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서커스 4년 만에 내한공연…1천평 넘는 이동식 공연시설 공개
공연장 '빅탑' 포함해 식당·의상실, 연습실 등 갖춘 '서커스 제작소'
74일만 존재하는 '서커스 마을'…"두시간짜리 꿈 만들죠"
점심 식사 준비가 한창인 식당에서 나오면 바로 옆 텐트에서는 세탁기와 건조기가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의상실 직원들은 6주간 컨테이너 안에 구겨져 있던 화려한 의상과 가발들이 다시 무대에서 빛날 수 있도록 손질하느라 여념이 없고, 그 옆에선 서커스 단원들이 다리를 180도로 찢으며 몸을 풀고 있다.

세계적인 아트 서커스 그룹 태양의 서커스가 오는 20일 개막하는 '뉴 알레그리아' 내한 공연을 앞두고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에 설치한 공연장 '빅탑'을 포함한 이동식 공연 시설을 공개했다.

74일만 존재하는 '서커스 마을'…"두시간짜리 꿈 만들죠"
'그랑 샤피또'(Grand Chapiteau)라고도 불리는 빅탑은 높이 19m, 지름 50m, 1천360평 규모로 2천600여 명의 관객을 수용할 수 있는 이동식 공연장이다.

빅탑 주변에는 상점, 분장실, 대기실, 의상실, 식당, 장비실을 비롯해 공연에 필요한 모든 시설을 직접 설치해 하나의 마을을 완성했다.

'빌리지'라고 불리는 전체 시설을 완성하는 데는 평균적으로 28일 정도가 소요된다.

태양의 서커스 투어 공연의 홍보를 담당하는 프란시스 잘베르트는 지난 14일 빌리지 공개 행사에서 "투어 때마다 마을 하나를 통째로 이사시키며 공연하러 다니는 것"이라며 "출연 아티스트들을 포함해 113명의 팀이 이 안에서 공연에 필요한 모든 일을 한다"고 소개했다.

74일만 존재하는 '서커스 마을'…"두시간짜리 꿈 만들죠"
빌리지의 '아티스틱 텐트'는 의상실과 분장실, 연습 공간, 의무실 등이 합쳐진 커다란 백스테이지 공간이다.

이곳에서는 의상 담당자가 캐나다 몬트리올 본사에서 직접 제작한 무대 의상들을 관리한다.

96벌에 달하는 무대 의상은 모두 각각의 아티스트를 위해 맞춤 제작됐으며 한 벌을 만드는 데는 최대 50시간까지 걸린다.

잘베르트는 "의상은 작품 속 인물들의 성격을 표현하는 중요한 요소"라며 "매일 세탁해서 손상되기 때문에 6개월마다 새로 제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74일만 존재하는 '서커스 마을'…"두시간짜리 꿈 만들죠"
이번 공연은 2018년 '쿠자' 이후로 4년 만에 열리는 태양의 서커스 내한공연이다.

내년 1월 1일까지 74일간 한국 초연으로 공연하는 '뉴 알레그리아'는 1994년부터 2013년까지 공연한 태양의 서커스의 대표작 '알레그리아'를 2019년에 새롭게 탄생시킨 작품이다.

몰락해가는 가상의 왕국을 배경으로, 권력을 다투던 인물들이 진정한 힘은 권력이 아닌 내면으로부터 나온다는 깨달음을 얻는다는 이야기다.

'뉴 알레그리아'는 원작의 주제는 유지하고 무대와 조명, 곡예 기술 등을 보완해 현대적으로 풀어냈다.

잘베르트는 "기존의 '알레그리아'가 전통적인 서커스 곡예와 몸으로만 하는 아크로바틱적 요소 위주로 이야기를 풀어냈다면 '뉴 알레그리아'는 10m 높이의 공중그네(트라페즈)와 같은 대규모 장치를 활용해 스케일을 키웠다"고 설명했다.

74일만 존재하는 '서커스 마을'…"두시간짜리 꿈 만들죠"
'뉴 알레그리아'에 추가된 대표적 장면 중 하나인 '싱크로나이즈드 트라페즈 듀오'에서는 두 명의 곡예사가 나란히 공중그네에 매달려 거울처럼 같은 동작을 선보인다.

이 장면에서 함께 호흡을 맞추는 이들은 스위스 출신의 곡예사 록산 세미안키브 길랜드와 독일의 곡예사 니콜라이 쿤츠다.

각종 국제 서커스 대회에 출전하는 등 평소 솔로 아티스트로 활동해 온 두 사람은 2019년부터 태양의 서커스에서 함께 합을 맞추고 있다.

승마 곡예사였던 아버지를 따라 어릴 때부터 서커스 극단과 함께 생활하며 자연스럽게 곡예사가 됐다는 니콜라이는 "공중그네 위에서는 하늘을 나는 것과 같은 자유로운 기분을 느낀다"고 말했다.

74일만 존재하는 '서커스 마을'…"두시간짜리 꿈 만들죠"
1984년 창립된 태양의 서커스는 전통적인 서커스 곡예에 이야기와 음악, 아름다운 의상과 춤을 결합한 '아트 서커스'의 원조로 불린다.

잘베르트는 단순히 이야기를 들려주는 방식이 아닌 다양한 볼거리를 통해 관객이 주제에 젖어 들고 각자의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점이 아트 서커스 만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7살짜리 어린이부터 70대 노인까지, 어떤 배경을 가진 관객이 봐도 각자의 느낌을 얻을 수 있어요.

우리가 만들어낸 이 세계에서 두시간 동안 꿈을 꾸고 가시길 바랍니다.

"
74일만 존재하는 '서커스 마을'…"두시간짜리 꿈 만들죠"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