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CPI 폭발, 연준 75bp↑ 확정…그런데 '미친 반등'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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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미 동부시간) 나온 9월 소비자물가(CPI)는 엉망이었습니다. 월가의 가장 나쁜 예상보다 더 좋지 않았습니다. 수치가 나온 직후 주가지수 선물은 폭락하고 금리는 폭등했습니다. 미 중앙은행(Fed)의 11월 75bp 인상은 사실상 확정됐고, 12월에도 75bp를 올릴 것이란 관측이 강해졌습니다.
오전 9시 30분,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1.5~2.7% 폭락세로 출발했습니다. 그런데 조금씩 회복되기 시작하더니 오전 11시 15분께 3대 지수 모두 플러스권으로 전환됐습니다. 상승세는 더 거세졌고, 장 막판까지 이어졌습니다. 결국, 다우는 2.83%, S&P500 지수는 2.60% 올랐고 나스닥은 2.23% 상승한 채 거래를 마쳤습니다. 저점부터 따지면 다우 지수는 무려 1500포인트 회복했습니다. S&P 500은 한때 2.39% 하락에서 3.02% 상승으로 2020년 3월 이래 가장 넓은 거래 범위를 기록했습니다.
주가가 반등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선 CPI부터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① 8월, 예상보다 급등
9월 헤드라인 CPI는 전년 대비 8.2%, 전월 대비 0.4% 오른 것으로 나왔습니다. 월가 예상( 8.1%, 0.2%)보다 높았고, 지난 8월(8.3%, 0.1%)보다 전월 대비 수치가 급등했습니다. 전월 대비 수치가 크게 올랐다는 건 상승 추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는 뜻입니다.
에너지 가격은 한 달 전보다 -2.1% 떨어졌지만, 식료품 가격이 0.8% 올라 이를 상쇄했습니다. 중고차가 -1.1% 떨어지고 의류가 0.3% 떨어졌지만, 신차는 또 0.7% 올랐습니다. ② 근원 물가 초비상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 물가의 경우 각각 6.6%와 0.6% 올랐습니다. 역시 예상( 6.5%, 0.4%)보다 더 상승했고, 지난 8월( 6.3%, 0.6%)보다 높았습니다. 6.6%는 1982년 이후 최고 기록입니다. 주거비와 교통비, 의료비 등 각종 서비스 물가가 급등했기 때문입니다. 역시 가장 주목할 부분은 근원 CPI의 40% 비중을 차지하는 주거비입니다. 전월 대비 0.7% 올랐는데 그중 렌트가 0.8%, 주택소유자의 등가임대료(OER)가 0.8% 각각 올랐습니다. OER의 경우 1990년 이후 가장 높습니다. 게다가 7월 0.6%에서 8월 0.7%, 9월 0.8%로 오름세는 계속 더 강해지고 있고요. 또 교통 서비스가 8월 0.5%에서 9월 1.9%로 급등했고 의료 서비스도 0.8%에서 1.0%로 계속 오르고 있습니다. 모건스탠리 자산운용의 짐 캐론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문제는 인플레이션이 상품 부문에서 옮겨와 서비스 분야로 침투했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페더레이티드 에르메스의 스티브 치아베론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세부 내용을 보면 가장 우려되는 건 서비스 물가의 급격한 상승"이라며 "서비스는 주거비와 임금이 지배하는 곳으로 가장 끈적끈적하다(지속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서비스 분야는 CPI의 61%를 차지합니다.
