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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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신냉전의 최전선은 기술패권 경쟁이다. 반도체는 그중에서도 핵심이다. 미국은 설계, 생산, 응용 등 반도체 공급사슬의 핵심 길목마다 중국의 목줄을 죄고 있다. 중국도 수십조원의 반도체 투자 기금을 조성하는 등 대응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향후 수년은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게 대체적 분석이다.

중국은 2014년 1기, 2019년 2기 등 총 3430억위안(약 68조원)의 ‘국가반도체산업투자기금(대기금)’을 조성했다. 2025년까지 반도체 자급률을 70%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자급률은 중국 반도체 시장에서 중국 내 생산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이다.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반도체 시장 규모는 1865억달러, 이 가운데 중국 내 생산 반도체는 312억달러어치였다. 자급률은 16.7%다. 2015년 14.9%에서 다소 상승했지만 2025년 70%를 달성하긴 어려워 보인다.

美 수출 제재로 '中 반도체 굴기' 뿌리째 흔들
중국은 1기 대기금을 주로 제조 부문에 쏟아부었다. 중국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인 중신궈지(SMIC), 낸드플래시에서 성과를 내고 있는 창장춘추(YMTC) 등이 대기금 투자를 받고 성장했다. 하지만 1기는 실패도 많았다. 수조원대 자금을 투입한 대형 프로젝트들이 결국 사기극으로 판명났다.

대기금 2기는 SMIC와 유망 장비업체 중심으로 투자 대상을 좁혔다. 하지만 지나치게 신중하게 접근한 탓에 조성 3년이 지났는데도 자금 집행률이 여전히 60%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게다가 중국 지도부가 최근 대기금 관련 핵심 간부들을 잇달아 부패 및 기율 위반 혐의로 조사하면서 중국 반도체 업계는 더욱 위축되고 있다.

미국의 전방위 압박은 중국 반도체산업과 이를 활용한 미래 산업까지 전체 공급망을 흔들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SMIC, 화훙, 넥스칩 등 중국 파운드리 3사의 합산 글로벌 시장점유율은 올 1분기 10.2%로 사상 처음으로 10%를 넘어섰다가 2분기 10.1%로 하락했다. 첨단 반도체 제조용 장비 수출을 금지한 미국의 규제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면 중국의 점유율이 다시 떨어질 전망이다.

미국은 인공지능, 슈퍼컴퓨터 등에 들어가는 첨단 반도체에도 수출 제한 조치를 내렸다. 중국 기업들은 미국 엔비디아 등의 그래픽처리장치(GPU)와 구동 소프트웨어(SW)를 기반으로 기술을 개발해왔다. 이 때문에 해당 GPU와 SW를 쓰지 못하게 되면 기술 수준이 퇴보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