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평등 없이 민주주의도 없다"…195개 단체 1천500명 참가
'여가부 폐지안 규탄' 서울도심 대규모 반대 집회
여성가족부 폐지를 골자로 하는 정부 조직개편안이 발표된 이후 첫 대규모 반대 집회가 15일 서울 도심에서 열렸다.

윤석열 대통령과 여당이 대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여가부 폐지를 본격 추진함에 따라 여성계를 중심으로 반발도 거세지는 모양새다.

한국여성단체연합과 한국여성의전화·불꽃페미액션 등 195개 여성·시민사회단체는 이날 오후 2시 서울 종각역 앞에서 '여가부 폐지안 규탄 전국 집중 집회'를 열어 지난 6일 발표된 정부 조직개편안을 철회하고 성평등 부처나 기구를 만들라고 요구했다.

단체들은 체계적 성평등 정책을 위해 독립적 성평등 기구나 부처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여가부의 주요 기능을 보건복지부 산하 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로 이관하는 개편안은 여성을 인구문제 해결의 도구로만 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은 "여성 없는 국가는 없고 성평등 없는 민주주의는 없다"며 "국제사회의 웃음거리가 되지 말고 성평등과 인권이라는 세계사적 흐름에 지금이라도 적극 동참하라"고 말했다.

한국여성학회장인 김현미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교수는 "대한민국 헌법 34조 3항에 '국가는 여자의 복지와 권익의 향상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고 쓰여 있다"며 "국무위원들의 낮은 성평등 인식은 국가 위상에 영향을 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여가부 폐지는) 실질적 데이터와 정책 목표보다는 여가부 폐지를 외쳐온 일부 극우 남성의 대중추수주의(포퓰리즘)와 부합해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이날 집회에는 경찰 추산 1천500명, 주최 측 추산 2천 명 이상이 모였다.

'여가부 폐지안 규탄' 서울도심 대규모 반대 집회
참가자들은 오후 4시 30분께 종각역을 출발해 세종대로사거리와 광화문 앞, 안국동사거리를 거쳐 다시 종각역까지 2㎞ 구간을 행진했다.

검은색과 보라색으로 맞춰 입은 참가자들은 '여가부 폐지는 성평등 민주주의 후퇴다', '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가 웬 말이냐' 등 문구를 적은 팻말을 들고 "여성 인권은 정치적 선택의 영역이 아니다", "여가부 폐지안 폐기하라" 등 구호를 외쳤다.

한편 이날 오후 빈곤사회연대의 퍼레이드, 민주노총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총파업 투쟁 선포대회 등이 열리면서 곳곳에서 교통 혼잡이 빚어졌다.

이날 오후 4시 기준 도심 전체 차량통행 속도는 시속 12.7km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