물가가 이렇게 높다면 Fed는 더 공격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넷엘라이언스의 앤드루 브레너 채권 헤드는 "끔찍한 수치다. Fed는 무엇을 할까. 금리를 100bp 올려야 하나?"라고 반문했습니다. 블랙록의 릭 리더 글로벌 채권 최고투자책임자(CIO)는 "Fed의 11월 75bp 인상은 거의 보장되었고 금융시장은 12월과 2023년에도 Fed의 공격적인 추가 인상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소폭 상승하던 주가지수 선물은 폭락하고(나스닥 선물은 경우 -3%) 금리는 뛰었습니다. 미 국채 2년물 금리는 25bp 뛰어 4.535%, 10년물도 15bp 넘게 뛰어 4.073%까지 치솟았습니다. Fed워치 시장에서의 11월 75bp 인상 베팅은 97.8%에 달했고 12월 75bp 예상도 62%까지 올라갔습니다. 시장의 최종금리 예상은 4.9%에 육박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닉 티미라오스 기자는 "9월 CPI 보고서는 Fed의 4번 연속 75bp 인상의 정당성을 입증했다. 그리고 12월에 50bp, 2월에 25bp 인상 후에 금리 인상을 멈출 수 있다는 3주 전의 전망에 의문을 제기한다"라고 기사에 썼습니다. 바클레이즈는 CPI 발표 이후 내년 2월까지 연준이 기준금리를 5.00%~5.25%까지 인상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11월과 12월에 각각 금리를 75bp 인상하고, 내년 첫 회의인 2월에도 50bp를 올릴 것을 가정한 것입니다. 다만 TD증권의 오스카 뮤노즈 거시 전략가는 "이 수치가 Fed를 크게 바꿀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 단지 완화 전환 가능성을 낮춘다. Fed는 여전히 11월에 75bp를 인상할 것으로 보이며 12월에 또 다른 75bp 인상에 나설 위험을 증가시킨다. 우리는 여전히 그들이 50bp를 올릴 것으로 본다. 제약적 영역에 깊이 들어갈수록 금융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금리 인상 속도는 덜 매파적으로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시장 분위기가 나빴습니다. 그러나 주가는 오르기 시작했고 결국 큰 폭의 반등이 나타났습니다. 월가에서는 반등 원인을 놓고 여러 가지 주장과 분석이 분분합니다.
① 지나친 과매도
S&P500 지수는 전날까지 6일 연속 내렸습니다. 오늘 아침 한때 2.39% 내린 시점에서 지난 7거래일간 하락 폭은 7.9%에 달했습니다. 7일 연속 하락했다면 2020년 2월 이후 가장 긴 하락이었을 것입니다. 기술적으로 반등할 시점이었다는 뜻입니다. 또 S&P500 지수는 장중 3491.58까지 떨어졌는데, 고점에서 28% 하락한 것으로 과거 베어마켓 평균 하락 폭을 넘었습니다.
칼슨인베스트먼트의 라이언 디트릭 전략가는 "S&P500 지수는 팬데믹 강세장 상승 폭의 50%를 되돌렸다. 여기서 단기적 지지를 형성할 것이다. 주간 RSI(상대강도지수)와 MACD(이동평균 수렴확산 지수)도 마찬가지로 긍정적"이라고 주장했습니다. ② 숏커버링
이번 9월 CPI가 좋을 것이란 기대는 적었습니다. 예상보다 나쁠 것이란 관측이 더 많았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CPI가 나쁘게 나올 것으로 본 투자자들이 공매도에 나서면서 CPI 발표 직전 지수선물의 숏포지션이 역대급까지 치솟았다. CPI가 발표된 뒤 공매도 포지션을 취했던 투자자들이 일부 차익실현에 나서면서 지수가 올라갔고, 일부 숏커버링까지 발생하면서 상승 폭이 더 커진 것으로 본다"라고 설명했습니다. 파이퍼샌들러의 대니 컬시 옵션 헤드는 "숏커버링과 풋매도의 조합이었고 매우 잘 헤지된 이벤트였다. 이벤트(CPI 발표)가 끝나면 헤지했던 것을 매도하며 이는 시장 랠리에 기여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오늘 S&P500 업종 중 가장 많이 오른 곳은 에너지(4.1%) 금융(4.1%) IT(3.1%)였습니다. 경기 민감주와 기술주이지요. 반도체주도 폭등했습니다. 경기 침체가 우려되는 상황인데, 경기 방어주가 아닌 이들 주식이 급등했다는 건 이들에 몰려있던 공매도가 풀리면서 숏커버링이 발생한 데 따른 것으로 추정됩니다. ③ 인플레 진짜 정점?
