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전문성 잃은 전문건설공제조합…'낙하산 인사' 논란
“교수 출신 정치인이 전문건설업에 대해 얼마나 아는지 의문입니다. 전형적인 낙하산 인사지요.”(건설업계 관계자)

전문건설공제조합 운영위원회가 지난 12일 이사장 후보로 건국대 정치행정학부 교수 출신인 재선의 이은재 전 의원(70)을 내정하자 조합 내부가 들끓고 있다. 전문건설, 금융 분야 경력이 전무한 ‘낙하산 인사’라는 지적이다. 이 후보는 다음달 1일 임시총회에서 최종 선임 여부가 결정된다.

전문건설공제조합은 철근콘크리트, 실내건축, 토공(토사를 취급하는 공사), 창호, 조경 등 14개 분야 전문건설업 종사자들이 100% 출자한 민간 기관이다. 현재 조합원은 5만9000여 명, 자본금 규모는 5조5000억원이다. 이 자본금을 이용해 전문건설업체에 보증, 공제, 융자 등을 제공한다.

전문건설공제조합은 낙하산 인사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1988년 설립 이후 인가·감독권을 가진 국토교통부 관료 출신이 주로 이사장직을 맡다가 최근엔 정치권 인사들이 자리를 꿰차고 있다. 이사장, 상임감사 등 주요 임원의 연봉이 3억원에 이르는 일명 ‘꿀보직’이기 때문이다.

조합은 이런 논란을 차단하기 위해 올해 처음으로 이사장 선출 방식을 공개모집으로 바꿨지만 무용지물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건설업은 관련 면허만 수십 개에 이를 정도로 분야가 다양하다. 창호 부문만 해도 금속창호, 플라스틱창호 등으로 전문영역이 나뉜다. 이 때문에 전문건설업체를 위해 설립된 조합은 높은 업무 이해도가 필요하다.

특히 금리 인상, 원자재값 인상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요즘에는 조합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조합 운영위원회는 규정대로 이사장 선임 절차를 진행했을 뿐이라는 설명이다. 한 전문건설사 대표(운영위원)는 “이 후보가 건설, 금융 쪽 전문가는 아니지만 조합이 입법과 관련된 부분도 있어 운영위원들의 표를 얻은 것 같다”며 정치권 개입설에 선을 그었다.

한 조합 관계자는 “정치인 출신인 유대운 현 이사장(19대 국회의원)도 낙하산 논란이 있었지만 한국승강기안전관리원 원장 등의 경험이 있어 반발이 지금처럼 크지 않았다”며 “이 후보는 무슨 경력으로 후보가 됐는지 다들 의아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총회 때까지 ‘전문성’ 없는 전문건설공제조합 이사장 선임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이 후보는 대의원 과반수가 출석해 3분의 2 이상(의결좌수 기준)의 표를 받아야 임명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