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분간 외부 일정은 올스톱입니다.”

요즘 신세계그룹 임원은 ‘떨어지는 낙엽도 조심할 정도’로 처신에 신경 쓰고 있다. 조만간 있을 인사 폭이 예상보다 클 것이란 소문 때문이다. 계열사인 스타벅스코리아(SCK컴퍼니)의 ‘서머 캐리백 참사’(고객 증정용 캐리백에서 유해 물질이 나온 사건) 이후 계열사 전반에 경영 진단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 신세계, 현대백화점그룹 등 유통 3사에 인사 ‘격랑’이 예고됐다. 순풍만 타는 듯했던 현대백화점조차 최근 발생한 대전 아울렛 화재 등의 역풍을 맞고 있다. 롯데그룹도 실적이 저조한 계열사의 구조조정설(說)이 퍼지는 등 뒤숭숭한 분위기다.

1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그룹은 지난 1일 이마트와 백화점 부문이 동시에 정기 임원 인사를 발표할 예정이었다. 이마트 관계자는 “내년 사업 계획을 세울 임원 전략회의도 미뤄지고 있다”며 “작년처럼 임원 인사가 10월 초에 마무리될 줄 알았는데 의외로 늦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 서울 반포에 있는 그룹 전략실에서 진행 중인 경영 진단이 예상외로 오래 걸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신세계 관계자는 “외부엔 SCK컴퍼니에 대한 감사 정도로 알려졌는데, 실제로는 문제가 된 마케팅 실패뿐 아니라 A부터 Z까지 거의 모든 부문의 경영 진단이 이뤄지고 있다”며 “SCK컴퍼니를 시범 사례로 삼아 그룹 전반에 긴장을 불어넣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호실적을 누리고 있는 백화점 부문조차 인사 검증을 철저히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 관계자는 “백화점 부문을 맡은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이 인사를 앞두고 이례적으로 임원 심층 면접을 폭넓게 진행 중”이라고 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신세계는 미래에 대한 뚜렷한 비전이 부족하다는 것이 정 총괄사장 등 임원진의 고민일 것”이라며 “뜻밖의 인사가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롯데그룹은 작년(12월 1일자)보다 인사가 빨라질 것이란 관측이 끊이지 않는다. 계열사 한 임원은 “실적이 부진한 몇몇 계열사는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롯데지주 측에선 “임원 심층 평가를 위해 평가 시점을 2주 정도 앞당겼을 뿐 특별히 인사를 앞당길 이유는 없다”고 했다. 또 다른 롯데 관계자는 “부회장 라인엔 변화가 거의 없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신동빈 회장이 계열사 대표들의 보고를 꼼꼼히 챙기고 있어 일부 교체가 있을 수도 있다”고 전했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도 인사 혁신 카드를 꺼낼 가능성이 높을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대전 아울렛 화재라는 대형 악재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게 불가피한 데다 역대 최저가로 내려간 주가 부진도 해결해야 할 숙제이기 때문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닥쳐올 불황의 한파에 대형 유통 3사 모두 위기의식이 팽배해 있다”며 “안정 지향보다는 쇄신형 인사안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