CPI 보고서를 자세히 보면 주거비, 교통비, 의료비 등 서비스와 식품 등 일부 상품을 제외하면 그리 많이 오르지 않았습니다. 상당수 상품 가격이 내리면서 인플레이션 확산세는 줄었습니다. 또 실시간으로 보이는 주택/노동시장 지표는 확연히 약화하고 있습니다. 주거비와 서비스 물가도 시간이 걸리겠지만 하락할 것이란 얘기입니다. BCA리서치의 피터 브레진 전략가는 "CPI 보고서는 시장의 초기 반응이 보여준 것만큼 나쁘지 않았다. 식료품과 주거비를 제외한 모든 항목은 9월에 전월 대비 단 0.1% 올랐다. 식품 인플레이션은 하락할 것이고, 새로 나오는 주택의 임대료는 이미 꺾어졌다. 임금 상승도 냉각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판테온이코노믹스의 이안 셰퍼드슨 이코노미스트는 "인플레이션 하락의 증거는 인플레 데이터를 제외하고는 어디에나 있다. Fed는 파이프라인이 작동할 것으로 믿고 기다리는 것과 시차 지연효과를 무시하고 계속 긴축하는 선택이 있다. 소비자 기대가 잘 묶여 있는 한 계속 올릴 근거는 없지만, 그들은 올릴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바이탈 날리지도 "CPI보다 실시간 지표들을 보면 노동시장의 역풍과 디스플레이션 압력 상승이 나타나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마이클 피어스 이코노미스트도 "우리가 보는 다른 곳에서는 여전히 디스인플레이션의 분명한 징후가 있다. 중고 자동차 가격의 하락은 계속 이어질 것이고 소비자 설문 결과는 가격 압력 약화를 가리키며, 신규 임대료 추세도 궁극적으로 급격히 완화될 것임을 나타낸다"라고 주장했습니다. 다만 그는 "물론 이는 2023년 상반기까지는 본격적으로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④ Fed도 긍정적으로 본다?
어제 발표된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에는 상품 인플레이션에 대한 토론이 담겨있었습니다. "참가자들은 최근 인플레이션 데이터가 기대치를 상회했으며 인플레이션이 이전에 예상했던 것보다 더 천천히 하락하고 있다고 말했다. 몇몇 참가자들은 근원 상품 가격의 지속적 상승에 주목했다. 이들은 이런 현상이 가계 소비의 상품에서 서비스로의 이동이 예상보다 상품 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적거나, 공급 병목이나 노동력 부족이 해결되는 데 더 오래 걸릴 수 있음을 나타내는 것으로 간주했다"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9월 CPI를 보면 근원 상품 가격의 상승세는 꺾어졌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Fed가 이를 공급 병목과 노동력 부족의 해결로 해석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렇다면 금리 인상의 속도를 조절할 수도 있습니다.
⑤ 10년물 금리 정점?
오후 5시께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4.4bp 오른 3.945%를 기록했습니다. 한때 4.073%까지 올랐다가 하락 폭을 거의 다 까먹었습니다. 10년물이 4% 벽을 잠깐 넘어선 건 올해 들어 세 번째입니다. 월가 관계자는 "세 번째 도전했는데 넘지 못한다면 그 상승 모멘텀을 잃을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시장 금리가 고점을 찍었다면 투자 심리는 안정될 수 있습니다. 다만 2년물은 18.5bp 오른 4.472%를 기록했습니다. 고점보다는 낮아졌지만, 여전히 전날보다 큰 폭으로 올랐습니다. Fed의 매파적 성향을 잘 쫓아가는 건 2년물 금리입니다. 여기엔 영국 금융시장 혼란이 가닥을 잡아가는 게 긍정적 영향을 주기도 했을 겁니다. 영국 언론은 리즈 트러스 총리가 감세안을 추가로 철회할 것이란 보도를 내놓고 있습니다. 더타임스는 보수당 의원들이 총리 교체를 검토하고 있다고도 보도했습니다. 이에 따라 영국 국채 30년물 금리는 30bp 넘게 하락해 4.55%까지 떨어졌고, 파운드화는 1.136달러까지 오르기도 했습니다. 전반적으로는 혼란스럽습니다. '미친 반등'의 이유에 대한 딱 부러지는 설명은 없기 때문입니다. "(재앙이 될 수 있는) CPI 발표가 이제 무려 4주 넘게 남았기 때문"이라는 농담까지 나돌았습니다.
