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셔널갤러리 '플루트를 든 소녀'…베르메르 작품이 아니었다
미국의 국립미술관인 내셔널갤러리가 소장하고 있는 17세기 네덜란드의 거장 요하네스 베르메르의 유화 4점 중 1점이 베르메르 본인의 작품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스미소니언매거진은 14일(현지시간) 내셔널갤러리가 지금껏 베르메르의 작품으로 알려졌던 '플루트를 든 소녀'를 과학적으로 분석한 결과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붓질의 정교성 등과 함께 마무리 단계에서 저렴한 염료가 사용됐다는 점에 주목해 베르메르 본인의 작품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베르메르는 마무리 작업 과정에 호화스러운 염료를 사용한 것으로 유명한 화가다.

다만 이 작품은 현대의 위작이 아니라 베르메르에게 그림을 배웠거나, 베르메르의 공방에 고용돼 함께 작업을 한 제자의 솜씨로 보인다는 것이 내셔널갤러리의 설명이다.

이번 분석을 통해 베르메르의 공방이 존재했을 가능성이 확인된 것 자체가 더 큰 수확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네덜란드 회화의 황금기였던 17세기에 활동했던 베르메르는 43세로 사망할 때까지 화가로서 큰 명성을 얻지는 못했다.

이 때문에 미술사학자들은 베르메르가 동시대의 유명 화가들처럼 공방을 운영하지 않고, 혼자 그림을 그렸을 것으로 추측해왔다.

그러나 '플루트를 든 소녀'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이 작품을 그린 화가는 소녀의 얼굴 그림자 부분에 희미한 녹색 염료를 사용하는 등 베르메르에게 직접 그림을 배우지 않았다면 알 수 없을 수법을 그대로 구현했다는 점이 확인됐다.

케이윈 펠드먼 내셔널갤러리 관장은 "베르메르와 함께 작업한 화가가 존재했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 자체가 베르메르와 관련된 연구에서 수십 년 만에 가장 큰 발견"이라며 "베르메르에 대한 시각 자체가 달라지게 됐다"고 말했다.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로 유명한 베르메르는 사망 후 200년 가까이 잊혀졌지만, 19세기 말 프랑스의 미술 평론가 테오필 토레 뷔르제르가 재발굴해 거장으로 인정받게 됐다.

현재 베르메르의 작품이라고 인정받는 회화는 전 세계적으로 35점 안팎이다.

내셔널갤러리 '플루트를 든 소녀'…베르메르 작품이 아니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