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 발전소의 돔 형태 원자로 내부에는 가동 기간 방사선량이 총 400킬로그레이(kGy)가 누적된다. 인체에 허용된 국제 기준의 1000만 배다. 방사선에 노출된 전자제품은 순식간에 부식·변색되고 전자회로가 파괴된다. 이런 원자로 내부 환경을 견디는 LED 조명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해 ‘원전 르네상스’ 수혜가 예상되는 중소기업이 있다. 충남 공주와 강원 원주 등에 국내 최대 규모의 LED 제조 공장을 보유하고 있는 LED 조명기구업체 소룩스가 그 주인공이다.

방사선에 끄떡없는 LED조명 개발…소룩스 '원전 르네상스' 타고 꿈틀
13일 업계에 따르면 코스닥시장 상장사 소룩스는 원전용 특수 LED 조명을 세계 최초로 지난해 6월 신고리 1, 2호기에 납품했다. 올 상반기에도 신월성 1, 2호기에 공급했다.

전 세계적으로 원자로 내부의 방사선량(400kGy)을 견딜 수 있는 조명이 개발된 사례는 있었지만, 안전성이 검증돼 실제 원전에 설치한 것은 이 회사가 세계에서 처음이다.

소룩스의 원전용 특수 LED 조명은 400kGy의 방사선량을 견디는 것은 물론, 그 두 배인 800kGy에도 끄떡없게 설계됐다. 김복덕 소룩스 대표는 “신소재와 특허받은 회로 설계기술을 사용해 종전의 기술적 한계를 극복했다”고 소개했다.

김 대표는 “이집트 엘다바 원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사업에서 수주하는 것이 1차 목표”라며 “장기적으로 원전 100호기 이상을 운영 중인 미국과 50호기 이상을 운영 중인 프랑스를 비롯해 폴란드 체코 등의 조명 교체 사업에 뛰어들 것”이라고 했다.

전 세계 원전 내부 조명 교체 사업 규모는 2조~3조원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원전 24기를 포함해 전 세계에 560기 원전이 있고, 원전 1기에 약 1만1000개씩 총 616만 개의 조명 교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세계 각국 원전 운영사는 원전 내부에서 견딜 수 있는 LED 조명이 없었던 까닭에 국제 ‘미나마타 협약’상 사용이 금지된 형광등과 백열등을 계속 써왔다. 기존 형광등과 백열등은 방사선 영향으로 원자로 내에서 자주 고장이 나 유지·보수 부담이 컸다.

경제성 측면에서도 LED 조명이 유리하다. LED 조명의 수명은 백열등의 50배, 형광등의 5배다. 전기료도 50% 이상 절감할 수 있다. 원전 1개에 들어가는 형광등과 백열등을 LED로 전부 교체하면 연간 전기료를 7억원가량 절감할 수 있다.

현재 연 매출 700억원 규모인 소룩스는 원전용 특수 LED 조명 매출 비중이 아직 10%가량에 불과하다. 1996년 회사 설립 이후 500여 종의 LED 조명을 생산하며 관련 특허만 400~500건을 확보했다. 서울 한남동 한남더힐 및 나인원한남, 성수동 트리마제 등 고급주택과 서울 여의도 63빌딩, 버스터미널, 교각, 대학, 호텔 등에 공급했다. 매출 비중은 거실등 같은 실내등이 50%, 터널·골프장·원전용 특수조명 같은 실외등이 50%를 차지한다.

김 대표는 “원전용 특수조명 등 실외등 분야를 강화해 2025년 매출 3000억원, 영업이익 500억원을 달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