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모님 덕분에 아이디어 얻었죠"…반응폭발한 '시판 이유식' 비결 [오세성의 아빠놀자]
최근 무더위가 모두 가시고 청명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휴일마다 가족 나들이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아이가 만 19개월이 된 지금은 일반식을 하기에 걱정을 덜었지만, 이전까지는 어린아이와 함께 가는 나들이에서 먹을거리가 항상 고민이었습니다. 집에서 만든 이유식을 바리바리 싸자니 짐이 많아지고, 날이 더울 때는 자칫 변하지 않을까 걱정도 들었습니다.

대안으로 찾은 것이 시중에 판매되는 이유식이었습니다. 작은 그릇이나 튜브형으로 포장된 이유식은 부피도 크게 차지하지 않아 쉽게 지닐 수 있었습니다. 포장을 열지 않는 이상 변질될 염려도 없었죠. 식당에서 음식을 주문하며 부탁하면 간편하게 데워서 아이와 함께 즐거운 식사 시간을 보낼 수 있습니다. 딸아이도 집에서 만든 이유식보단 시판 이유식을 더 좋아했습니다. 아내는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느냐"며 서운함을 드러냈지만 말입니다.
한 대형 마트에 유아 이유식 제품들이 진열되어 있다.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한 대형 마트에 유아 이유식 제품들이 진열되어 있다.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편리한 시판 이유식, 어른들의 따가운 시선 당연히 감수해야(?)

편리하고 아이 기호성도 좋은 이유식이지만 이를 보는 분들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았습니다. 간혹 공원 벤치에 앉아 샌드위치를 먹으며 아이에게 튜브형 이유식을 짜줄 때면 지나가는 어르신들이 안타깝다는 듯 혀를 차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러한 시선들은 육아를 주로 하는 엄마들에게 죄책감을 느끼게 하곤 합니다. 맞벌이 부부라면 더 말할 것도 없습니다.

육아 커뮤니티에서도 비슷한 고민을 하는 분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맞벌이하며 아이 이유식을 매번 만들기 부담스러워 시판 이유식을 먹이는 경우에는 더 빈번했습니다. 집에서 직접 만든 이유식이 최고라 여기는 부모님들이 시판 이유식을 먹이는 모습을 보면서 불편하게 여기신다는 내용이었죠.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문제였습니다.

하지만 현실을 살펴보면 이유식 때문에 눈치봐야하는 현실이 답답합니다. 잡코리아에 따르면 직장인들은 출근에 48분, 퇴근에 53분이 걸린다고 합니다. 오전 9시 출근해 오후 6시 칼퇴근하더라도 오전 8시부터 오후 7시까지는 다른 일을 할 수 없죠. 여기에 더해 퇴근 후면 무력감이 밀려와 멍하니 소파에 앉게 됩니다. 여기에 아이까지 돌봐야 하는데, 이유식을 꼬박꼬박 만들기는 어렵습니다. 아이에게 집중하고자 외벌이하고 싶어도 지난해까지 고공행진을 거듭한 집값과 최근 부쩍 늘어난 대출이자에 발목을 잡히죠.
매일유업 송영우 유아식셀 리더(오른쪽)와 김소현 유아식셀 연구원이 이유식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매일유업 송영우 유아식셀 리더(오른쪽)와 김소현 유아식셀 연구원이 이유식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그래서인지 aT 식품산업통계시스템(FIS)에 따르면 국내 이유식 시장은 지난해 1838억원 규모로 성장했다고 합니다. 2016년 840억원에 불과했던 규모가 매년 성장을 거듭하며 5년 만에 2배 이상 늘어났습니다.

'오세성의 아빠놀자'가 이번에는 이유식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이유식을 직접 만드는 당사자를 찾아봤습니다. 매일유업에서 '맘마밀' 메뉴 개발을 통괄하는 송영우 유아식셀 리더입니다. 아이가 셋이라는 그는 "늦둥이 셋째를 낳고 아내가 취업하면서 육아 전선에 뛰어들었다"며 그 또한 이유식에 진땀을 뺐던 시절의 얘기를 털어놨습니다.

