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 공포라고?…강달러 덕에 명품시장은 '나홀로 호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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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업체들 3분기 매출 '쑥'
달러 강세로 미국인 폭풍쇼핑
LVMH 매출 전년비 19% 증가
유럽 지역 매출이 실적 이끌어
코로나 보복소비도 일부 영향
벤츠 등 고가차량도 수요 탄탄
달러 강세로 미국인 폭풍쇼핑
LVMH 매출 전년비 19% 증가
유럽 지역 매출이 실적 이끌어
코로나 보복소비도 일부 영향
벤츠 등 고가차량도 수요 탄탄
전 세계를 덮친 경기 침체 공포에도 명품 시장은 굳건하다. 세계 최대 명품 그룹인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는 최근 예상치를 뛰어넘는 3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글로벌 명품 시장의 ‘큰손’인 중국인들의 위력은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줄어들었지만, 강(强)달러를 등에 업은 미국인들이 명품의 본거지인 유럽으로 건너가 ‘폭풍 쇼핑’에 나섰다.
하지만 최근 들어 분위기가 바뀌었다. 경기 침체 우려에도 불구하고 명품 수요는 여전히 견고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명품 업체를 되살린 것은 달러 강세다. 미국 중앙은행(Fed)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지난 6월부터 9월까지 세 번 연속 ‘자이언트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밟았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6월 중순 대비 7% 가까이 상승했다. ‘킹 달러’의 독주가 시작되면서 구매력이 커진 미국인이 명품 지출을 늘렸다. 경기 침체가 가시화하면서 스마트폰, PC 등 전자제품 수요가 줄어든 것과 상반된 흐름이다.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 디올 등을 거느린 LVMH는 최근 올 3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9% 증가한 197억5500만유로(약 27조6155억원)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패션 및 가죽 제품 매출만 따로 뗐을 때도 1년 전보다 22% 상승하며 전망치(16%)를 웃돌았다.
유럽 지역의 매출이 36% 급증하며 실적을 견인했다. 미국 내 매출 증가율(11%)보다 세 배 이상 높다. 달러 강세로 이전보다 저렴한 가격에 명품을 구입할 수 있게 되자 미국인들이 유럽으로 건너가 지갑을 연 것이다. 장 자크 기오니 LVMH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투자자들이 예상한 경기 침체가 아직 본격화하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이어 “다른 소매업체와 달리 LVMH는 비용 증가분을 (판매가 인상을 통해) 고객층에 전가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했다.
다만 엄격한 코로나19 방역 정책 탓에 출국이 자유롭지 못한 중국인은 보복 소비 행렬에서 제외됐다. 블룸버그는 “보복 소비를 위해 파리, 베를린, 런던 등지의 명품 매장에서 줄을 서고 있는 모습은 코로나19 이전 중국인 관광객들의 모습을 연상시킨다”고 보도했다.
고가 차량에 대한 수요도 여전히 높다. 지난 3분기 메르세데스벤츠의 완성차 판매량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21% 증가한 51만7800대를 기록했다. 지난달 29일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에 상장한 고급 스포츠카 브랜드 포르쉐는 1주일도 되지 않아 모기업인 폭스바겐을 제치고 유럽 시가총액 1위 완성차 업체로 이름을 올렸다.
시장조사기관인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명품 매출은 3491억달러(약 498조원)로 작년보다 12.7% 늘어날 전망이다. 온라인 명품 소매 플랫폼 파페치의 호세 네베스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가방, 시계와 같은 명품은 요트나 고가 부동산보다 더 활발하게 판매될 수 있다”며 “세계적인 경기 침체에도 명품 시장은 회복력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또 “내년에는 중국인의 명품 수요도 다시 늘어날 전망”이라고 했다.