사실 이 말은 농담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지난 9월 말 이후 유가는 오르고 있습니다. 클리블랜드 연방은행의 '인플레이션 나우캐스팅'을 보면 10월 CPI를 헤드라인 8.3%, 근원 6.6%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전월 대비로는 각각 0.8%, 0.5%로 내다봅니다. 떨어지기보다는 높아지는 겁니다. 페더레이티드 에르메스의 스티브 치아베론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이 보고서는 올해 말 이전에 헤드라인 인플레이션이 새롭게 높게 나타날 수 있는 위험을 높인다. 에너지 가격이 반등하면서 12월 유가가 배럴당 90달러 중반까지 오르면 6월의 9.1%를 넘어설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유명 투자자인 마크 미네르비니는 "내 직감은 우리가 바닥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말하지만, 경험은 나에게 규칙을 고수하고 증거들이 나를 인도하도록 만든다. 주가의 바닥은 하루에 발생하고 강세장은 몇 년간 이어진다. 큰돈은 바닥을 찾는 게 아니라 추세를 파악하고 투자되어야 한다. 현재 추세는 하락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오안다의 에드워드 모야 분석가는 "오늘은 숏커버링 덕분에 상승세를 보였을 수도 있지만, Fed의 기준금리 경로가 더 높으므로 이러한 시장 반전은 오래 지속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베스포크 인베스트먼트에 따르면 S&P500 지수가 장 초반 2% 이상 떨어진 뒤 2% 이상 상승세로 마감한 적은 이번이 다섯 번째입니다. 하지만 그 성적은 그리 좋은 편은 아닙니다. 월가 관계자는 "이런 날은 추세를 만든다기보다는 노이즈를 만든다"라고 말했습니다. 내일은 JP모건 씨티 웰스파고 모건스탠리 등 금융주 실적 발표가 몰려있습니다. 금리가 올라 대출을 통해 더 높은 순이자마진을 얻을 수 있지만, 더 높은 금리는 경제 활동을 제약하고 한계 기업을 무너뜨릴 수 있습니다. 물론 아직 기업 부도 사태는 없습니다. JP모건의 제이미 다이먼은 회장은 오늘 "연착륙이 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지만 그럴 수도 있다"라면서 "은행이 1조2000억 달러 현금을 갖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경기 침체가 오면 충분한 버퍼는 되겠지만, 마진을 높이는 데는 좋지 않을 겁니다. 보수적인 만큼 대손충당금도 많이 쌓았겠지요. 이런 요인들은 3분기 실적에 나타날까요?
뉴욕=김현석 특파원
오전 9시 30분,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1.5~2.7% 폭락세로 출발했습니다. 그런데 조금씩 회복되기 시작하더니 오전 11시 15분께 3대 지수 모두 플러스권으로 전환됐습니다. 상승세는 더 거세졌고, 장 막판까지 이어졌습니다. 결국, 다우는 2.83%, S&P500 지수는 2.60% 올랐고 나스닥은 2.23% 상승한 채 거래를 마쳤습니다. 저점부터 따지면 다우 지수는 무려 1500포인트 회복했습니다. S&P 500은 한때 2.39% 하락에서 3.02% 상승으로 2020년 3월 이래 가장 넓은 거래 범위를 기록했습니다.
주가가 반등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선 CPI부터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① 8월, 예상보다 급등
9월 헤드라인 CPI는 전년 대비 8.2%, 전월 대비 0.4% 오른 것으로 나왔습니다. 월가 예상( 8.1%, 0.2%)보다 높았고, 지난 8월(8.3%, 0.1%)보다 전월 대비 수치가 급등했습니다. 전월 대비 수치가 크게 올랐다는 건 상승 추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는 뜻입니다.
