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 보완하느라 공사 지연…법원 "건축사에 불이익 주면 안 돼"

건축사가 계약 후 설계를 보완하느라 시공이 늦어졌다면 이에 대해 불이익을 줄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보완시공이란 시공 후 보강‧보충하기 위한 것으로, 시공 전 보완설계은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김정중 부장판사)는 A건축사사무소가 한국공항공사를 상대로 “부실 벌점 부과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A 사무소는 2017년 6월 부산 강서구의 빌딩 신축공사 설계용역 입찰에 참여해 공항공사와 용역계약을 체결했다.

공항공사는 2018년 4월 나선형 날개를 부착한 말뚝을 바닥 지지층까지 회전해서 박아넣는 ‘헬리컬 파일 공법’을 채택하기로 했다. 지반이 60m 이상인 공사에 이 공법이 적용된 사례는 처음이었다. A 사무소는 같은 해 8월 공사가 결정한 대로 헬리컬 공법을 반영한 설계도를 제출해 용역 업무를 마쳤다.

그런데 본격적인 시공에 앞서 실시된 감리에서 헬리컬 공법의 안전성 문제가 제기됐고, 당초 설계대로 진행하기가 어렵다는 결론이 나왔다. A사무소는 바닥 최하층 두께를 두껍게 해 2019년 2월 다시 최종 설계도를 제출했다.

이 과정에서 착공이 늦어졌고, 예정일이던 2019년 9월 3일보다 210일 늦은 2020년 3월 31일 건물이 준공됐다. 공항공사는 “사무소가 신기술 또는 신공법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구조물 보완시공이 발생했다”며 벌점 2점을 부과했다.

건설사업 진흥법은 경미한 부실이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건설사업의 특성상 건설업자 등이 임무를 성실하게 수행하지 않은 경우 ‘부실 벌점’을 부과하도록 한다. 이 벌점은 향후 입찰 참가 자격 사전심사 시에 적용될 수 있다.

A사무소는 시공 전에 설계를 보완해 시공이 문제없이 이뤄졌으니 ‘보완 시공’에 따른 벌점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했고,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벌점 규정이 정하는 ‘보완시공’은 이미 시공이 이뤄진 후 이를 보강, 보충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시공 전 ‘보완설계’가 이뤄진 경우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