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회 투약 비용이 25억원에 이르는 초고가 유전자치료제 ‘졸겐스마’ 관련 연구 논문의 학술지 등재가 최종 철회됐다.

출판사 측은 동물실험에 쓰인 데이터가 조작된 것으로 결론내렸다. 졸겐스마는 지난 7월 국내에서도 건강보험이 적용될 수 있도록 급여에 등재된 척수근위축증(SMA) 치료제다. 척수근위축증은 희귀유전병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국제학술지 ‘네이처’의 자매지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가 2010년 2월 출판된 졸겐스마 관련 논문을 지난 6일 공식 철회했다. 실제 시험 데이터와 논문에 실린 결과가 달랐기 때문이다.

철회된 논문은 척수근위축증을 가진 쥐 6마리가 졸겐스마(scAAV9)를 맞은 뒤, 250일 이상 생존했다고 보고했다. 하지만 실제 데이터에선 6마리가 아닌 1마리만이 250일 이상 생존했다.
(사진설명) 문제가 된 논문 'Rescue of the spinal muscular atrophy phenotype in a mouse model by early postnatal delivery of SMN'의 Fig 1. 이중 (e) 항목을 보면 6마리(n=6)가 250일 이상 생존했음을 밝히고 있다. 실제로는 1마리만이 250일 이상 생존했다.
자료 : 네이처 바이오테크롤로지


이 연구결과는 졸겐스마의 개발사 아베시스(Avexis)가 설립되기 전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에 실렸다. 교신저자로 참여한 브라이언 카스퍼 등은 이 논문 등을 근거로 투자받아 2012년 아베시스를 설립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노바티스는 2018년 졸겐스마 도입을 위해 아베시스를 87억달러에 인수했다.

주목할만한 부분은 노바티스의 행보다. 2018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졸겐스마의 품목허가를 신청한 뒤, 검토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FDA 측에 먼저 해당 논문이 조작됐을 수 있음을 보고했다. 보고받은 FDA 또한 관련 부분을 검토했으며, 관련 논문의 부정확성이 졸겐스마의 긍정적인 효과를 바꾸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논문 철회 건에 대해 노바티스 측은 “졸겐스마의 판매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며 “이미 2300명 이상 어린이가 치료를 받았다”고 했다.

유전자치료제 전문가인 한태수 한국생명과학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철회된 논문은 일부 전임상 데이터였으며, 졸겐스마는 이후 인체 대상 임상으로 효능 평가를 마쳤기 때문에 이번 논문 철회가 졸겐스마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며 “노바티스는 신뢰성을 지키기 위해 허가 단계에서 FDA 측에 데이터 조작 사실을 사전보고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연구를 진행한 제1저자 케빈 파우스트를 포함한 교신저자 브라이언 캐스파 등은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의 논문 철회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 노바티스는 아베시스 인수 시 합류한 브라이언 캐스파 등 연구책임자를 2019년 데이터 조작을 사유로 해고했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