에너지 가격은 한 달 전보다 -2.1% 떨어졌지만, 식료품 가격이 0.8% 올라 이를 상쇄했습니다. 중고차가 -1.1% 떨어지고 의류가 0.3% 떨어졌지만, 신차는 또 0.7% 올랐습니다. ② 근원 물가 초비상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 물가의 경우 각각 6.6%와 0.6% 올랐습니다. 역시 예상( 6.5%, 0.4%)보다 더 상승했고, 지난 8월( 6.3%, 0.6%)보다 높았습니다. 6.6%는 1982년 이후 최고 기록입니다. 주거비와 교통비, 의료비 등 각종 서비스 물가가 급등했기 때문입니다. 역시 가장 주목할 부분은 근원 CPI의 40% 비중을 차지하는 주거비입니다. 전월 대비 0.7% 올랐는데 그중 렌트가 0.8%, 주택소유자의 등가임대료(OER)가 0.8% 각각 올랐습니다. OER의 경우 1990년 이후 가장 높습니다. 게다가 7월 0.6%에서 8월 0.7%, 9월 0.8%로 오름세는 계속 더 강해지고 있고요. 또 교통 서비스가 8월 0.5%에서 9월 1.9%로 급등했고 의료 서비스도 0.8%에서 1.0%로 계속 오르고 있습니다. 모건스탠리 자산운용의 짐 캐론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문제는 인플레이션이 상품 부문에서 옮겨와 서비스 분야로 침투했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페더레이티드 에르메스의 스티브 치아베론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세부 내용을 보면 가장 우려되는 건 서비스 물가의 급격한 상승"이라며 "서비스는 주거비와 임금이 지배하는 곳으로 가장 끈적끈적하다(지속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서비스 분야는 CPI의 61%를 차지합니다.
물가가 이렇게 높다면 Fed는 더 공격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넷엘라이언스의 앤드루 브레너 채권 헤드는 "끔찍한 수치다. Fed는 무엇을 할까. 금리를 100bp 올려야 하나?"라고 반문했습니다. 블랙록의 릭 리더 글로벌 채권 최고투자책임자(CIO)는 "Fed의 11월 75bp 인상은 거의 보장되었고 금융시장은 12월과 2023년에도 Fed의 공격적인 추가 인상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소폭 상승하던 주가지수 선물은 폭락하고(나스닥 선물은 경우 -3%) 금리는 뛰었습니다. 미 국채 2년물 금리는 25bp 뛰어 4.535%, 10년물도 15bp 넘게 뛰어 4.073%까지 치솟았습니다. Fed워치 시장에서의 11월 75bp 인상 베팅은 97.8%에 달했고 12월 75bp 예상도 62%까지 올라갔습니다. 시장의 최종금리 예상은 4.9%에 육박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닉 티미라오스 기자는 "9월 CPI 보고서는 Fed의 4번 연속 75bp 인상의 정당성을 입증했다. 그리고 12월에 50bp, 2월에 25bp 인상 후에 금리 인상을 멈출 수 있다는 3주 전의 전망에 의문을 제기한다"라고 기사에 썼습니다. 바클레이즈는 CPI 발표 이후 내년 2월까지 연준이 기준금리를 5.00%~5.25%까지 인상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11월과 12월에 각각 금리를 75bp 인상하고, 내년 첫 회의인 2월에도 50bp를 올릴 것을 가정한 것입니다. 다만 TD증권의 오스카 뮤노즈 거시 전략가는 "이 수치가 Fed를 크게 바꿀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 단지 완화 전환 가능성을 낮춘다. Fed는 여전히 11월에 75bp를 인상할 것으로 보이며 12월에 또 다른 75bp 인상에 나설 위험을 증가시킨다. 우리는 여전히 그들이 50bp를 올릴 것으로 본다. 제약적 영역에 깊이 들어갈수록 금융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금리 인상 속도는 덜 매파적으로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시장 분위기가 나빴습니다. 그러나 주가는 오르기 시작했고 결국 큰 폭의 반등이 나타났습니다. 월가에서는 반등 원인을 놓고 여러 가지 주장과 분석이 분분합니다.
① 지나친 과매도
S&P500 지수는 전날까지 6일 연속 내렸습니다. 오늘 아침 한때 2.39% 내린 시점에서 지난 7거래일간 하락 폭은 7.9%에 달했습니다. 7일 연속 하락했다면 2020년 2월 이후 가장 긴 하락이었을 것입니다. 기술적으로 반등할 시점이었다는 뜻입니다. 또 S&P500 지수는 장중 3491.58까지 떨어졌는데, 고점에서 28% 하락한 것으로 과거 베어마켓 평균 하락 폭을 넘었습니다.
