가려면 정부는 또다시 새로운 환율 일명 '코스킨(아르헨티나 유명 하계 음악 페스티벌) 달러'를 만들어야 할 것"이라며 인접국 교통수단에는 카타르 달러가 적용되지 않는 점을 우회적으로 비난했다.

조엘 루피에리 EPyCA 컨설팅 애널리스트는 이번 조치에 대해 "이러한 경제 왜곡은 날이 갈수록 소비와 투자에 어려움을 가중시킨다"라며 라레타 시장과 같은 시각을 피력했다.

아르헨티나 보수 일간지 클라린은 '100년 동안의 고전 : 모든 취향에 맞는 환율을 제공하는 아르헨티나'라는 경제 칼럼에서 1930년대 경제 대공황부터 시작된 아르헨티나의 환율 이원화를 되돌아보면서 현재 상황을 재조명했다.

제2차 대전 전에 영국과 밀접한 경제 관계를 유지해오던 아르헨티나는 미국의 달러가 세계 기축 통화로 사용되자 달러 부족 현상에 시달리게 되고 1940년대부터 다양한 환율을 선보이며 공식 달러와의 갭이 300%까지 발생했다.

이 매체는 수입제한 조치, 다양한 환율, 국제금융시장에서 멀어지는 1940년 이후 아르헨티나의 상황이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15개에 달하는 다양한 환율, 연 75%에 달하는 기준 금리와 연말까지 세 자릿수를 바라보는 물가상승률에 직면한 아르헨티나에서 사업을 이어가는 기업가들을 해외에선 어떤 시각으로 볼까 하는 질문에 현지에서 단기 연수 중인 미국 명문 MBA 학생들의 찬사가 쏟아졌다.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비즈니스를 수행하는 데 따른 어려움을 파악하기 위해 아르헨티나에 단기 연수 온 미국 와튼 스쿨 및 앤더슨 스쿨 MBA 학생들은 아르헨티나의 경제 위기에 대해 미리 공부하고 왔으나, 각종 달러 환율은 혼란스러웠고, 도착해서 환전을 할 때까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제프리 야우 앤더슨 스쿨 학생은 "불확실한 전망 아래서 장기적으로 계획을 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사업을 이어나가는 아르헨티나 사업가들의 능력에 존경을 표하며, 그들은 정말 뛰어난 사업가 일 것이다"라고 말했다고 라나시온지가 전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아르헨티나 정부에 수차례 환율 일원화를 권고했으나, 현재 외환보유고 수준으로는 어렵다는 것이 아르헨티나 정부의 공식 답변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