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한정판 사서 해외로 되팔아
글로벌 리셀 플랫폼
'스탁엑스' 통한 거래 활발
명품·나이키·레고 등 품목 다양
한국에서 원화로 구입한 나이키 한정판을 글로벌 리셀 플랫폼에서 미국 소비자들에게 달러로 팔아 프리미엄과 환차익을 동시에 거두는 식이다. 이런 거래를 주도하는 리셀족은 대개 10~20대들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급격히 커진 리셀 시장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던 젊은이들은 요즘 원·달러 환율이 1420원대로 치솟자 환차익까지 쓸어 담고 있다.
환차익에 프리미엄까지
1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환율이 급등하면서 매달 수억원을 버는 1020 리셀족이 속출하고 있다. 리셀은 2020년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일부 마니아층이 주도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10~20대가 대거 참여하는 대체투자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이들은 주로 국내에서 발매된 한정판 상품을 대량으로 사들여 글로벌 리셀 플랫폼 ‘스탁엑스’를 통해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소비자에게 판매하고 있다. 원화로 사 해당국 통화로 결제하기 때문에 요즘같이 원화가 싸질수록 수익이 늘어난다. 한 리셀러는 “상품이 판매된 뒤 정산은 10일 후에 받는다”며 “하루가 멀다고 환율이 오르기 때문에 판매가 완료되고 정산이 마무리되는 사이에도 차익이 커진다”고 말했다.
스탁엑스가 2020년 국내에 진출하기 전까지는 짝퉁 판별이 쉽지 않고, 배송 등에 드는 비용이 많아 이런 거래가 사실상 불가능했다. 이 플랫폼이 들어온 뒤에는 정·가품의 판별과 배송 등 문제가 모두 해결돼 초보들도 손쉽게 거래할 수 있게 됐다. 리셀 플랫폼 관계자는 “물건을 고르는 감각만 있으면 사무실에서 클릭 몇 번으로 돈을 벌 수 있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엔화가 올 들어 급전직하하면서 일본 제품을 싸게 들여와 국내에서 거래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일본어를 전공한 박모씨(34)는 최근 ‘재팬옥션’에서 희귀 피규어 제품을 구매했다. 박씨는 “10만원대에 낙찰받아 엔화로 결제하면 한국 시장에서 20만~30만원대에 팔 수 있다”며 “아직 대형 유통업체들이 뛰어들지 않아 가능한 거래 방식”이라고 말했다.
매달 수억원 버는 10대도 등장
글로벌 리셀 거래로 돈을 벌기 쉬운 환경이 조성되자 10~20대 ‘리셀 거부(巨富)도 속출하고 있다. 패션기업을 운영하는 박상요 씨(28)도 그런 사례다. 박씨는 코로나19 창궐 초기 패션 상품 판매량이 급감하자 리셀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박씨는 요즘 리셀 거래로 한 달에 5억원가량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영업이익률은 10% 정도다. 그는 같은 상품이더라도 국가별로 가격, 판매 수량 등이 다른 점을 이용해 차익 거래를 한다.
마니아들에게 인기가 높은 나이키의 ‘덩크로우(범고래)’는 미국보다 한국에서 많이 풀리는 경향이 있다. 박씨는 국내 리셀 플랫폼 크림과 솔드아웃 등에서 신발을 200켤레 이상 대량으로 사들여 미국 소비자에게 마진을 붙여 판다.
박씨는 “계절적 비수기에 대량 구매한 뒤 성수기에 되팔고, 가격이 많이 내려간 상품을 사들였다 기다려 웃돈을 붙여 재판매하기도 한다”며 “투자금 회수 기간이 긴 부동산이나 주식시장에 비해 회전이 빠른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리셀러들은 나이키 운동화와 명품뿐 아니라 의류, 레고 등 다양한 상품을 판매해 수익을 올리고 있다. 박씨도 플레이스테이션 게임기와 레고를 매입한다.
다만 글로벌 금리 인상의 여파로 경기 둔화가 본격화하면 리셀 시장에 매물이 쏟아지면서 ‘거품’이 빠질 수 있다는 점은 리스크 요인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리셀은 이제 막 시작된 시장이기 때문에 가격이 급격하게 하락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경기침체가 가시화하면 상황이 급반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