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9월 29일(현지시간)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 비즈니스 세션에서 거버너 연설을 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9월 29일(현지시간)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 비즈니스 세션에서 거버너 연설을 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정부가 외국인의 국채 투자에 대해 양도소득세와 이자소득세 비과세하는 조치를 오는 17일부터 적용키로 했다. 외국인 투자를 유도해 금융시장과 환율 안정을 도모하고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에도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및 국제통화금융위원회(IMFC) 회의 동행기자단과 간담회를 열고 이런 내용을 밝혔다.

당초 정부는 올해 세제개편안에서 비거주자·외국법인이 국채·통화안정증권(통안증권)에 투자해 얻은 이자소득이나 양도소득에 대해 세금을 매기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세법을 개정해 내년부터 이 제도를 시행할 계획이었으나, 시행령을 개정해 영세율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오는 17일로 시행 시점을 앞당기기로 했다.

올해 말까지는 시행령을 통해 외국인 국채·통안증권 투자에 비과세 혜택을 주고 내년부터는 법을 개정해 항구적으로 비과세를 하겠다는 것이다.

추 부총리는 "금융·외환시장 변동성이 계속되고 있어 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지난달 말 WGBI 관찰대상국에 등재돼 채권시장 쪽으로 외국인 투자자금을 유인하기 위한 조치를 더 빨리 취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고 말했다.

정부는 외국인 국채 투자 비과세 시행을 앞당기면 달러가 유입돼 원·달러 환율 안정에 도움이 되고 국채 금리 하향 효과도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WGBI 편입국 대부분이 같은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만큼, 한국이 이 제도를 빠르게 도입할 경우 WGBI 편입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

한미 통화스와프와 관련해 추 부총리는 "당분간 통화스와프에 관해서는 추가로 이야기하지 않겠다"며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과 '주변국을 포함해 한국의 외화유동성이나 경색 문제가 심화해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유동성 공급장치를 실행하기 위해 협력한다'는 입장을 지난번 컨퍼런스콜에서도 확인했고 이번에도 재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한국에 관해서는 강한 신뢰를 보여주고 있다"며 "문제가 생기면 유동성 공급장치를 가동하는 것에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 이는 포괄적이면서도 든든한 서로의 약속"이라고 설명했다.

추 부총리는 "옐런 장관에게 국내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관련 우려 사항, 우리 산업에 미치는 영향 등에 관해 충분히 전달했고 이번에도 다시 이야기했다"며 "옐런 장관도 그에 대해 충분히 잘 알고 있고 많은 이야기를 듣고 있으며 이 문제를 풀어나가기 위해 계속 협의를 진행하고 검토하겠다고 다시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이번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IMFC 회의에 대해 "모두 내년 경제가 올해보다 더 좋지 않고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을 쏟아냈다"며 "결국 물가 안정이 최우선이기에 주요국 중앙은행이 금리를 인상하고 올해 긴축하는 기조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인식을 하게 됐다"고 전했다.

추 부총리는 "현재의 불확실성과 금융시장 변동성이 내년까지 어떤 형태로 확대되고 현실화할지 예의주시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비상 체제를 치열하게 가동하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컨틴전시 플랜을 점검해 필요한 때 적절한 조치를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