칼슨인베스트먼트의 라이언 디트릭 전략가는 "S&P500 지수는 팬데믹 강세장 상승 폭의 50%를 되돌렸다. 여기서 단기적 지지를 형성할 것이다. 주간 RSI(상대강도지수)와 MACD(이동평균 수렴확산 지수)도 마찬가지로 긍정적"이라고 주장했습니다. ② 숏커버링
이번 9월 CPI가 좋을 것이란 기대는 적었습니다. 예상보다 나쁠 것이란 관측이 더 많았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CPI가 나쁘게 나올 것으로 본 투자자들이 공매도에 나서면서 CPI 발표 직전 지수선물의 숏포지션이 역대급까지 치솟았다. CPI가 발표된 뒤 공매도 포지션을 취했던 투자자들이 일부 차익실현에 나서면서 지수가 올라갔고, 일부 숏커버링까지 발생하면서 상승 폭이 더 커진 것으로 본다"라고 설명했습니다. 파이퍼샌들러의 대니 컬시 옵션 헤드는 "숏커버링과 풋매도의 조합이었고 매우 잘 헤지된 이벤트였다. 이벤트(CPI 발표)가 끝나면 헤지했던 것을 매도하며 이는 시장 랠리에 기여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오늘 S&P500 업종 중 가장 많이 오른 곳은 에너지(4.1%) 금융(4.1%) IT(3.1%)였습니다. 경기 민감주와 기술주이지요. 반도체주도 폭등했습니다. 경기 침체가 우려되는 상황인데, 경기 방어주가 아닌 이들 주식이 급등했다는 건 이들에 몰려있던 공매도가 풀리면서 숏커버링이 발생한 데 따른 것으로 추정됩니다. ③ 인플레 진짜 정점?
CPI 보고서를 자세히 보면 주거비, 교통비, 의료비 등 서비스와 식품 등 일부 상품을 제외하면 그리 많이 오르지 않았습니다. 상당수 상품 가격이 내리면서 인플레이션 확산세는 줄었습니다. 또 실시간으로 보이는 주택/노동시장 지표는 확연히 약화하고 있습니다. 주거비와 서비스 물가도 시간이 걸리겠지만 하락할 것이란 얘기입니다. BCA리서치의 피터 브레진 전략가는 "CPI 보고서는 시장의 초기 반응이 보여준 것만큼 나쁘지 않았다. 식료품과 주거비를 제외한 모든 항목은 9월에 전월 대비 단 0.1% 올랐다. 식품 인플레이션은 하락할 것이고, 새로 나오는 주택의 임대료는 이미 꺾어졌다. 임금 상승도 냉각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판테온이코노믹스의 이안 셰퍼드슨 이코노미스트는 "인플레이션 하락의 증거는 인플레 데이터를 제외하고는 어디에나 있다. Fed는 파이프라인이 작동할 것으로 믿고 기다리는 것과 시차 지연효과를 무시하고 계속 긴축하는 선택이 있다. 소비자 기대가 잘 묶여 있는 한 계속 올릴 근거는 없지만, 그들은 올릴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바이탈 날리지도 "CPI보다 실시간 지표들을 보면 노동시장의 역풍과 디스플레이션 압력 상승이 나타나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마이클 피어스 이코노미스트도 "우리가 보는 다른 곳에서는 여전히 디스인플레이션의 분명한 징후가 있다. 중고 자동차 가격의 하락은 계속 이어질 것이고 소비자 설문 결과는 가격 압력 약화를 가리키며, 신규 임대료 추세도 궁극적으로 급격히 완화될 것임을 나타낸다"라고 주장했습니다. 다만 그는 "물론 이는 2023년 상반기까지는 본격적으로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④ Fed도 긍정적으로 본다?
어제 발표된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에는 상품 인플레이션에 대한 토론이 담겨있었습니다. "참가자들은 최근 인플레이션 데이터가 기대치를 상회했으며 인플레이션이 이전에 예상했던 것보다 더 천천히 하락하고 있다고 말했다. 몇몇 참가자들은 근원 상품 가격의 지속적 상승에 주목했다. 이들은 이런 현상이 가계 소비의 상품에서 서비스로의 이동이 예상보다 상품 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적거나, 공급 병목이나 노동력 부족이 해결되는 데 더 오래 걸릴 수 있음을 나타내는 것으로 간주했다"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9월 CPI를 보면 근원 상품 가격의 상승세는 꺾어졌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Fed가 이를 공급 병목과 노동력 부족의 해결로 해석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렇다면 금리 인상의 속도를 조절할 수도 있습니다.
