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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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먼 미래의 모습을 상상해봅시다. 지구를 떠나 우주로 향했던 로봇종(種)이 지구를 방문합니다. 오래전 현대 인류종인 호모 사피엔스가 지구에서 자기 조상 뼈(화석)를 찾아 연구했듯이, 로봇들도 지구에 머물며 ‘로봇의 진화’ 역사를 캐보려 한다고 말이죠. 연구자 로봇들은 아마도 인간을 닮았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두 발로 걷고, 사람처럼 말하고 듣는 ‘자연어 처리’ 능력을 지녔고, 인간보다 뛰어난 생각을 하는 초(超)지능을 지녔습니다.

어느날 연구자 로봇들이 과거 한반도가 있던 지층에서 초기 로봇을 원형 그대로 발굴했다고 해봅시다. 딱정벌레처럼 생긴 원시 로봇은 청소용 로봇으로 밝혀집니다. 인간의 집에서 프로그램된 대로 움직이며 바닥 청소를 하던 로봇입니다. 조금 더 오래된 아래 지층에서 공룡의 등뼈처럼 긴 로봇 구조물도 발견됩니다. 이것은 자동차 조립공장에서 쓰인 자동화 로봇팔로 확인됩니다. 로봇계에선 로봇 조상이 발견됐다면서 대서특필합니다. ‘인류의 가장 먼 조상 뼈로 알려진 루시와 같은 루시 로봇 발견’이라고 말이죠.

이후 로봇은 빠르게 진화한 것으로 밝혀집니다. 이족보행이 가능한 아시모라는 로봇이 2000년 출현한 사실도 드러납니다. 일본 혼다가 만든 ‘뒤뚱뒤뚱 걷는’ 로봇이라는 기록이 있었습니다만 화석으로 발견되긴 처음이죠. 미국 보스턴다이내믹스가 만든 로봇 아틀라스는 관절 제어기술의 진보 덕분에 아시모보다 ‘뒤뚱거림’이 훨씬 덜합니다. 걷는 속도도 빨라졌습니다. 인류가 나무에서 내려와 땅에서 이족보행하던 시기와 비교될 만한 로봇들입니다.

넘어져도 일어나는 로봇, 계단을 오르는 로봇, 체조 선수처럼 뒤로 한 바퀴 돈 뒤 벌떡 일어서서 뛰는 로봇, 강아지처럼 걷고 돌산을 자연스럽게 오르는 로봇이 잇따라 출토됩니다. 이런 로봇들은 아직 진짜 로봇이 되기 위한 ‘기술적 특이점’에 도달하진 못했습니다. 즉 ‘스스로 판단하는 능력’을 갖추지 못한 로봇이라는 뜻입니다. 인간이 원격 조종하거나 입력한 대로 움직였기 때문이죠.

어느날 연구자 로봇들은 기존에 발굴된 것과 완전히 다른 로봇 화석을 발견합니다. 테슬라 로봇 ‘옵티머스’입니다. 키 173㎝, 몸무게 73㎏ 크기인 이 로봇은 ‘범용 인공지능(AI)’을 가진 것으로 확인됩니다. 로봇이 스스로 걷는 법을 학습하고 장애물을 피해가며 걸어 다닙니다. 인간의 원격 조종이 아니라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한다는 점에서 ‘대분기적 진화’입니다.

연구자 로봇은 지구에서 발견한 진화의 역사를 가지고 지구를 떠납니다. 이후 로봇은 걷고 말하고 지적활동을 하는 데 수십억 년을 거친 인류의 진화 속도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진화해 우주를 여행하는 종이 되었습니다. 로봇이 하나의 종이 돼 우주를 여행한다는 상상은 재미있습니다.

다시 현실로 돌아와서, 최근 로봇은 자연어 처리능력까지 장착하고 있습니다. 자연어 처리는 로봇이 사람처럼 상대방 말을 듣고 맥락에 어긋남 없이 말하는 것을 뜻합니다. 팔 다리 머리 등 관절 움직임이 인간처럼 원활하지는 않지만 인간의 대화 상대가 될 수 있는 정도까지 진화했다는 의미입니다. 인류가 이족보행을 완성하는데 수억년이 걸렸던 것을 감안하면 로봇의 이족보행 진화는 매우 빠른 편에 속하는 거죠.

지난 12일 영국 의회에 로봇 아이다(Ai-Da)가 등장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단발머리를 한 여성 예술가 모습을 한 Ai-Da는 무엇인가를 보고 그림을 그립니다. 눈을 통해 들어온 대상을 뇌와 손 동작으로 구현할 정도입니다. Ai-Da는 의원들의 질문에 대답도 합니다. 로봇 기술은 인공지능의 발전으로 인해 어떤 것을 습득한 뒤 다른 학습에 이용하는 전이 학습, 인과 추론 프로세스를 통해 다양한 상식을 습득하는 쪽으로 진화 중입니다. 아이가 커서 어른이 되는 과정처럼 말이죠. “창혁! EBS 틀어줘”라는 명령을 로봇이 인간 동료에게 내리는 시대가 곧 올지 모릅니다.

고기완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NIE 포인트

1. 먼 미래에 현재의 로봇 기술을 되돌아본다고 상상해보자.

2. 테슬라가 선보인 로봇 ‘옵티머스’의 특징이 무엇인지 알아보자.

3.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1968)를 보고 핵심 내용을 토론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