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가 12일(현지시간) 세금 감면과 동시에 공공지출도 줄이지 않겠다고 밝혔다. 영국중앙은행(BOE)의 시장안정조치 종료 우려까지 이어지며 영국 국채 금리가 20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뛰는 등 금융시장 불안이 계속되고 있다.

트러스 총리는 이날 하원의 총리 질의응답에서 공공지출을 삭감하지 않는다는 공약을 지킬 것이냐는 질문을 받자 “반드시 그럴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공공지출을 줄이지 않고 대신 잘 사용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제1야당인 노동당의 키어 스타머 대표는 “트러스 총리는 더 이상 책임을 회피해선 안 된다”며 ‘문제의 근원’인 미니예산의 철회를 요구했다.

트러스 내각이 지난달 23일 대규모 감세안이 포함된 미니예산을 발표한 뒤 영국 국채 가격 폭락(국채 금리 폭등), 파운드화 가치 추락 등 금융시장에 큰 혼란이 일었다. 이에 트러스 내각은 지난 3일 미니예산의 일부인 고소득자 감세안을 부분 철회하기로 했다.

이후 추가 정책 변경이 잇따를 것이란 전망이 나오기도 했으나 트러스 내각은 나머지 감세안을 고수하고 있는 상태다.

영국 싱크탱크 재정연구소(IFS)는 트러스 내각이 국가채무를 늘리지 않으려면 약 600억파운드(약 95조원) 규모의 지출을 줄이거나 세금을 올려야 한다고 진단했다. 시장이 의문을 제기하는 재원 조달 문제에 대해 트러스 총리가 여전히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날 BOE는 44억파운드어치의 장기 국채 등을 매입했다. 이는 BOE가 국채 금리 급등과 같은 시장 혼란을 막기 위해 장기 국채를 한시적으로 매입하기 시작한 지난달 28일 이후 최대 액수다. BOE가 14일로 장기 국채 매입을 종료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이날 금융사들은 보유한 국채를 대거 내놨는데, BOE는 이를 모두 소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30년 만기 영국 국채 금리는 한때 연 5.1%로 뛰며 2002년 이후 20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10년 만기 영국 국채 금리도 한때 연 4.6%대로 오르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