⑤ 10년물 금리 정점?
오후 5시께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4.4bp 오른 3.945%를 기록했습니다. 한때 4.073%까지 올랐다가 하락 폭을 거의 다 까먹었습니다. 10년물이 4% 벽을 잠깐 넘어선 건 올해 들어 세 번째입니다. 월가 관계자는 "세 번째 도전했는데 넘지 못한다면 그 상승 모멘텀을 잃을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시장 금리가 고점을 찍었다면 투자 심리는 안정될 수 있습니다. 다만 2년물은 18.5bp 오른 4.472%를 기록했습니다. 고점보다는 낮아졌지만, 여전히 전날보다 큰 폭으로 올랐습니다. Fed의 매파적 성향을 잘 쫓아가는 건 2년물 금리입니다. 여기엔 영국 금융시장 혼란이 가닥을 잡아가는 게 긍정적 영향을 주기도 했을 겁니다. 영국 언론은 리즈 트러스 총리가 감세안을 추가로 철회할 것이란 보도를 내놓고 있습니다. 더타임스는 보수당 의원들이 총리 교체를 검토하고 있다고도 보도했습니다. 이에 따라 영국 국채 30년물 금리는 30bp 넘게 하락해 4.55%까지 떨어졌고, 파운드화는 1.136달러까지 오르기도 했습니다. 전반적으로는 혼란스럽습니다. '미친 반등'의 이유에 대한 딱 부러지는 설명은 없기 때문입니다. "(재앙이 될 수 있는) CPI 발표가 이제 무려 4주 넘게 남았기 때문"이라는 농담까지 나돌았습니다.
사실 이 말은 농담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지난 9월 말 이후 유가는 오르고 있습니다. 클리블랜드 연방은행의 '인플레이션 나우캐스팅'을 보면 10월 CPI를 헤드라인 8.3%, 근원 6.6%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전월 대비로는 각각 0.8%, 0.5%로 내다봅니다. 떨어지기보다는 높아지는 겁니다. 페더레이티드 에르메스의 스티브 치아베론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이 보고서는 올해 말 이전에 헤드라인 인플레이션이 새롭게 높게 나타날 수 있는 위험을 높인다. 에너지 가격이 반등하면서 12월 유가가 배럴당 90달러 중반까지 오르면 6월의 9.1%를 넘어설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유명 투자자인 마크 미네르비니는 "내 직감은 우리가 바닥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말하지만, 경험은 나에게 규칙을 고수하고 증거들이 나를 인도하도록 만든다. 주가의 바닥은 하루에 발생하고 강세장은 몇 년간 이어진다. 큰돈은 바닥을 찾는 게 아니라 추세를 파악하고 투자되어야 한다. 현재 추세는 하락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오안다의 에드워드 모야 분석가는 "오늘은 숏커버링 덕분에 상승세를 보였을 수도 있지만, Fed의 기준금리 경로가 더 높으므로 이러한 시장 반전은 오래 지속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베스포크 인베스트먼트에 따르면 S&P500 지수가 장 초반 2% 이상 떨어진 뒤 2% 이상 상승세로 마감한 적은 이번이 다섯 번째입니다. 하지만 그 성적은 그리 좋은 편은 아닙니다. 월가 관계자는 "이런 날은 추세를 만든다기보다는 노이즈를 만든다"라고 말했습니다. 내일은 JP모건 씨티 웰스파고 모건스탠리 등 금융주 실적 발표가 몰려있습니다. 금리가 올라 대출을 통해 더 높은 순이자마진을 얻을 수 있지만, 더 높은 금리는 경제 활동을 제약하고 한계 기업을 무너뜨릴 수 있습니다. 물론 아직 기업 부도 사태는 없습니다. JP모건의 제이미 다이먼은 회장은 오늘 "연착륙이 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지만 그럴 수도 있다"라면서 "은행이 1조2000억 달러 현금을 갖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경기 침체가 오면 충분한 버퍼는 되겠지만, 마진을 높이는 데는 좋지 않을 겁니다. 보수적인 만큼 대손충당금도 많이 쌓았겠지요. 이런 요인들은 3분기 실적에 나타날까요?
뉴욕=김현석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