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지난 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쓴 글을 세 차례에 걸쳐 수정했다. 전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국정감사와 관련해 ‘생각보다 약하다고 생각했던 분들이 잘 방어해줬다’며 여당 의원들을 평가한 대목이 논란이 됐다. 국민의힘에서는 “정부 관계자가 여당 의원들의 국회 내 협상력에 불안감을 갖고 있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터져나왔다. 더불어민주당이 다수 의석을 점한 가운데 돌파할 전략이나 설득 방안 없이 ‘적전분열’하고 있는 당정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사례다.

난항을 거듭하는 종합부동산세 과세 기준 상향과 관련해서도 당정 간 불협화음이 나온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정부는 시행령으로 공정시장가액비율을 40%나 낮추면서 과세기준은 3억원이나 높이는 세제개편안을 국회에 냈다”며 “(여당이) 협상 카드로 쓸 수 있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은 대폭 낮춰 정부 정책에 대해 생색을 내면서 어려운 법 개정 사항은 여당이 어떻게든 풀어내라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기재부가 여당 의원들과 충분히 정보를 공유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지난 8월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여당 의원들에게 알리지 않고 신동근 민주당 간사를 만나 종부세 관련 담판을 시도한 것이 단적인 예다.

정부는 정부대로 불만이다. 여당 의원들이 복잡한 세법에 대해 이해가 부족해 국감 등에서 민주당에 밀리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 한 관계자는 “국감에서 야당 의원들이 금융투자소득세 유예를 비판하는 동안 여당에서는 거의 반박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며 “반대만 하는 야당 책임이 크지만 여당도 정부의 감세정책을 뒷받침하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