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보건교육 갔더니 보험상품 판매…규제개혁 나선 고용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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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안전보건 담당자 A씨는 안전보건교육을 무료로 실시해준다고 한 사설 교육기관을 찾아갔으나, 법에 맞지도 않는 내용을 교육한 후 보험상품을 판매하는 모습에 황당했다.
누구보다 현장을 잘 알고 있는 CEO(최고경영책임자) B는 자사 직원들을 대상으로 안전보건교육을 직접 실시하고 싶었지만, 강사 기준에 사업주나 경영책임자가 포함돼 있지 않다는 이유로 할 수 없었다.
최근 현장에서 보고된 안전보건과 관련된 불만 사항이다. 고용노동부는 14일 제5차 규제혁신 특별반 회의를 열고 개선 방침을 발표했다.
먼저 현재 민간교육 기관에서 직접 공개하는 안전보건교육 일정을, 앞으로는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이 ‘안전보건교육 누리집’에서 기관명과 교육 일정을 통합해서 안내하도록 일원화 한다.
고용부 미등록 기관이 마치 등록 기관처럼 사칭해 사업장을 대상으로 안전보건교육과 관련 없는 상품‧서비스 판매 등 영업 활동을 하는 등 중소기업에 피해를 주는 사례를 방지하기 위함이다. 통합 안내할 경우 한 곳에서 합법 교육기관과 교육 일정을 한눈에 볼 수 있게 돼 기업의 피해가 줄어들게 된다.
안전보건 관계자 등에 대한 정기교육 면제기준도 확대한다.
사업장 내 안전관리자, 보건관리자 등 안전보건 관계자는 '근로자 정기 교육'과 별개의 '안전보건 관련 직무교육'을 받아야 한다. 다만 전문가들이 일반 근로자처럼 정기 교육까지 수강할 필요는 없으므로, 안전교육을 이수하거나 강사로서 사내 근로자 안전보건교육을 실시한 경우에는 그 시간만큼을 근로자 정기 교육을 이수한 것으로 인정해 준다.
특별 안전보건교육 대상도 합리화한다. 사업주는 고압실 내 작업, 화학 설비 탱크 작업, 밀폐공간 작업 등 39개의 유해·위험 작업에 근로자를 채용하거나, 그런 작업으로 내용을 변경할 때는 산안법 29조 4항에 따라 해당 작업을 수행하는 모든 근로자에게 특별안전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이 중 특별교육 대상 작업과 관련된 국가기술자격을 가진 근로자에게는 자격시험의 내용과 중복되는 교육 시간은 면제할 계획이다. 예를 들어 비계의 조립‧해체 또는 변경 작업에 근로자를 채용하는 경우, 비계 기능사 이상의 자격 보유자는 이론 교육 등 일부 교육을 면제해 주는 방식이다.
또 근로자는 특별교육을 작업별로 각 16시간씩 받아야 하는데, 16시간 중 8시간은 공통 교육이다. 2개 이상의 위험 작업을 수행하는 경우 8시간의 공통 교육을 중복해서 듣는 셈이다. 따라서 공통교육은 한 번만 들을 수 있도록 내년 안에는 법령을 개정한다.
비대면 실시간 교육도 형태도 확대한다. 휴대용기기를 통한 인터넷 원격교육(모바일 원격교육)을 허용하고, 줌(Zoom) 등을 통한 비대면 실시간 교육도 가능하도록 12월 관련 고시를 개정한다.
또 근로자 안전보건교육을 실시할 강사 기준(산안법 시행규칙)에 현장 사업장의 유해 위험 요인을 잘 알고 있는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본사 안전보건 전담 조직에 속한 사람들을 포함하도록 한다.
정기 안전보건 교육 주기도 개선한다. 사업주는 매 분기 안전보건 조치 등을 교육해야 한다. 사무직 종사 근로자의 경우 매 분기 3시간 이상 교육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일부 근로자가 불가피한 사정으로 해당 분기 교육을 못 받은 경우, 사업주가 다음 분기에 해당 근로자에게 추가 교육해도 법령 위반이다. 이에 고용부는 노사가 협의해서 현장 상황에 맞게 교육을 실시할 수 있도록 정기 안전보건교육 주기를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