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베루는 먹는(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 후보물질인 ‘사비자불린’의 임상 3상 결과를 감염병 분야 국제학회인 ‘IDweek 2022’에서 발표한다고 13일(현지시간) 밝혔다.

IDweek는 미국감염학회(IDSA) 미국보건역학학회(SHEA) 소아감염학회(PIDS) 등이 연합해 개최하는 연례 학술행사다. 올해는 미국 워싱턴DC에서 오는 19~23일에 열린다.

베루는 21일 ‘코로나19 최신 혁신 초록(COVID-19 Late Breaking Abstracts)’ 세션에서 구두 발표를 진행한다. 발표 제목은 ‘산소 보충이 필요한 코로나19 입원 성인을 위한 경구용 사비자불린의 임상적 이점’이다.

사비자불린은 베루가 기존에 항암제로 개발 중이던 저분자 치료제다. 바이러스가 세포 내에서 증식하는 데 필요한 미세소관(microtubule) 생성을 저해해 바이러스 복제와 염증 작용을 억제하는 기전이다. 미세소관은 세포의 골격유지 및 세포 내 물질 이동 등에 관여하는 세포 내 소기관이다.

베루는 급성호흡곤란증후군(ARDS) 및 사망 위험이 높은 중등도에서 중증의 코로나19 입원 환자 204명을 대상으로 사비자불린에 대한 3상을 진행했다. 무작위로 배정된 첫 150명 환자에 대한 중간분석 결과 사망 위험이 위약 대비 55.2%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독립적데이터모니터링위원회(IDMC)는 임상 연구를 중단하고 긴급사용승인(EUA)을 신청할 것을 권고했다.

이에 베루는 지난 6월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회의 후 긴급사용승인을 신청했다. FDA는 내달 폐알레르기약물 자문위원회 회의를 열어 심사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유럽의약품청(EMA)은 유럽연합 국가에서의 응급 사용을 위한 검토를 지난 7월 시작했다. 영국 의약품규제당국(NHRA) 및 호주 식품의약품관리청(TGA)도 각각 사비자불린을 심사 중이다.

국내에서는 메지온이 사비자불린의 공공 부문 공급 권리를 갖고 있다. 메지온은 올 6월 베루와 관련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금 및 단계별기술료(마일스톤) 없이 순매출의 일정 비율을 메지온이 받는 조건이다.

메지온은 베루의 창업자인 미첼 스테이너 대표와의 인연으로 국내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스테이너 대표는 2020년부터 메지온의 사내이사로 있다. 베루는 지난 8월 사비자불린에 대한 사전 검토를 위해 전임상 및 임상, 품질관리 자료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제출했다.

당시 식약처는 “자료에 대한 검토에 착수했다”며 “질병관리청이 긴급사용승인을 요청한다면 승인 절차를 신속히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박인혁 기자 hyu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