하지만 명품업계가 언제까지 호황을 누릴지는 미지수라는 관측도 나온다. 글로벌 경기 침체가 임박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11일 내년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9%에서 2.7%로 하향 조정했다. 미국 IB 제프리스의 플라비오 세레다 애널리스트는 “LVMH가 호실적을 거뒀지만 이것이 마지막이 될 수도, 아닐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으로 명품 업체들의 장기 실적을 전망하는 게 쉽지 않다는 의미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
○나 홀로 승승장구하는 명품업계
올여름까지만 해도 명품업계에는 먹구름이 가득했다. 인플레이션이 심화하면서 사람들이 사치품 소비를 줄일 것이란 부정적인 전망이 많았다. 명품 시계의 경우 잠재 수요 척도인 중고 가격이 내리막길을 걸었다. 이런 우려를 반영해 지난 6월 중순 LVMH 주가는 연초 대비 25% 이상 하락하기도 했다.하지만 최근 들어 분위기가 바뀌었다. 경기 침체 우려에도 불구하고 명품 수요는 여전히 견고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명품 업체를 되살린 것은 달러 강세다. 미국 중앙은행(Fed)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지난 6월부터 9월까지 세 번 연속 ‘자이언트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밟았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6월 중순 대비 7% 가까이 상승했다. ‘킹 달러’의 독주가 시작되면서 구매력이 커진 미국인이 명품 지출을 늘렸다. 경기 침체가 가시화하면서 스마트폰, PC 등 전자제품 수요가 줄어든 것과 상반된 흐름이다.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 디올 등을 거느린 LVMH는 최근 올 3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9% 증가한 197억5500만유로(약 27조6155억원)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패션 및 가죽 제품 매출만 따로 뗐을 때도 1년 전보다 22% 상승하며 전망치(16%)를 웃돌았다.
유럽 지역의 매출이 36% 급증하며 실적을 견인했다. 미국 내 매출 증가율(11%)보다 세 배 이상 높다. 달러 강세로 이전보다 저렴한 가격에 명품을 구입할 수 있게 되자 미국인들이 유럽으로 건너가 지갑을 연 것이다. 장 자크 기오니 LVMH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투자자들이 예상한 경기 침체가 아직 본격화하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이어 “다른 소매업체와 달리 LVMH는 비용 증가분을 (판매가 인상을 통해) 고객층에 전가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했다.
○고급 차 수요도 탄탄
코로나19 확산세가 완화한 뒤 나타난 보복 소비도 일부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설명이다. 미국 투자은행(IB) 번스타인의 루카 솔카 애널리스트는 투자 노트에서 “아무도 죽어서 가장 부유한 사람이 되고 싶어 하지 않는다”며 코로나19 이후 보복 소비 경향이 여전하다고 강조했다.다만 엄격한 코로나19 방역 정책 탓에 출국이 자유롭지 못한 중국인은 보복 소비 행렬에서 제외됐다. 블룸버그는 “보복 소비를 위해 파리, 베를린, 런던 등지의 명품 매장에서 줄을 서고 있는 모습은 코로나19 이전 중국인 관광객들의 모습을 연상시킨다”고 보도했다.
고가 차량에 대한 수요도 여전히 높다. 지난 3분기 메르세데스벤츠의 완성차 판매량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21% 증가한 51만7800대를 기록했다. 지난달 29일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에 상장한 고급 스포츠카 브랜드 포르쉐는 1주일도 되지 않아 모기업인 폭스바겐을 제치고 유럽 시가총액 1위 완성차 업체로 이름을 올렸다.
시장조사기관인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명품 매출은 3491억달러(약 498조원)로 작년보다 12.7% 늘어날 전망이다. 온라인 명품 소매 플랫폼 파페치의 호세 네베스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가방, 시계와 같은 명품은 요트나 고가 부동산보다 더 활발하게 판매될 수 있다”며 “세계적인 경기 침체에도 명품 시장은 회복력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또 “내년에는 중국인의 명품 수요도 다시 늘어날 전망”이라고 했다.
하지만 명품업계가 언제까지 호황을 누릴지는 미지수라는 관측도 나온다. 글로벌 경기 침체가 임박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11일 내년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9%에서 2.7%로 하향 조정했다. 미국 IB 제프리스의 플라비오 세레다 애널리스트는 “LVMH가 호실적을 거뒀지만 이것이 마지막이 될 수도, 아닐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으로 명품 업체들의 장기 실적을 전망하는 게 쉽지 않다는 의미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