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재생 관리 전문기업 마루온의 신은성 상무가 자사 장비를 소개하고 있다.  민경진  기자
배터리 재생 관리 전문기업 마루온의 신은성 상무가 자사 장비를 소개하고 있다. 민경진 기자
배터리는 충전과 방전을 반복할수록 수명이 줄어든다. 배터리 전극판 표면에 황산납 결정체가 누적되면서 전류 통로를 막기 때문이다. 황산납이 부착된 전극판 면적이 50%를 넘어서면 배터리를 폐기하는 게 통상적인 수순이었다. 충북 청주에 있는 마루온은 고밀도 전류 파동으로 황산납을 제거해 배터리를 재생하는 독자 기술을 보유해 주목받는 중소기업이다.

지난 12일 한국경제신문과 만난 한연수 마루온 대표는 “세계 최초로 충전과 방전이 모두 가능한 배터리 재생 복원 장비를 개발했다”며 “수명이 다한 전기차용 리튬이온 배터리를 활용해 에너지저장장치(ESS) 인프라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마루온, 독자 장비로 재사용배터리 판 바꾼다
마루온은 교류를 한 주기당 4000번 정류한 고밀도 파동을 전극판에 쏘는 방식으로 배터리를 재생한다. 전극판에 달라붙은 황산납을 파동으로 자극해 떨어뜨리는 원리다. 고밀도 파동의 파형이 상어 지느러미와 닮아 ‘샤크 펄스’란 이름을 붙였다. 샤크 펄스는 배터리 재생과 동시에 충전과 방전이 가능하다. 인버터(역변환 장치) 기술로 배터리 내 잔여 전력을 열로 방출하지 않고 회수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2009년 설립된 마루온은 사업 초기 글로벌 고정형 배터리 시장을 공략하는 데 집중했다. 첫 수출 실적은 2011년 태국 현지의 대형 이동통신사 등의 기지국 배터리 유지 보수 서비스였다. 기지국의 대용량 배터리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수명이 다한 배터리를 선별 및 재생해 재설치하는 게 주된 임무였다. 현지 업체들은 연간 수백억원의 배터리 관리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마루온은 인도네시아, 칠레에서도 통신사용 대형 배터리 유지·보수 업무를 수주하며 성장 발판을 다졌다.

모빌리티용 배터리 시장도 성장성이 높은 분야다. 이 업체는 샤크 펄스 기술을 응용한 배터리 재생 장비(MCS)와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 무정전 전원장치(UPS) 등을 90여 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이 장비들은 주로 지게차 등 산업용 모빌리티의 배터리 유지·보수에 사용되고 있다. 배터리 유지·보수 과정에서 축적한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배터리의 수명을 예측하는 알고리즘까지 적용한 게 차별점이다. 한 대표는 “인터넷만 연결하면 전 세계 어디서나 원격으로 배터리 사용 현황과 수명을 모니터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임직원 18명 규모인 마루온은 지난해 매출 40억원을 기록했다. 이 중 수출 실적이 약 80%를 차지한다. 유럽 TVH, 북미 FSIP 등 대륙별 최대 전동 제품 유통회사에서 수년째 MCS 판매량 1위를 기록하며 글로벌 배터리 재생 장비 분야 1위 업체로 평가받고 있다.

마루온은 최근 전기차용 리튬이온 배터리의 충전·방전 기술을 확보했다. 리튬이온 배터리를 재사용하려면 폭발 방지를 위해 신속한 방전이 필요한데, 마루온은 자사 기술을 통해 이런 제약을 뛰어넘어 재사용 배터리 시장을 활성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청주=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