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2050년 탄소중립 시나리오는 수소환원제철 등 파괴적 기술혁신을 전제로 정해졌지만 정책(자금)은 기술혁신이 아니라 잡다한 사업으로 소진되고 있습니다.”(정만기 한국산업연합포럼 회장)

한국은 광범위하고 강력한 배출권 거래제를 운영하고 있지만 탄소 감축은 제대로 못 하면서 기업의 부담만 가중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미협회(회장 최중경)가 13일 서울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한국과 미국의 탄소중립 협력 증진 방안’을 주제로 연 제2회 한·미 산업협력 콘퍼런스에서 정 회장은 “지난 정부에서 도입한 기후대응기금 2조3000억원 중 연구개발(R&D) 투자에 쓰인 돈은 5482억원(22.3%)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공공건축물 리모델링 2245억원, 도시숲 조성 2688억원 등 소규모 감축 사업에 소진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정 회장은 이어 “철강은 2018년 배출량(1억100만t)의 90.8%에 달하는 온실가스를 2050년까지 감축해야 하는데, 이 목표는 석탄을 때어 철강을 생산하는 현존 기술로는 아무리 기술 개량과 시설 교체가 이뤄져도 달성할 수 없고 탄소 배출이 전혀 없는 수소환원제철 공법을 개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한·미 경제교류 관계와 양국의 동맹관계, 탄소중립 목표 달성 등을 위해서라도 미국이 한국산 전기차를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문제라고 지적하고 보조금 지급 대상에 포함할 것을 촉구했다.

행사를 주최한 최중경 회장은 “탄소중립은 주력 제품과 생산공정의 변화, 연료와 원료의 대체 등 산업혁명에 버금가는 변화를 야기할 것”이라며 “탄소중립을 우리나라 산업구조를 추격형에서 선도형으로 전환하는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미 양국이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한 만큼 재생에너지, 원자력발전, 탄소포집 등 지속 가능한 에너지원을 개발하는 데 힘써야 한다”며 “양국의 제조 역량과 기술력이 결합하면 긍정적인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행사는 대한상공회의소(회장 최태원), 주한미국상공회의소(회장 제임스 김), 한국산업연합포럼, 중소기업중앙회(회장 김기문)가 공동 주최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