"장모님 덕분에 아이디어 얻은 이유식"

송 리더는 "초기 이유식 시기 아이에게 시판 중인 쌀미음 제품을 먹였는데, 아이가 뱉어내고 거부해 고생이 많았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달콤한 과일퓌레를 먹이면 나을까 싶어 해외 경쟁사 제품도 먹여봤지만, 단맛과 신맛이 자극적이라 아이가 곧바로 뱉고 고개를 돌리곤 했다"며 "국내 제품은 맛이 없었고 해외 제품은 너무 자극적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시판 이유식을 먹이겠다는 사위를 마뜩지않게 보시던 장모님은 아이가 이유식을 거부해 쩔쩔매는 모습에 한 소리 하시며 직접 팔을 걷으셨다고 하네요. 쌀미음에 사과를 갈아 섞어 퓌레를 만들었는데, 고개를 돌리던 아이가 입을 벌리며 수저를 재촉했다고 합니다. 여기에 착안해 쌀 분말에 과일을 넣은 맘마밀 안심이유식 사과와 고구마, 바나나와 단호박 제품이 탄생했다고 합니다. 송 리더는 "좋은 소비자 반응을 얻고 있다. 장모님 덕분"이라면서도 장모님께 레시피 로열티를 드려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어색한 웃음으로 답했습니다.
이유식이 생산되는 모습. 사진=매일유업
이유식이 생산되는 모습. 사진=매일유업
그는 시판 이유식에도 수제 이유식을 뛰어넘는 장점이 많다고 강조했습니다. 대표적인 부분이 위생과 원재료입니다. 송 리더는 "제품을 만들며 단계별로 세균과 잔류농약, 중금속 등의 검사를 통과해야 한다"며 "마트에서 재료를 사고 집에서 요리하면서는 검사할 수 없다보니 이러한 안전성 측면에서는 시판 이유식이 우위"라고 말했습니다. 아이의 개월 수에 따라 먹을 수 있는 식자재를 엄격하게 추려 사용하고 영양 측면에서도 철저한 계산이 이뤄진다는 것도 장점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매일유업 김소현 유아식 제품 개발 담당 연구원도 "식자재를 대량으로 매입하기에 저렴한 가격에 품질 좋은 유기농 원재료를 다양하게 사용한다는 점도 장점"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생산 계획에 따라 원재료를 구매하고 모두 소진하니 가정에서처럼 남은 식자재가 냉동실에 들어갔다가 재사용될 일도 없다는 설명입니다.

선입견으로 어려운 점은 없을까요. 김 연구원은 "새로 출시한 제품에서 비닐이 나왔다는 항의를 받은 일이 있다"며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지만, 확인해보니 양파의 얇은 껍질을 비닐로 오인한 것이었다"고 했습니다. 소고기 힘줄을 고무로 오인한 신고가 들어온 적도 있다네요. 그는 "소비자 의견에 따라 현재는 양파를 완전히 갈아 사용하고 있다"며 "원재료에 대해서는 보다 믿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김소현 연구원이 이유식 재료들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김소현 연구원이 이유식 재료들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송 리더도 "멸균제품이라 유통기한이 긴데, 과거에는 방부제를 넣는다고 의심하는 분들이 계셨다"며 "최근에는 멸균처리 하는 제품이 늘어나며 그런 의심이 거의 사라졌지만 참 답답했던 부분"이라고 했습니다.

여담이지만 인터뷰를 하며 딸아이가 시판 이유식을 더 좋아했던 이유도 알 수 있었습니다. 김 연구원은 "유아들이 먹는 제품이기에 전혀 간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성인 제품보다 맛 내기가 어렵다"며 "제품마다 감칠맛이 나는 양파와 단호박으로 육수를 내서 사용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유식을 만들 때 육수를 내는 과정은 번거롭다는 이유로 가정에서 곧잘 생략되곤 합니다. 가정에서 놓치는 부분까지도 공을 들이는 모습을 보며 시판 이유식에 담기는 아이를 위한 마음도 가정의 그것과 아주 크게 다르진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제 이유식에 대한 죄책감을 조금은 내려놓을 수 있을까요? 바깥일 하랴 집안일 하랴 바쁜 맞벌이 부부에게 아이와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은 소중합니다. 음식에 정성을 들이는 시간도 중요하지만, 아이와 눈맞춤 하는 시간이 더 늘어났으면 합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