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뿐 아니라 경찰도 공정거래위원회 고발 사건을 수사할 수 있도록 하자는 법안이 검찰과 경찰 사이의 새로운 쟁점으로 부상했다. 정치권에서는 “수사권 조정 문제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에 이어 검·경이 공정위 고발 사건 수사권을 둘러싼 ‘3차전’에 돌입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13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따르면 최근 법무부는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7월 발의한 공정거래법·대리점법·대규모유통업법·가맹사업법·하도급법 등 개정안에 대해 “절차 중복 및 사건 처리 장기화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며 반대 의견을 냈다.

현행법에 따르면 공정위는 불법행위가 확인된 업체 등을 검찰총장에게 고발할 수 있다. 검찰총장 역시 수사 중 고발 요건에 해당하는 사실이 확인될 경우 공정위에 고발을 요청할 수도 있다. 이는 공정거래법 위반자에 대한 형사처벌은 반드시 공정위 고발을 거치도록 규정한 ‘전속고발권’에 근거한 것이다.

그런데 황 의원안은 공정위의 고발 대상 기관 및 요청 주체에 경찰까지 포함해 ‘관할 수사기관의 장’으로 확대하도록 했다. 황 의원은 “검찰의 수사지휘권이 폐지되고, 경찰에 1차 수사권과 수사 종결권이 부여됐음에도 공정위 사건 관련 현행 규정은 형사사법 체계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도 황 의원안에 찬성했다. 경찰은 정무위에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 개정으로 경찰도 공정거래법 등 위반 범죄 수사에 제한이 없어졌다”며 “수사기관 다원화로 수사의 효율성·투명성을 높일 수 있다”는 의견을 제출했다. 이에 법무부는 “신속하고 효율적인 형사 집행을 위해 ‘공정위→검찰’의 현행 체계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반박했다. 공정위도 공소제기를 위한 소송요건인 전속고발권 취지를 들며 “고발 대상 기관 및 요청권자를 검찰총장 외 관할 수사기관장으로 확대할 실익이 크지 않다”며 법무부 손을 들어줬다.

정무위 관계자는 “윤석열 정부의 실세인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검찰은 물론 공정위도 난색을 보이고 있어 민주당이 해당 법안을 밀어붙일 경우 파장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법안은 지난달 20일 정무위 전체회의를 거쳐 법안심사소위원회로 회부됐다. 국정감사가 마무리되는 다음달부터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